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 3주차- 화상 영어공부를 시작하다.
나는 영문학을 전공했고, 영어로 일도 10년 넘게 하고 있지만 말은 잘 못 한다. 워낙 집순집순해서 잘 못 느끼고 있다가 최근 베트남을 몇 번 다녀오면서 새삼 내가 영어로 말을 잘 못한다는 사실에 충격(씩이나)을 받았다.
정말 마트 직원, 빵집 직원, 식당 직원보다 내가 말을 더 못해.........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이 외국인 거주지라서 일부러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을 뽑는다는데........ 그렇다고 내가 잘 못한다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베트남에서 주로 살면서 베트남어를 배우려다 오히려 영어가 더욱 늘어버린(선생님과 주로 영어로 대화한다고 한다) 오빠의 충고에 따라 필리핀 선생님과 화상 영어 회화를 해보기로 했다.
이 생각을 한 게 아마 어느 봄일 텐데 마감하느라 새로운 걸 시작할 엄두를 못 내다가 마감 끝나고 정신없이 끌려다니다가(뭣에다가?) 지난달에야 실행의 의지가 생겨서 겨우 검색과 등록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7월말, 화상 영어를 시작했다. 매니저님과의 제법 상세한 통화를 통해 설명을 듣고 나는 수업 첫 날 수업시작하기 한시간 전인가 수업 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호다닥 놀라 준비를 시작.
간단히 교재를 훑어보고 화상강의실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옷걸이에 걸린 밀짚모자를 치우고(?)....... 나란 인간은 왜 이리 매사 정신이 없는 것이야....... 그렇게 얼떨결에 첫 수업을 시작하고 밝은 표정의 필리핀 여자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긴장도 하고 신경도 많이 썼던 것 같은데 지금은 차차 적응 중인 것 같다. 이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수업이 끝나고 바로 20분 동안 대화한 영상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볼때는 나의 어리바리함에 경악을 금치 못하다가....... 몇 번 보고 나서는 적당히 화면을 틀어두고 필사를 하면서 엄벙덤벙 복습을 하려고 하고 있다.
화상영어는 지난 3월까지 하고 그만두었다. 일주일에 두 번씩 해서 7개월 정도의 강의를 들었다. 나중에는 마감과 여러 상황이 겹치는 바람에 복습은커녕 수업에도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고, 휴지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더 이상 신청하지 않았다.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와는 별개로 선생님과의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항상 웃으며 밝은 모습을 보이신 점도 좋았고, 나와는 달리 다이어트에 성공하셔서 3킬로그램이 빠진 것도 부러웠다. 다이어트는 결국 라이프스타일의 문제다. 이 말에 십분 공감하며 나도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돌아보는 중이다.
다이어트는 평생 해야 한다, 는 형부의 말씀처럼 영어공부도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화상 영어에 입문했던 2023년의 시도는 일단락되었지만, 앞으로는 영어회화 스터디 모임에 합류할 예정이다. 그러니까 방식이 달라져도 영어공부는 계속 내 곁에 있어야 한다.
영어전공자에, 영어 번역가가 다 무슨 소용일까? 간단한 여행 회화도 버벅거리는 수준인데 여행을 다니고 싶다면 당연히 공부를 해야 한다. 필요하면 하는 것이고, 지금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자, 이렇게 영어공부의 기본과 마주하게 된 7개월이었다. 앞으로는 기본보다 조금 더 올라가실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