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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빈 Dec 10. 2021

11월의 선물

뭐든지 괜찮아 3주차/팀오키로북스 월간 프로젝트 11월 후기 

그동안 에세이 수업이 끝나고 후속 모임 <뭐든지 괜찮아>가 시작되었다. 후속 모임 3주차의 글을 업로드해본다. 3주차 주제는 “선물.” 최근 내게 가장 인상적인 선물에 대해 써 보았다.      


11월의 선물

선물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인사나 정의 의미로 남에게 물건을 줌. 또는 그렇게 준 물건’ 이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내가 소재로 삼은 선물은 남이 준 것도 아니고, 물건도 아닌데 과연 선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것도 선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이번 글의 주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더 써 봐야 알겠지만.     

11월에 내가 가장 열심히 한 일은 칭찬 일기 쓰기였다. 날마다 칭찬 일기를 썼다. 갑자기 왠 칭찬 일기냐고? 나는 오키로북스라는 독립서점에서 이끄는 팀오키로북스라는 멤버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팀오키로북스는 6개월 기준으로 진행되며, 벌써 5기에 이른다.  

    

매일 칭찬 일기 쓰기는 팀오키로북스에서 11월에 진행한 월간 프로젝트였다. 처음에는 신청할까 말까 고민을 했다. 칭찬일기라니 너무 오글거려..... 라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래도 한 번 해보자라고 결심한 나를 칭찬하고 싶다. 11월말의 나는 칭찬 일기 쓰기에 꽂혀 있었다. 여행을 가서도 쓰고, 술을 제법 마셔서 정신이 없을 때조차도 썼다. 하루도 빠짐없이.      


오키로북스에서는 매달 월말 결산과 시상식을 한다. 이때 월간 프로젝트를 완주한 사람을 완주자 명단에 올리고, 적립금도 준다. 이번 칭찬일기의 완주자는 단 세 사람이었다. 그 중 한 명이 나다. 역시 나의 11월은 칭찬을 받아야 마땅하다....... 칭찬일기를 써서 칭찬을 받다니?    

  

말장난 같은 소리는 이쯤 해 두고, 물건도 아닌, 다른 사람에게 받지도 않은 선물에 대한 글을 쓴다면서 왜 계속 칭찬일기 타령인지에 대해서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아니, 설명해야 한다. 내가 11월의 선물로 꼽고 싶은 것은 바로 ‘11월 한 달 동안 쓴 칭찬 일기’다.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며, 물건도 아니다.      


첫째, 나는 나에게 선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예로 마감을 끝내면 나는 나에게 선물을 준다. 롱부츠를 선물한 적도 있고, 아이패드를 선물한 적도 있고, 이번 마감이 끝나면 새 컴퓨터를 선물할 예정이다. 선물을 꼭 남에게 받아야 하는가? 얼마든지 나에게 선물을 할 수 있다.    

  

지난겨울 힘들게 혼자 마감하면서 나는 나에게 여러 차례 선물을 했다. 수면 잠옷 세트와 패딩, 기모 후드티에서 기모 추리닝까지 집이나 집 근처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들도 선물했다. 온라인에서 이런 저런 옷들을 주문하며 스스로 선물이라 여겼고, 택배가 올 때마다 선물을 받은 것처럼 설레고 신났다.      


둘째, 선물은 꼭 물건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추억을 선물할 수 있다. 나는 9월에 생일인 친구에게 시티 투어라는 경험을 선물할 생각을 했다. 물론 시티 투어에도 돈은 든다. 하지만 내가 친구에게 주고 싶은 것은 버스 티켓이 아니라 낯익은 곳을 새로운 방식으로 돌아보는 경험이었다.     

 

이번에도 티켓이긴 하지만 콘서트나 뮤지컬 등을 선물하는 방법도 있다. 콘서트 티켓은 물론 물건이다. 하지만 내가 선물하고 싶은 것은 티켓이라는 종이가 아니라 공연장에서의 흥분과 들뜸, 추억이었다. 이렇게 경험이나 추억을 선물하는 것. 물건보다 기억에 오래 남을 선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난 11월은 여러 모로 힘들었다. 일이 겹치기로 들어오면서 일정에 쫓기고, 11월 초에 걸린 감기는 2주 가까이 낫지 않았다. 하지만 칭찬일기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힘든 기에 칭찬 일기가 이렇게 힘이 될 줄은 몰랐다. 민망함을 무릅쓰고 몇 편의 칭찬 일기를 공개해본다.   

  

11월 4일-오늘 몸도 안 좋은데 강의 씩씩하게 잘 듣고 수고했다. 누군가 밉고 원망스런 마음이 들었는데 이해하려 하고 반성한 것도 멋지다. 재충전하기로 마음먹고 해야 할 일들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기로 한 것도 잘했어. 천천히 쉬렴.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     


11월 7일-새로운 모닝페이지 노트로 접어든 걸 축하하고 칭찬한다. 이번 한 주는 감기( 두통) 가 심한데 그럼에도 주어진 의무를 수행하려 애쓰느라 수고가 많다. 나를 칭찬하는 걸 어색해하면서도 한 주 동안 꼬박꼬박 해낸 것도 칭찬해~     


11월 21일-1. 겹치는 일정 속에서 씩씩하게 일하고 있는 나를 칭찬한다. 2.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며 건강관리에 충실하려는 것도 칭찬한다. 3. 칭찬일기 쓰러 온 것도 칭찬한다. 2021 년 11월은 날마다 나를 칭찬하려 노력했던 한 달로 기억될 것이다. 

    

11월 26일-그동안 몸과 마음이 지친 나에게 여행이라는 선물을 한 것을 칭찬한다. 여행 와서도 칭찬 일기 쓰고 일을 열어보는 것도 칭찬한다. 지금으로서는 내 앞의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 다시금 결의를 다잡는 태도를 칭찬한다. 그렇다. 나는 충분히 강하고 단단한 사람이다. 조금씩 더 성장할 것이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나임을 칭찬한다.     

 

11월 30일- 마지막으로오늘은 한 달 열심히 달려오신 여러분 자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하나를 추가해서 칭찬 일기 남겨주세요 (칭찬일기 프로젝트 진행자님 글 중에서) 

칭찬 일기를 쓰면서 나와의 대화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배웠다. 어느 책에선가 나 자신을 나의 가장 좋은 친구라고 여기고 대하면 내가 실망했을 때 위로할 것이고 내가 잘 못했을 때 격려할 것이고.... 훨씬 더 소중하고 다정하게 나를 대할 것이라는 글을 본 기억이 있다. 한달간 충실하게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나 자신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는 방법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여기까지 해낸 것을 칭찬하고, 앞으로도 나 자신을 더 자주 더 열심히 칭찬하길 바란다!     


나의 11월이 빼곡히 칭찬일기에 담겨 있다.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는 게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동안의 칭찬일기를 통해 전달되었을까? 속상하고 힘들고 자신이 초라하다는 느낌이 들고, 그래서 스스로 위로와 격려, 응원을 선물하고 싶다면 칭찬일기를 써 보기를 권한다. 이왕이면 한 달 정도. 그 길의 끝에서 나 자신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될지도 모른다. 나와 꾸준히 대화하는 것, 나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나를 잘 돌보는 것. 칭찬일기를 통해 이런 행위의 소중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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