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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짧은 두루미 Jul 23. 2024

이상한 만남

인생에서 아주 드문 일이지만, 그래도 아주 우연한 일이 생길 때가 있다.  

전철을 기다리다가 '저쪽으로 가야겠어'라는 생각이 들 때. 

혹은 '오늘 늦게 가면, 어쩐지 이 사람을 만날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 때. 

전철에선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날 일부러 늦게가면, 정말로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날도 그랬다. 

어쩐지 나는 중학교 동창을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동창은 불교 집안이었는데, 중학교 이후엔 연락을 잘 하지 않았고, 

나는 고등학교에 가서 뜨거운 신앙을 가지게 되면서 

바로 그 친구가 하나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간절시 기도했었다. 

이렇게 간절히 기도했는데, 들어주시겠지, 라는 느낌이 들 정도. 


그런데, 우리가 상당히 나이가 들은 어느날. 

나는 그날따라 교회에 늦게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그 애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일부러 느리게 느리게 준비하고 교회에 가는 길에, 

딱 그 애를 만났다. 

그 동창도 우리 교회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친구는 나를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는 이 근처에 산다고 했고, 우리 교회에 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그렇게 짧게 만났다가 가끔 인사하다가 또 지금은 잘 연락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지만 

나는 이 날 정말로 기뻤다. 

왜냐면, 하나님은 그 어린날을 내 기도를 들으시고 

그날 그렇게 내 앞에 기도의 결과를 

하나님의 은혜를 

그 아이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셨기 때문이다. 


그 전으로도 후로도 사실 

'이리로 가면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와 같은 그런 확실한 느낌을 갖고 어디로 간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그건 그냥 일회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난 분명하게 알았다. 

하나님은, 정말로, 살아계시는 구나. 

알고 계시며 

내 기도를 기억하시는구나. 


주님. 지금 드리는 기도도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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