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아주 드문 일이지만, 그래도 아주 우연한 일이 생길 때가 있다.
전철을 기다리다가 '저쪽으로 가야겠어'라는 생각이 들 때.
혹은 '오늘 늦게 가면, 어쩐지 이 사람을 만날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 때.
전철에선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날 일부러 늦게가면, 정말로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날도 그랬다.
어쩐지 나는 중학교 동창을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동창은 불교 집안이었는데, 중학교 이후엔 연락을 잘 하지 않았고,
나는 고등학교에 가서 뜨거운 신앙을 가지게 되면서
바로 그 친구가 하나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간절시 기도했었다.
이렇게 간절히 기도했는데, 들어주시겠지, 라는 느낌이 들 정도.
그런데, 우리가 상당히 나이가 들은 어느날.
나는 그날따라 교회에 늦게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그 애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일부러 느리게 느리게 준비하고 교회에 가는 길에,
딱 그 애를 만났다.
그 동창도 우리 교회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친구는 나를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는 이 근처에 산다고 했고, 우리 교회에 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그렇게 짧게 만났다가 가끔 인사하다가 또 지금은 잘 연락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지만
나는 이 날 정말로 기뻤다.
왜냐면, 하나님은 그 어린날을 내 기도를 들으시고
그날 그렇게 내 앞에 기도의 결과를
하나님의 은혜를
그 아이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셨기 때문이다.
그 전으로도 후로도 사실
'이리로 가면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와 같은 그런 확실한 느낌을 갖고 어디로 간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그건 그냥 일회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난 분명하게 알았다.
하나님은, 정말로, 살아계시는 구나.
알고 계시며
내 기도를 기억하시는구나.
주님. 지금 드리는 기도도 기억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