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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빈 Mar 17. 2024

서툴고 혼란한 나를 만나는 것

다낭 여행 기록을 들춰보았다.

2023년 2월부터는 매주 낯선 일을 블로그에 올렸다. 2월 1, 2주차는 서호와 다낭에 갔기 때문에 간단히 여행기를 적었다. 3주차는 하지 못하고, 4주차는 1월에 친구와 시작한 기록모임에 대해 적었다. 일정에 쫓겨 밖으로 나가지 못했기 때문에 집에서 속닥하게 하는 취미에 대해 쓴 것.     

 

2월의 낯선 일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다낭 여행이 될 것이다. 호이안에서 배를 타고, 바나힐에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골든 브릿지도 봤으며, 다낭 시가지의 한시장과 핑크 성당에도 가고, 마지막으로 마케비치에도 들르면서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다낭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한국 사람이 많았다는 것, 어딜 가나 웅성웅성 한국어가 들려왔다. 그리고 사람들이 진정한 여행객(?)으로 보였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다낭의 여행객들은 대체로 밝은 색상과 화려한 무늬의 옷차림으로 여행의 여유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배와 케이블카를 타고 바다를 보러 가고 하는 액티비티(?) 뿐 아니라 시가지를 바라보며 코코넛 쥬스를 마시면서 멍을 때리는 시간이나, 비행기 타기 직전에 받았던 발 마사지의 나른함까지 골고루 좋았던 시간이었다.     

2월에 적은 다낭 여행기의 마지막 문단은 다음과 같다.     


낯선 일을 하면서, 낯선 곳에 가고 낯선 음식을 먹으며 그 낯선 대상보다 새로운 것을 대하는 나 자신에 대해 더욱 알게 된다. 어떤 식의 새로움이든 나라는 필터를 거치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나는 대체로 겁을 내고 대체로 망설이고 머뭇거린다. 헤매기도 하고 그런 나에게 속상해할 때도 더러 있다.      


하지만 ‘낯선 일’을 미션으로 삼은 덕분에 종종 재미있어하고, 어떻게 기록할까 궁리하게도 되었다. 나의 안전지대를 조금씩이라도 벗어나려는 시도와도 약간은 친해지지 않았나도 싶다. 낯선 경험을,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진정으로 즐기는 내가 되기를 바라면서 다낭에서의 활기차면서도 나른한 기억도 낯섦의 한 장에 끼워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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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에 다녀온 지도 어느새 1년이 넘었다. 낯선 일도 햇수로는 3년 차에 접어든다. 낯선 도전도 곧잘 하고 그 기록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낯선 경험과 여행을 진정 즐기는 내가 되었는지,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시도와 친해졌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이런 의문도 있고, ‘소소하지만 낯선’을 수행하며 실제로 내가 성장하고 있는가? 하는 회의도 있다. 즐겁지도 않고, 성장하지도 않는다면 나는 이런 도전을 왜 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까지 이른다.      


나에게 익숙한 일을 하며 비슷한 소수의 사람만 만나고 같은 공간에서 살고 근처만을 돌아다니고 그럭저럭한 활동과 취미만을 계속 한다면 앞으로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제한된 경험과 사고와 세계에 갇힌 사람이 되지 않을까? 앞으로 30년, 40년을 나는 이런 상태로 살고 싶을까? 이미 내가 알고 있고 경험한 일만을 하면서 그렇게 정체되고 싶을까?     


소심하고 겁이 많으니 어쩔 수가 없다. 아주 조금씩 의식적으로 나라는 사람의 경험과 세계의 반경을 넓혀가려는 것이다. 약간만이라도 넓어지고 조금 더 깊어지는 것이다. 나의 부족하고 어설픈 면을 만나는 것도 감사한 경험이다. 내게 원래 그런 면이 내재하고 있는데 평소에는 만나지 못한다.     


하지만 살짝이라도 낯선 자극을 주면 튀어나오는 것이다. 겁을 먹고 당황하고 어쩔 줄 모르는 내 모습이. 그런 내 모습도 가끔 겪다 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나는 낯선 상황에서는 갈피를 잡지 못하니까 미리 이렇게 준비를 해 두자, 그렇게 될 때는 이런 식으로 행동하자 하면서.

     

여행을 덜 즐겨서 헤매고, 안전지대와 아직 많이 서먹한 사이더라도 괜찮다는 쪽으로 생각을 옮겨본다. 서툴고 혼란한 나와 만나는 것이 낯선 일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하면서. 자주 만나다 보면 그런 나와도 좀 더 친해지고 좀 더 잘 지낼 수 있겠지.         


  

바니힐의 골든 브릿지에 올랐다.  웅장한 손도 멋지지만, 쨍한 색감이 더욱 눈부시다. 


핑크 성당의 고운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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