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일 1달차 소회
매주 낯선 일을 하다가 어느덧 한 달 차에 이르렀다. 한 달 동안의 경험에서 느낀 바를 노트에 적어보았다.
10월 16일
낯선 일 한 달 차 후기
‘소소하지만 낯선’을 하며 배운 것. 어느덧 거의 1달 차다.
나는 엄청 헤맨다. 한번 길을 잃으면 혼란에 빠짐. 하지만 길을 잃는 것은 두렵고 불안한 일이 아니다. 모를 때 마구 가지 말고 우선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힐 것.
한번 헤맨 곳은 다시 가면 편안해진다.
재밌는 일이더라도 너무 빠지면 기가 빨린다. 낯섦이 내게는 상당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기억할 것.
지치고 피곤할 때는 일단 멈춤 버튼!
낯선 공간에서 아이디어 노트를 쓰면 더욱 아이디어가 잘 떠오른다. 새로운 카페+ 아노쓰 루틴도 효과적일 듯.
후기를 쓰면서 약간의 규칙 같은 것도 세워보았다. 첫째, 처음 가 본 곳/잘 안 가 본 곳에 갈 때는 1시간 일찍 나간다. 둘째, 피곤할 때 무리하지 않는다. 내 상태를 잘 살핀다. 셋째, 낯선 곳으로 향할 때는 아이디어 노트를 챙겨간다, 이렇게 세 가지다.
첫 번째 규칙은 듄을 보느라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나서 만들었다. 낯선 동네에 갈 때는 한 시간 이상 일찍 나갔는데 그 시간을 전부 쓰면서 헤맸던 적도 있고, 여유 있게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 적도 있다. 이 규칙은 앞으로도 계속 지킬 예정이다.
두 번째 규칙은 낯선 일을 결심하고 준비하고 실천하는 데 꽤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어 세웠다. 소소하지만 낯선 일이 피곤하고 부담스러운 일이 되지 않도록, 그래서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세운 규칙이다.
아예 못하게 될 때도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넘어가려 한다. 정해진 시간에 거창한 걸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가능한 오래, 즐겁게 이어나가면서 낯선 일과 친해지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내가 30대일 때 40대 두 분이 “나는 다 겪어봤어,” “이제 다 똑같고 다 알아서 지겨워”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40대가 되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80대, 90대까지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데 40대에 다 겪고 다 안다고 생각한다면 남은 인생은 어떻게 살지? 아마 막상 당사자들은 자신이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도 기억 못 할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좀 충격이었다.
나는 안 겪어본 것도 꽤 있고, 색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많다. 작년에는 50~60대가 중심인 합창단 활동을 했고, 올해는 20대가 메인인 듯한 활동을 시작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이러한 차이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모르는 일, 색다른 일을 경험하는 데에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새삼 느꼈다. 나는 최대한 오래 이 노력을 유지하고 싶다.
재작년인가, 모임에서 앞으로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생각해 보지 않은 주제여서 아이디어 노트로 몇 번이나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은지를 적어보았는데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친구와 통화하다 문득 ‘모닝페이지를 계속 쓰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변이 없는 한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모닝페이지는 이제 자연스러운 내 일상이니까.
그리고 이제는 ‘소소하지만 낯선 일을 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졌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고 그런 경험에 도전하면서 조금씩 더 배우고 깊어지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실제로 지켜질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마음을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글로 써 두었으니 좀 더 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지금 내게 좋은 일을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하고 싶어지는 것 같다. 그러니까 피곤해하기도 하고 헤매고 난리를 치고 해도 결국 나는 낯선 일이 즐거운 것이다. 즐거운 일을 매주 챌린지 삼아 할 수 있다니 삶이 더 반짝반짝해지는 느낌이 든다. 일에 쫓겨서 이번 주에는 소소하지만 낯선 무언가를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괜찮다. 다음 주, 아니, 다 다음 주에라도 나는 다시 낯선 일과 만날 거니까. See You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