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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네르 Jan 30. 2024

꽃집으로 간 M세대 교수

학교를 다닐 당시 "꽃을 만드는 남자"로 유명한 사장님이 운영하는 꽃집이 있었다. 지금도 있다.

눈이 돌아갔다.


부모님을 졸랐다.

"나 꽃 배우면 안되"냐고.


부모님의 논지는 이거였다.

실컷 '전문기술'익혀 취업했으면서,

또 새로운 '기술'익히겠다면,

그 바닥 신예들과의 겨루기에서 승산이 있겠는가,


조금 더 설득해 볼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이도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꽃선물을 받거나 꽃선물을 하느라 꽃포장을 하는 실장님들의 바쁜 손을 보고 있을 때면

행복했고, 부러웠다.


미국발 리먼브라더스, 부동산침체, 경기불황, 메르스, 신종플루, 코로나가 올 때면

꽃집은 무슨...일 안 벌이기를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블로그나 별스타에서 꽃사업을 벌이는 사장님들을 보면,

참 용감무쌍하게도 젊은 여성 사장님들이 많다.

레드오션이라고도 하고, 이제 꽃집 고만 들차리라고 절규도 하시던데

잘되는 분들은 어쩜 저리 행복해 보이는 걸까?


서른 다섯에 시작한 박사마쳤고,

시집왔고, 아이 어느 정도 컸고,

직장 있고, 방학 때만 꽃의 세계를 맛보기로 했다.

아주 잠깐씩만.


이런 것이 바로 부캐인걸까.

N잡러인걸까.


늘 앉아서 책을 보아야 하는 직업적 특성때문에 힘들었는데

고단하게 8시간씩 몸을 움직여 노동하는 것이 되려 즐거움이었다.

플러스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꽃을 만질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고 힐링이었다.

언제까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늘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소비자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입장에서

돈을 받기 위해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서비스직이 되어보니

알을 깨고 나온 것처럼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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