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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빈 Oct 02. 2021

글쓰기는 계속된다.

독자에서 작가되는 에세이 쓰기 1차후기

9월부터 새로운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독자에서 작가 되는 에세이 쓰기> 라는 강의다. 감응의 글쓰기, 에세이 튜토리얼 이후 어느새 세 번째 듣는 에세이 강의다. 이번 강의에서 가장 새로운 점은 강의 중에 30분가량의 시간을 주고 직접 글을 써보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즉석에서 사이퍼나 노래/춤 등을 해야 하는 미션이 나올 때가 있는데 글쓰기도 즉석에서 한다는 것이 재미....... 라기보다는 허둥지둥에 가까웠다. 1주차 글은 백신 접종을 하고 와서 제대로 쓰지 못했고 2주차 글은 조금 더 발전적인 양상을 보인 듯하다. 결말이 엉성한 느낌이 들지만 그대로 올려본다.      


또 한 번의 실패가 되지 않기를.

마감을 치르고 나면 어김없이 살이 찐다. 작년, 아마도 재작년부터 스트레스를 받거나 너무 피곤할 때 혼술을 즐기는 습관이 들어서 올해의 몸무게는 번번이 최고치를 갱신 중이다. 작년 4월에도 근처에서 피티를 받았지만 얼마 못 가 도중하차하고 말았다. 

     

나는 정말 운동신경이 둔하다. 나의 첫 헬스 트레이너는 나에게 운동을 가르치면서 도를 닦는 것 같은 기분이 된다고 말했다. 나는 간단한 스트레칭 동작도 잘 따라하지 못하고, 기껏 가르쳐 놓으면 금세 잊어버린다. 

“왜 이게 안 돼요?”

“회원님, 제발 제가 이야기할 때 집중 좀 하세요.”

“팔을 내리고 어깨를 붙이고...... 그게 아니라요......”

작년 트레이너는 내게 화를 냈고, 나는 탈의실에서 혼자 울다가 집에 갔다.      


집중을 안 하는 게 아니다. 일단 머리에 잘 입력이 되지 않고, 머리에 입력이 되어도 몸으로 출력되지 않는다....... 라고 글로 옮겨보지만 정확히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남들이 바로 하는 동작들이 왜 난 되지 않는지. 그것이 전문가의 눈에 성의 없고 집중 안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억울하기도 하다. 


이런 나를 나라도 이해해 줘야지. 운동 좀 못 하면 어때.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그 다음 수업에서 최대한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굴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꽤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무언가를 지독하게 못하는 나와, 그런 나를 지독하게 이해 못하는 다른 사람. 울면서 간신히 생각했다. 내가 자연스럽게,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을 다른 누군가가 잘 못하는 것을 볼 때 지금의 마음을 기억하자고.   

   

어제 올해의 첫 피티 레슨을 시작했다. 30분 넘게 스트레칭만 한 것 같다. 트레이너가 네, 다섯 가지 동작을 가르쳐 주었는데 나는 또 기억이 나지 않았고, 한 동작 빼고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나마 비슷하게 한 동작은 아침마다 스트레칭을 해보겠다고 자주 틀던 유튜브 영상에 나온 것이었다.      


이번에는 헬스도 함께 끊었기 때문에 주 5회 이상 헬스장에 가려고 결심했다. 헬스장은 늘 나를 위축시키는 곳이다. 그곳에 가면 평범하고 사소한 절차까지 헷갈리는 것 같다. 오늘만 해도 남자 탈의실로 향하는 나를 매니저가 불러 세웠다.

“회원님, 거기 아니에요. 이쪽이에요.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셨나 봐요?” 

나는 아침형 인간이고, 아침에 일을 하고 아침 식사를 하고 온 상태였다. 하지만 오전 10시 헬스장에서의 나는 막 일어난 사람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작년에 두 달 남짓 피티를 받았지만 올해 나는 좀 더 살이 쪘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거금을 투자하고 피티를 등록했지만 불쾌한 기억만 남았으니 작년의 피티는 실패인 셈이다. 올해의 피티는 어떨까.      


어제 날 처음 가르쳐 준 트레이너는 친절했다. 하지만 나는 내게 화를 내고 나를 다그쳤던 트레이너를 겪은 적이 있다. 이번 경험은 어떨까. 자꾸 주눅이 들고 어색하지만 헬스장과 좀 더 친해져봐야겠다고 다짐하는 요즘이다. 그냥 무조건, 자주 가자. 꾸준히 가자. 초심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로 써 본다. 이번의 경험이 또 한 번의 실패가 되지 않기를. 다시 실패에 그치더라도 좀 더 나은 실패가 될 수 있기를.   

   

이 글은 지난 주 목요일에 썼다. 마감 전날인 지난 주 일요일을 빼고 오늘까지 매일 헬스장에 갔다. 아직도 서툴고 어색하지만 그래도 가고 있다. 꾸준히 좀 더 나은 실패를 만들어가고 싶다. 

어쩌면 이번 가을부터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 된다”는 목표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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