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빈 May 19. 2024

때로는 좌충우돌, 번번이 노심초사

과천 렛츠런파크와 운중동 카페파이에 가다.

10월 2주차 일요일과 3주차 월요일에는 과천과 운중동이라는 낯선 곳에 다녀왔다. 렛츠런파크, 곧 경마장은 어렸을 때 아빠와 경마장에 간 기억이 워낙 즐거웠기 때문에 그 기억을 되살려 보고 싶어서 방문했다.      


하지만 현금도 없고, 렛츠런파크에는 농협 ATM밖에 없었기 때문에 막상 베팅은 못하고 돌아왔다. 그래도 새로운 곳에 가보고 경마교실도 듣고 말 인형까지 타왔으니 소소한 의미가 있는 나들이었다고 하고 싶다.    




 

운중동의 카페파이는 경마장에 가다가 지나쳐 간 먹거리 촌에 들르고 싶어서 검색 후에 찾아갔다. 분위기가 좋고 예뻤고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진저라떼도 훌륭했다. 피칸파이를 시켰는데 그냥 아는 맛이었던 것이 조금 아쉽다.      


시그니처 메뉴라는 애플파이를 먹을 걸 그랬나. 카페는 오픈되어 있었고 줄로 묶이지 않은 개가 바로 옆에서 지나가길래 ‘다시 가진 못하겠구나’ 하면서 나왔다(나는 개를 모옵시 무서워함).     



늘 시간이 없다 바쁘다 피곤하다 하면서 잠깐 짬이 나면 과천에 가서 헤매고 운중동을 헤매고 수원으로 가면서 헤매고 있는 내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10월의 어느 금요일에 치킨을 시키고 기다리는 동안 듣똑라를 듣다가 새로운 단어를 만났다. 도파밍. 이날 들은 듣똑라에서는 트렌드 코리아 2024라는 책을 소개했는데, 도파밍의 출처는 이 책이다.     


도파밍은 도파민이 분출될 수 있는 의미 없는 재미있는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재미를 찾는 젊은 친구(나는 아닌데?)들의 소비형태나 행동을 의미한다. [...]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내버스만 타고 하루 만에 이동하기. 분명히 재밌지만 시간도 낭비하는 건데 왜 해? 라고 하면 그냥이라고 대답하는 단순한 재미 추구 행동도 많아지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소소하지만 낯선’ 시도에 대해 누가 ‘왜 해?’라고 물어본다면 이것저것 의미를 만들어서 댈 수는 있을 듯 하다.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의 그 쳇바퀴 밖으로 야금야금 나가보자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고, 새롭고 안 해본 일이라면 꺼리는 나의 성향을 극복하자는 의미도 있을 것이고, 타성에 젖어 무감각해지려는 성향을 깨워보고자 함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이틀간의 헤맴은 나에게 도파밍(의미 없지만 재미있는 활동을 열심히 함)스럽다 못해 다소 멍청하고 기이하기까지 한 행동으로 느껴졌다. 모처럼 생긴 여유를 모아서 멍청하게 돌아다니는 데 쓰고 있는 듯한 회의 같은 것도 밀려왔다.     


멍청한 것도 같지만 그래도 재미 있다. 내게는 소소하지만 낯선 행위를 이어간다는 의미도 있다. 이어감 속에서 찾는 의미 중 가장 큰 의미는 다음과 다. 조금이라도 좋으니 낯설고 새로운 것, 안 해 본 일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천한다는 의미. 생각에 그치지 않고 계속 행동한다는 것. 


회의가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몇 개월이 지나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그런 생각은 지나간 지 오래니까. 그리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 꾸준히 한다는 점에 있어서만큼은 나를 칭찬해 주고 싶다. 때로는 좌충우돌, 번번이 노심초사, 한사코 우왕좌왕일라도. 

이전 18화 힐링을 찾아 낯선 곳으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