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용인시를 떠나 성남시민이 되다.
2013년부터 10년 넘게 신동백에 살았다. 신동백은 참 멋진 곳이다. 조용하고 석성산이 마주보이는 환경도 근사하다. 아파트 단지는 잘 가꾸어져 있고, 산책을 하기에 맞춤하다. 하지만 인프라가 부족하고 무엇보다 교통이 무척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있는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커서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었다.
우리 가족은 몇 년 전부터 계속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가 엄마 지인분들의 추천으로 서판교에 적당한(아니, 훌륭한) 집과 인연을 트게 되었다. 몇 번의 방문 끝에 드디어 2023년 7월 말, 계약을 마치고 이사가 결정되었다. 그리고 8월부터는 새로 들여놓을 책상과 침대, 화장대 등을 알아보러 다녔다. 9월 초에는 ‘이사’ 라는, 거대한 낯선 일이 내게 들이닥쳤다.
이사가 이렇게 힘들고 빡센 일이었던가. 집을 떠나오면서부터는 쓰레기 버리기와 정리가 난리였고, 이후 이어지는 끊임없는 전화 전화 전화 주문 주문 주문. 가장 많이 전화를 돌렸던 월요일에는 목이 쉬어버렸는데 하필이면 이 주부터 합창단 추가 연습 기간이라 수요일 금요일에 살살 부르는 흉내만 내다 왔다.
새로운 곳에 와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집에서 마주하는 풍경이 달라졌다는 점이 아닐까. 문득 눈에 들어오는 내 방 풍경이 아직은 영 낯설다. 소녀(혹시 앨리스?)와 앨리스가 있는 분홍분홍 방 벽지는 무엇인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식탁 겸 차탁이 있는 곳이다. 일본에서 사 온 인형과 창 밖 나무가 어우러진 느낌이 여유롭고 차분하달까? 마루와 부엌 양쪽을 나무들이 감싸고 있는 느낌이라 엄마는 수목원에 온 것 같다고 하신다.
두 번째로 느껴지는 변화는 교통. 열심히 버스 노선과 방향을 체크 중이다. 이건 건너가서 가고 저건 이 자리에서 타고.... 판교역 가는 건 몇 번, 야탑역은 몇 번, 미금역은 몇 번, 네이버 지도와 더더욱 친하게 지내고 있다.
세 번째 변화는 맛집인데 지금까지 참기름 맛집, 호프집, 닭칼국수집, 갈비집, 분식집 등을 갔다. 이곳은 8시면 닫아버리려 하고,(! 중국집도, 참기름 맛집도 8시 전에 마지막 주문을 받는다) 일반 식당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으며, 일요일에는 많이들 닫는다.
아 그리고 압구정 살 때 최애(당시에는 이런 말이 없었지) 케이크 집이었던 카페 라리의 크레페도 먹었다. 하나에 8, 500원. 노올라운 가격. 최종 마감 주간에 내게 선물할 예정이다.
마지막이지만 가장 멋진 변화는 산세권과 도세권이 어우러진 주변 환경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바로 금토산으로 연결되어 이제 시시때때로 등산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2주 남짓하여 환경이 정리되어 산에 올라보니 맨발로 산길을 걸으며 earthing을 즐기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아직은 시도를 못했지만 조만간 맨발로 금토산을 걷는 체험도 누려보고 싶다.
번역가로서 자료 조사를 할 때도, 자연인으로 취미를 즐길 때도 도서관 방문 및 탐방은 내게 없어서는 안 될 활동이다. 걸어서 10분 남짓한 거리에 판교도서관이 있고, 걸어서 20분 남짓한 거리에는 운중도서관이 있으니 도세권의 혜택을 충만하게 누릴 수 있게 된 점도 이사의 크나큰 장점이다.
인간을 바꾸는 법은 세 가지 뿐이라고 한다. 시간을 달리 쓰거나 사는 곳을 바꾸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사는 곳이 바뀌었으니 나라는 인간도 바뀌지 않을까도 기대해 본다. 이왕이면 더 밝고 긍정적인 변화이길 바라며, 소소하지 않지만 낯선 일을 겪고 있는 소회를 줄인다.
산책로도 바뀌었다. 운중천 산책로
수목원을 방불케 하는 1층 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