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도식 스터디를 듣다.
내게는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읽은 책이 있다. 2007년에 사서 2022년에야 완독을 했으니 무려 15년이 걸린 셈이다. 책의 제목은 <감정의 연금술>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의 생각 습관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인생의 덫과 그 덫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의 ‘깨어 있는 마음’을 다룬다.
간신히 완독을 끝내고 나니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그런데 내 인생의 덫을 어떻게 알 수 있지? 책에서는 인간에게 주로 나타나는 인생의 덫으로, 버림받음의 덫과 불신의 덫, 사회적 소외의 덫, 정서적 박탈감의 덫 등을 꼽고 있다. 다음 글에 인생의 덫이 잘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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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도식에서 중요한 개념인 인생의 덫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다뤄보겠습니다. 인생의 덫의 세 가지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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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연찮게 친구와의 통화에서 한 심리학 스터디를 추천받게 되었다. 이 스터디에서 읽을 책은 ‘삶의 덫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를 열기’ 였다. 스터디에서는 검사를 통해 내게 어떤 덫이 강력하게 나타나는지도 알려준다고 했다. 그러니까 나의 의문, 내 인생의 덫을 찾는 방법을 해결해줄 기회였다.
아직도 이 동시성을 생각하면 신기하다. 동시성이란 내가 마음속으로 바라는 일이 실제로 우연히 동시에 생기는 현상을 일컫는다. 아직도 애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는 의문을 풀고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심리도식 스터디를 듣게 되었다.
스터디 첫 모임에서 마음에 쏙 드는 말을 접했다. 진정한 치유는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을 때부터 마음이 뭉클했다. 하지만 세 시간 남짓한 스터디를 듣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스터디를 듣는 수요일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줌 화면 앞에 마주 앉아야 했다.
스터디는 11월에 시작하여 해가 바뀌도록 계속되었다. 나를 포함하여 총 세명이었는데, 다른 두 명은 상담 심리학을 공부하거나 실제로 상담을 하는 사람이었다. 다른 분은 스터디에 깊이 몰입하여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나는 이때 위가 고장나는 바람에 몇 번 수업을 빼먹는 등 차츰 불량 학생이 되어갔다.
그래도 흔들리는 마음을 가라앉힐 몇 가지 도구를 익혔다. 빈 의자 기법이라고 해서 두 개의 의자를 오가며 두 개의 자아가 서로 대화하게 하는 기법도 배웠고, 덫을 극복할 대안으로 플래쉬카드라는 것을 쓰는 방법도 배웠다.
내게는 특히 결함의 덫이 가장 깊었다. 내게 문제가 있고 나의 문제와 결함에 깊이 빠져서 위축되고 우울해지게 만드는 덫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듯 하다. 이렇게 결함의 덫에 빠진 나를 달래주기 위한 플래쉬카드는 아직도 마음에 드는 버전으로 완성하지 못했다. 올해는 완성했으면 좋겠다.
스터디를 접하면서 내게 가장 유용했던 가르침은 괴로운 상태, 인생의 덫으로 내가 나를 괴롭히는 상태를 인지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더욱 신기한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덫에 걸렸구나 하는 사실을 인지하면 덫에서 빠져나오기가 쉬워진다. 이렇게 덫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으로 스터디를 들은 소임은 다했다고도 느껴진다.
이렇게 2022년 연말과 2023년 연초는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하고, 내 내면의 그동안 몰랐던 문제를 발견하고, 이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을 공부하는 알차고 낯선 일로 마무리했다.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성장하려는 나여서 감사하다. 여력이 닿는 한 꾸준히 공부하고 배우고 그래서 발전하는 나로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