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용 1인 세신샵 ‘결’ 에 가다.
‘결’에 대해서 처음 접한 것은 트위터에서다. 여성 전문 세신샵이 있는데 무척 힐링된다는 내용이었다. 장소가 수원이라 머뭇거리고 있는데 올해 참여하고 있는 모임에서도 ‘결’을 다녀오고 무척 좋았다는 말이 들려왔다. ‘가야 한다’는 마음이 다시 스멀거렸다.
지난 6월 마감을 하고 예약까지 했다가 결국 취소, 그 이후로는 일정에 쫓겨 수원까지 다녀올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10월 마감 후 다시 기회가 생겨 10월 9일에 바로 예약을 하고 다녀왔다.
서판교는 교통이 편하다지만 나는 교통이 불편한 곳만 찾아다니는지 이번에도 버스를 갈아타고 또 갈아타고 20분 가량 걸어서 간신히 ‘결’ 도착. 일부러 1시간 남짓 일찍 나갔는데 길이 막히고 헤매는 통에 거의 제 시간에 도착했다.
샵에 들어가니 아무도 없다....... 그리고 유리창 너머로 물 튀기는 소리만 들려온다. 잠시 후 이모님(?)이신지가 고개를 내밀고 ‘조금만 기다리세요. 지금 다른 손님 있어요’ 하신다. 다른 손님이 나오시고 방으로 안내받는다.
처음이고 마구 헤맨 뒤에 온 터라 나의 상태는 평소보다 더 어리둥절, 어리버리. 그래도 욕조에 들어앉아서 마시는 차가운 우엉차의 맛이 좋았다. 잠시 후 이모님이 들어오시고 이곳이 1호점이며 이후 계속 생겼고 하는 간단한 역사(?)와 1인샵/소상공인의 애환까지 조금씩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1시간 여가 지나고 평소보다 보송보송해진 채로 샵을 나섰다. 밧데리가 부족한데 집까지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까? 라는 걱정에 휩싸였고 약간의 좌충우돌이 있었지만 무사히 귀가.
여자들은 술도 많이 안 마시고 힐링할 게 별로 없잖아요. 이런 데 와서 힐링하는 거죠 라는 이모님의 말씀이 귓전에 남는다. 세신은 수면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불면증이 있는 직장인이 들르기도 한단다.
하지만 역시 찾아가기 어렵다는 것이 복병이라 이 날의 세신이 썩 마음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가지는 못했다. 글을 쓰다 보니 스멀스멀 ‘결’ 이라는 곳에서의 경험이 좋았다는 기억이 되살아나지만 그렇다고 선뜻 다시 가보자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마감을 끝내고 나서 선물로, 한 해를 마치는 기념으로 등 특별한 의미를 담아 한번씩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평소 자기돌봄을 중요시하는 편인데, 이곳에서의 시간이 자기돌봄과 맞닻아 있다고 느끼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힐링이 필요한 날, 다시 찾아보기로 한다.
‘소소하지만 낯선’이라는 나만의 미션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바로 낯선 데로 나가는 것이다. 마감 때는 이 중요함을 번번이 놓치기 때문에 비교적 한가한 때에 낯선 데로 나가보았다는 측면에서 이 날의 낯선 일은 썩 만족스러웠다. 다음에는 또 어떤 낯선 일을 만나게 될까? 이 질문에 새삼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