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툐에서 가이세키 요리를 맛보다.
3월 3주차에는 3박 4일로 교토에 다녀왔다. 교토에서는 일본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낯선 경험을 했다.
일본의 전통 여관이라는 료칸에 머물면서 저녁 세 끼를 가이세키로 먹은 것. 가이세키는 작은 그릇에 다양한 음식이 순차적으로 나오는 일본식 코스 요리라고 한다. 이번 교토 여행의 컨셉은 ‘잘 먹고 푹 쉬기’ 였던 것 같다.
목욕도 푹 하고 많이 걷기도 했다. 썩 건강한 여행이었다. 나름대로 사진을 열심히 찍으려 했으나 방 정경과 침대 등을 찍지 못한 것 아쉽군.
오래된 건물이라 불편한 점도 있었다. 걸을 때 나무 바닥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낮고 계단을 내려갈 때는 나무 기둥에 부딪힐세라 몸을 살짝 굽혀야 했다.
방에는 전기 포트와 샤워실이 따로 없어서 커피를 마셔야 할 때는 물을 끓여달라고 해야 했다. 그럼에도 편안하게 느껴졌다. 잠이 잘 왔고 오래된 나무와 정성스런 돌봄의 기운이 나를 감싸주는 것 같았다.
료칸 주인은 요리사였다. 저녁마다 직접 요리를 해 주었다. 요리에 푹 빠진 진지한 모습에서 ‘장인정신’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이 료칸은 180년이나 되었고 7대째 운영중이라고 한다. 주인은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아들이 이곳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인이 요리를 하고 식사를 대접하는 모습을 보면서 떠오른 구절이 있었다. <꿈을 이룬 사람들의 뇌>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나에게는 마라톤을 하는 친구가 있다.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다리로 뛰는 게 아니야. 마음으로 뛰는 거지.”
주인도 손으로 요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요리를 한 것처럼 느껴졌다. 단순히 기술을 담는 게 아니라 마음을 담아서 요리를 하는 것처럼. 그렇게 마음으로 한 요리를 마음으로 보고, 마음으로 먹었던 게 아닐까 싶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마음으로 내가 만든 것을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음을 다해 쓴 글을 누군가 마음을 담아 읽어주어도 기쁠 것 같다.
한 해를 돌아보면 종종 여행의 기억이 가장 뚜렷하게 남는다. 7대째 이어져 내려온 건물과 기운 속에 지냈던 담백하면서도 푸짐한 여행. 2023년 봄의 교토 여행은 이렇게 기억에 남을 것이다.
물론 가이세키라는 일본의 요리를 처음 알고 접한 것도 이번 여행의 가치일 것이다. 가장 낯선 일이기도 하고. 낯선 공간, 낯선 동네, 낯선 풍경, 낯선 잠자리, 낯선 사람들, 여행은 어쩌면 낯선 일의 결정판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