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다시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검사가 예약되어 있어 그 병원에 또 갔다.
영상을 본 의사는 어서 빠르게 수술해야 한다고 말을 했다. 급하게 수술해야 한다고.
하지만 난 이미 이 병원에서 무언가를 할 마음이 싹 사라져 있었다.
이유는 진료를 기다리면서 또다시 듣지 말아야 할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래부터 음슴체.
도착하니 어제 진료한 선생님이 수술중이었음. 어제 배치기로 환자를 밀어내던 기도 선생님 방으로 안내를 받음. -_-; 그래도 기도 선생님이 대신 무언가를 써주어서 MRI를 찍음. (환자들에겐 나이스하고 친절하셨음. 배로 밀치거나 하는 것은 진상 환자에게만 해당되는 모양..)
한참을 찍고 난 뒤 다시 진료실에 가니
수술이 끝나 쌤이 진료실에 계셨는데
이상하게도 진료실에 의사가 둘이나 들어가 있었음.
다른 의사 쌤의 언사가 상당히 불편하였음.
어제도 느꼈지만 나를 진료해준 분이 이 병원 막내 쌤인 것 같긴 했음. 막내 쌤 방에서 소리가 나니 같은과 쌤들이 몰려왔던 거.
근데, 오늘은 소리가 나긴 나는데 선배 의사의 목소리만 들려왔던 것임.
뭔가 알 수 없는 용어들을 계속 말하면서
"이해가 안 되는 게......."
"어떻게 거기서......"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이 반복되고 있었음
아무래도 내 담당 쌤이 수술실에서 무언가 실수를 해서
선배 쌤에게 혼나는 것 같았음.
진료실 앞에서 그 소리를 다 듣고 기다리는데
아주 오랫동안 둘이 계속 그러고 있었음. 밖에는 나처럼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쌤은 수술실에서 뭔가 엄청 잘못해서 선배에게 혼나는 것임.
보다 못한 직원이 진료실 문을 닫음.
그래도 소리가 조금씩 삐져 나오긴 했음..
결국 직원들이 밖에 환자가 있다고 말을 하자
이런 소리가 나왔음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하고 선배로 보이는 그 선생님이 나왔음..
근데, 나중에...라니. 아직... 덜 끝난 거야..?
하여튼 이 선생님이 수술 시간에 무언가 실수를 한 것 같긴한데
그게 뭐 치명적인 걸까 아니면 그냥 선배의 기분을 나쁘게 한 걸까 그것도 잘 모르겠음...
그리고 어제는 알콜홀릭으로 추정되는 막나가는 분께 막말을 듣고
오늘은 환자들 다 있는데서 선배에게 한참을 잔소리를 들은
내 담당 쌤은
내 무릎 연골이 크게 파열되었으며
내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음.
급하게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거.
근데 이 선생님을 의심한다기 보다는 뭐랄까
저 잔소리를 듣는 것을 다 보고나서
이 선생님께 내가 수술받고 싶진 않을 거 아님?
게다가 이 선생님께 수술을 받으면
병원 설립자가 경비 노릇하는 이 병원에 입원해야 할텐데
그건...
싫음...
그렇지 않아도 오늘도 보니까
그 할아버지가 로비를 왔다갔다 하면서
관리하고 간섭하고 하는 것을 목격하고
내, MRI를 마지막으로 이 병원 다시는 안온다, 라고 결심하고 있던 차였음.
급한 일이 있어 (이것도 사실임)
수술은
나중에 받겠다고 하고 나왔음.
역시
보라매로 가야겠음...
그리고 뭐랄까 슬프고
중고등학교 때 겁나게 공부하고
의대 다니며 미췬듯이 공부하다가
고생고생해서 인턴 마치고
전문의가 되어 높은 연봉을 받을 것임에 틀림 없을,
이 선생님들의 직장 생활 역시
녹록치가 않구나, 싶은.
* 실비를 청구하고 나서, 보험 회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이거 보험이 되는 것인데 의사 쌤이 이상하게 처리해버렸으니 다시 해오라고...
확인해보니 사실이었고
난 의료보험 환자임에도 의료보험 헤택을 하나도 못 받고 결제했던 거..
환불받고 재 결재하고 돌아옴.
.....
선생님들의 삶도 녹록치가 않구나;;;
* 나중에 보라매 병원에 가서 보니, 수술할 필요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이런 불상사를 목격하지만 않았어도 겁나서 얼른 수술했을텐데
천만 다행이다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