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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빈 May 26. 2024

키쿠지와 쿠마모토에 갔어.

쉼을 위한 여행

일본 여행 계획을 잡은 건 물론 일이 들어오기 전이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휴양인지라 틈틈이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지만 예상과 달리 일은 별로 하지 못했다. 일 앞에 앉으면 자꾸 머리가 아파서다. 하여간 머리가 아프면 쉬는 거 말고는 달리 답이 없다. 그래서 좀 쉬고 책도 읽고 그랬다.      

이번 일본 여행에서는 두 개의 새로운/낯선 도시에 갔으므로 별로 색다른 액티비티를 하지 않았어도 ‘낯선 일’ 이라 부를 만하다. 먼저 들른 키쿠지는 동네가 화사하면서도 얌전했다. 편의점이나 마트를 가려고 해도 한참 걸어가야 한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화창한 하늘빛과 가만가만한 분위기는 이 단점을 덮고도 남았다.   


 

지금 봐도 호젓한 키쿠지 전경

조용한 온천, 수풀 속에 들어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노천 온천도 고즈넉하고 편안했다. 시골인지라 외국 손님이 거의 없었다. 일본 사람들은 온천을 하고 저녁을 먹으면서 술 한 잔(몇 잔)하는 패턴이라는 것도 느꼈다. 저녁을 먹고 나서 7시 좀 넘어서 온천에 가니 아무도 없었다. 좀 으스스할 만큼.      


키쿠지 료칸에서 먹은 회. 보기도 좋고 먹기에도 좋았다.


온천이라는 목적을 실컷 달성하고, 일본의 오랜 전통 과자점이라는 곳에 들러 책도 좀 하고 메모도 좀 하고 그랬다. 차마 일은 못했다. 본격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틀을 보내고, 사흘째 되는 날 한 시간 남짓 차를 타고 쿠마모토로 넘어간다.      


북적북적한 도시의 분위기. 호텔에는 쿠마모토의 상징인 쿠마몬이 있었다. 서울예고에 합격한 조카에게 축하선물로 하나 샀는데, 작은 거라도 내꺼 하나 사올 껄 그랬다. 사진으로나마 아쉬움을 달래본다.     


니코 호텔에서 손님들을 맞아주는 쿠마몬 


백화점에서 데이트 하는 듯한 쿠마몬


쿠마모토에서는 스타벅스에 두 어 번 갔다. 호텔 근처에 쇼핑 아케이드도 있고, 백화점도 있고, 스퀘어도 있고, 성까지 멀지 않아 여러 모로 편했다. 마침 할로윈 무렵이라서 그 전날에도 당일에도 다양하게 분장하고 축제를 즐기는 광경을 접할 수 있어 들뜨고 신이 나기도 했다. 사진은 별로 찍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의 얼굴을 대놓고 찍기는 좀 그래서......     

할로윈의 열기! 열광!


이번 여행에서는 처음으로 유카타도 입어보았다. 목욕갈 때와 식사할 때 다들 입고 있어서 나도 자연스럽게 입어봄. 그리고 쿠마모토에서는 말고기가 유명한데 가이세키 중 조금 나온 것을 먹어보았을 뿐, 본격 말고기 도전은 하지 않았다. 


또 아쉬운 점은 쿠마모토 성에 가지 못했다는 것. 호텔에서 바로 보이는데 근처까지만 가고  들어가지 못했다. 네시 반에 성이 닫혔기 때문이다. 대신 근처 산책을 하고 왔는데 마음에 드는 나무를 발견해서 찍어보았다. 

호텔에서 찍은 쿠마모토 성


나무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시간이 좀 흘러나서나마 일본 여행 기록을 남겨본다. 다녀오고 나서 되살려 볼 때 더욱 새록새록한 것 같은 여행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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