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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빈 Feb 25. 2024

참 낯설던 애도와 극복

마음이 힘들 땐 몸을 움직여야지

이 일을 ‘소소하지만 낯선’에 넣고 싶지는 않지만, 2022년 11월 내게는 새롭고 낯선 경험이 있었다. 이 사건 자체를 낯선 일이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이 경험을 극복하기 위한 나의 노력을 ‘소소하지만 낯선’에 추가하기로 한다.


2022년 11월 어느 토요일, 그날도 나는 어떤 소소하지만 낯섦을 경험하러 어느 독서모임 번개에 참여했다. 그리고 아직은 낯선 사람들과 처음 해 보는 보드게임 두 개를 즐겼다. 그날 나는 어떤 기묘한 우연에서인지 ‘슬픔의 위로’ 라는 책을 들고 있었다. 책의 주제는 사별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얼핏 생각했다.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난 경험이 없어서 이 책이 잘 다가오지는 않는다고.


그리고 모임 중간에 어떤 전화를 받았다. 대학교에서 만나 가족처럼 가깝게 생각하던, 가족처럼 믿던 친구가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전화였다. 허둥지둥 모임에서 나와 집으로 달려가던 기억이 난다. 


해외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내게 닥친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친구는 일단 어서 집으로 가라고 했다. 그때의 막막함과 두려움과 정신이 멍해진 것 같은 기분을, 이게 현실인가, 꿈인가 하는 기분을 어떻게 더 설명할 수 있을지.


장례식에 가고 발인에 참여하고 며칠 동안 전혀 낯선 경험이 이어졌다. 낯설고 새로운 경험을 게임처럼, 미션처럼 즐기던 내게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일이었다. 아무런 예상도, 준비도 없이 나는 애도의 세상에 내동댕이쳐졌다. 


내동댕이친 채로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살아 있으니 어떻게라도 일어서야 했다. 일어서서 다시 발걸음을 내딛고, 다시 일상에 복구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렇게 애도에서 나와 극복으로 향하는 여정이 내가 지난 겨울에 겪은 낯선 일이었다. 우선은 근처의 산을 등반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산의 사진을 찍고 매번 낯선 일이라 이름하며 인스타에 올리기까지 했다. 


그때는 그거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몸이 계속 안 좋고 집중도 되지 않아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몇 달이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그래서 잡은 게 등산이었다. 마음이 힘들 땐 몸을 움직여야지. 몸이 피곤해지면 잠이 잘 왔다. 날 괴롭히는 생각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는 왜 친구에게 병원에서 더 치료를 받으라고 말하지 않았나. 왜 한 번도 문안을 가지 않았나. 그날 밤 전화는 왜 받지 못했나. 왜 이렇게 빨리 친구를 데려갔을까. 너무 아까운 나이가 아닌가. 살아서 더 많은 좋은 일을, 재미있는 일을 해야 할 친구였는데. 


끔찍한 날 전화를 받아준 (다른) 친구가 멀리서나마 나를 챙겨주며 건넨 말들이 기억에 남는다.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봤던 말들을 이곳에도 데려와본다. 


우린 90살까지 살꺼야. 그러다 보면 우리 주변에 많은 소중한 사람들이 가고 우리도 가슴 아픈 일이 너무 많을 거야. 그래도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준 애정(가끔은 지긋지긋한 시간) 때문에 잘 살아가고 툴툴거리는 할머니 하다가 그러다가 가는 거지 뭐.


90살까지 살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툴툴거리는 할머니 하자고 말해준 마음 덕분에 힘이 났다.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내 옆에 있는 사람들도 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라는 말은 어찌 보면 냉정하지만 또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게 조금씩 거대한 슬픔 속에서 현실로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아직도 세상을 떠난 친구의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고,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 친구를 알고,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내게 처음으로 애도의 슬픔을 알려준 친구, 그 슬픔과 더불어 살아나가는 방법까지 가르쳐 주고 있는 친구. 어느 곳에 있든 그 애의 마음이 편안하길 바란다. 


너무 눈부신 가을의 한 자락
너무 다정하고 고우시던 성모님
어느 자락에는 무영총이라는 그림도 있었다.
마침내 다다른 정상. 까지 가는 길이 꽤 험했다. 다시 갈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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