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두 번의 공연
6월에는 공연을 보고, 공연에 참여하기도 했다. 마감도 앞두고 있어 숨가쁜 한 주였다.
1)팬텀싱어 결승 파이널에 갔다.
결승 1차전에 지원했을 때는 연락이 없었다. 2차전도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다 화요일쯤인가 문자 한 통을 받았다. 팬텀싱어 방청단이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나와 내 동반인인 친구는 신나는 동시에 부담을 느꼈다. 나는 합창대회와 마감을, 친구는 출장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달리고 초췌해진 모습으로 대망의 금요일을 맞았다. 자리가 랜덤배정이라는 말에 느긋하게 출발.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 입성하면서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리는 3층. 괜찮아. 3층은 화면에도 안 잡힐 테니까 편하게 보자. 정신승리를 하고 근처의 커피숍으로 향한다. 샌드위치로 저녁을 먹었다.
카페에서 노닥거리다 6시 반쯤 다시 평화의 전당 3층에 올랐다. 역시 출연자들의 얼굴을 보기는 불가능한 위치였다. 멍하게 눈을 감고 있다가 어느새 생방시간에 가까워졌다. 사전 MC가 올라와 분위기를 띄우고 전현무가 등장했다. 그리고 생방 시작.
3층인데다 음향이 엉망진창이었다고 하는데 나는 포르테나의 노래를 라이브로 듣는다는 사실 자체에 들떠 노래가 끝나는 내내 두 손을 꼭 모으고 있었다. 친구도 포르테나의 첫 곡을 듣기 무섭게 그들의 팬이 되었다. 이어서 크레즐의 강렬한 무대가 이어지고, 마지막 리베란테는 열렬한 응원의 데시벨로 인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인터뷰/준비과정 등의 화면이 나가고 노래가 시작하기 전 세 팀의 멤버들 넷이 서로 감싸 안고 응원과 격려의 말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다. 얼마나 떨릴까, 이 순간이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할까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간절한 마음이 되었다.
친구는 경희대는 처음이라고 했다. 나도 그렇다. 평화의 전당은 더더욱 처음이었다. 라이브로 팬텀싱어들의 노래를 듣는 것도 처음이다. 이런 처음이라면 얼마든지 반갑고 감사하다.
2) 용인시 평생학습관 어울마당 공연
팬텀싱어를 본 날은 고맙게도 친구네 집에서 하룻밤 잤다. 다음 날 아침 부랴부랴 준비를 마치고 예약해둔 메이크업 샵으로 향한다. 용인의 여섯 개 합창단이 모여 합창제라는 행사를 치르는 날이다.
난생처음 올림머리라는 것을 하고 샵에서 원피스를 갈아입고 바람마개 같은 것을 걸치고 잠시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머릿속에서는 어젯밤 들은 팬텀싱어의 잔상이 맴돌고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기나긴 대기의 시간. 안전교육과 두 차례의 리허셜을 거치고 다른 팀이 리허셜을 하는 동안 잠시 졸았다. 나눠준 김밥을 허겁지겁 먹고 사탕과 영양제 등도 나눠먹는다. 밖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파트사진을 찍고 여기저기 사진도 찍고 하다보니 공연 시간이 된다. 긴장되고 팽팽한 기운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이 기운이 좋다고 느끼면서도 멍하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두 곡의 경연이 끝났다. 지휘자님이 미소를 짓는 것을 보니 썩 만족스럽게 소화한 듯 하다. 물론 그 결과에서 나의 몫은 아주 적겠지만. 마지막으로 100여명의 사람들과 함께(6개 합창단에서 파트별로 추려낸) 무려 세곡을 부른다. 연가, 강 건너 밤이 오면, 마지막 곡 아름다운 나라를 부를 때는 어쩐지 벅찼다.
여섯 시 좀 넘어 공연이 다 끝났다. 옷을 갈아입고 부랴부랴 귀갓길에 오른다. 빡센 스케줄이라 겁이 날 정도였는데 무사히 마치자 안도감이 밀려왔다. 엠티에서 돌아왔을 때처럼 집에 돌아오고 나서는 사진을 확인했다.
난생 처음 입어보는 민소매 드레스는 나의 우람한(?) 체격을 고스란이 드러내고, 단체 경연 사진에서는 대놓고 악보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지만 낯설고 새로운 일을 제법 즐긴 느낌이라 수고 많았다고 해주고 싶다.
마감과 팬텀 싱어 파이널, 합창제가 겹쳐 당시에는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까 불안에 떨기도 했다. 빡센 일정 앞에 자꾸 작아지던 나의 그릇이 참 작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해가 바뀌고 지난 경험을 돌아보니 그런 상황을 겪으며 나의 그릇이, 폭이 넒어지고 있었다고 느낀다.
그렇다. 낯설고 새롭고 벅차고 버거운 경험을 겪으며 나는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그러니까 지난 6월은 낯선 경험 속에서 더욱 넓어지는 여름이었다. 그 여름이 새삼 눈부시고 강렬했던 기억으로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