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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빈 Feb 18. 2024

낯선 일의 또 다른 묘미

기릴보이 콘서트에 가다.

쇼미더머니를 즐겨보았다. 특히 2020년에 한 쇼미더머니 시즌 9는 유독 빠져서 보았다. 쇼미더머니는 주로 여름에 하는데 이 해는 가을부터 시작했다. 코로나 때문이다. 한 해의 마지막을 힙합과 함께 보냈다. 시즌 9의 우승자인 릴보이를 응원하면서.    

 

릴보이는 5년 전에 쇼미더머니 시즌 4에도 출연했다. 그때도 어느 정도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파이널에 오르지 못하고 떨어졌다. 이후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고, 발라드 래퍼라는 비난에도 시달렸다고 한다. 하지만 5년이 지나고 나서 그는 ‘5년 전과는 다른 위치(On Air라는 곡에 나오는 가사다)’에 섰고, 우승자가 되었다.      

이때 릴보이가 발표한 노래 중에 기리보이와 함께 한 ‘내일이 오면’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무명 시절에 함께 어울리기도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나이가 같아서인지 아니면 그냥 실력이 좋아서인지 합이 잘 맞았다.


막연히 이때 라이브로 이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쇼미더 시즌 9 콘서트는 열리지 않았고 그렇게 ‘내일이 오면’ 은 내 일상에서 멀어져갔다.     


그러다 문득 죽전역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다시 나타났다. 릴보이와 기리보이가. 용인에서 콘서트를 한다고 했다. 서둘러 검색해보니 아직 예매 중이었다. 신이 나서 그 자리에서 콘서트를 바로 예매했다. 다행히 내가 갈 수 있는 날이었다.   

  

콘서트가 열릴 처인홀은 멀지는 않았지만 한참 낯선 곳이었다. 장소를 못 찾아서 헤맬까 봐 사전 답사까지 다녀왔다. 덕분에 당일에는 일찍 도착해서 커피숍에 들러 잠시 노트를 적기도 했다. 새로운 일, 낯선 일, 긴장되는 일 앞에서는 커피와 노트를 마주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나의 루틴이 되었다.     


막상 콘서트장에 들어갔을 때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콘서트 제목이 Attention MZ Live였던 데다 나중에 알고 보니 릴보이와 기리보이는 초통령이라고 했다. 콘서트 시작 시간도 5시........ 이 모든 것이 향하는것은.......... 주변에 온통 10대뿐이었다. 나는 학생들 모임에 낀 학부모가 된 느낌이다.     


다행히도 콘서트가 시작되고 나서는 당황이고 뭐고 사라지고 신나게 즐길 수 있었다. 힙합은 신나게 즐기는 거지! 릴보이의 새 앨범 신곡들을 들을 수 있어서도 좋았지만 이날 내가 새롭게 꽂힌 곡은 기리보이의 ‘호랑이 소굴’이었다.      


기리보이는 노래 가사에도 나오듯 ‘멋있게 지고 싶’다 라고 말하며 이 노래를 불러제꼈는데, 저 사람은 이미 스타인데 멋있게라도 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순간이 있는 걸까? 궁금한 동시에 나도 지는 걸 무서워하기보다 멋있게 지고 싶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동영상 촬영은 계속 금지되어 있었는데 유일하게 찍을 수 있는 노래가 이날의 하이라이트, ‘내일이 오면’ 이었다. 덕분에 내 휴대전화 속의 소중한 기억으로 남기도 했다. ‘내일이 오면’에서 특히 좋아하는 가사가 있다. 빅나티가 제일 마지막에 부르는 소절이다.


Tomorrow Tomorrow

눈을 감고 노랠 부르면

몰랐던 답들이 내게 다가와 손을 건네고

보지 못했던 감동을 너는 보게 될 거야     


답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몰랐던 답들이 다가올 거라고 하는 말이 감동적이었다. 어쩌면 내일을 향한 희망을 품고 살아나가는 것이 우리가 자기만의 답을 찾아가는 해결책일지도 모른다. 살아나감 속에 저절로 알게 되는 것?      


물론 답을 알게 되는 것만이 올바른 삶의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답이 없는 문제도 있을 것이고. 그래도 노래를 듣는 순간만이라도 보지 못했던 감동 속에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 3, 4분 만에 끝날 느낌이라고 해도.      

어느 고단한 시기를 버티게 해준 노래를 라이브로 만났다. 낯선 곳에서 나보다 훨씬 젊은(어린?) 사람들 속에서 다소 어리둥절한 채로였다. 하지만 당시 느꼈던 마음의 울렁거림은 여전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마음이 움직이는 경험을 열심히 내 발로 찾아다니는 것, 그것이 낯선 일의 또 다른 묘미일지도 모른다.      


용인시문예회관 처인홀이라는 곳이 있었다......
콘서트장에서 정신없이 찍은 사진 1


콘서트장에서 정신없이 찍은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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