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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교정해야겠는데?

화장하는 엄마의 아이가 행복하다.

4mm 차이로 부정교합진단을 받았다. 

S대학 치과병원 의사는 실컷 진단검사까지 마쳤는데 

지나친 사명감으로 교정+양악수술을 만류하였다.


교정의 목적이 뭐죠?


지금 같으면 물론 백번이라도 이뻐지고 싶으니까 그냥 해주세요!라고 주장했겠지만, 애기애기했던 당시의 나는 왠지 허영심에 가득 찬 비윤리적인 사람으로 비칠 것에 대한 겁을 내며 주저주저했다. 가끔 상상하곤 한다. 원래의 모습으로 살만큼 실컷 살았으니, 남은 생을 걸고 도박 한번 해보면 어떨까(양악수술).  


임신과 동시에

오직 한 가지 욕심을 냈다.

아이가 아빠 하악구조를 닮기를.

그리고 마지막 초음파까지 선명하게 나를 닮았던 얼굴윤곽에 좌절했다. 


아이는 크는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어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끝이 나지 않을 테지만,

8살 때부터 교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교정틀을 열심히 끼어야 나중에 큰 수술을 안 할 수 있다고 어르고 달래어 적용하는데,

문득 내 입을 쳐다보던 아들내미가 손으로 내 입술을 뒤집어 까 보았다. 


엄마도 교정해야겠는데?

 

그래,

엄마는 망설이다가 골든타임을 놓쳤단다.

너는 비싼 비용을 들여 일찍부터 치료를 하는 만큼

바른 치열을 유지하렴 OTL..


콤플렉스란 의식하면 할수록 사람을 오로지 그것에 집중하게 하는 반면

다른 나의 강점에 집중할 때 시달림에서 벗어날 수 있다. 


2,30대에는 튀어나온 입을 커버하는 화장도 잘하지 못하고

입술동동 화장기법을 고수했었는데,

이제는 제법 체형을 가리는 코디,

부드러운 인상을 강조하는 화장으로

외출할 때면 제법 괜찮은 내 모습에 만족하곤 한다. 




핵심은 바로 거울 속의 예쁜 나를 찾고 웃음 짓는 데에 있다. 


근성 있게 찾아내야 한다. 


이제는 머리숱도 예전 같지 않고,

눈밑은 꺼지고, 입 주변과 목에도 짙은 주름이 감추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볼록 나온 배,

굵은 허벅지와 팔뚝살까지 더하면

거울을 아예 보기 싫기까지 하다. 


누워만 있다 보면

근육은 더 약해지고,

천사 같은 아이의 재잘거림도 귀찮은 소음같이 느껴진다. 


바지런히 나를 가꿔야 한다.

나와 맞는 좋은 향도 찾고,

열심히 빗질도 하고 윤기나게 헤어오일도 바르고,

좋은 음식을 먹어 피부도 맑게 관리하고

계절이 바뀔때는 옷도 한 벌 새로 장만하고

내 몸에 새겨지는 세월의 흔적이 어색하지 않게

살아가보는 거다.


수술은...

죽기 전에 그래도 미련이 남으면 한 번?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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