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의 책들 1. 샘에게 보내는 편지
2007년의 책 중 처음으로 다룰 책은 <샘에게 보내는 편지>다. 좋아하는 글귀를 추렸더니 공통점이 나왔다.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설명한다는 것이다. 어떤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는 인용구를 통해 더 자세히 살피기로.
1)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부분/자신의 그림자
샘,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악마가 살고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그림자로부터 도망칠 수도, 그림자를 떼어 낼 수도 없다. 그림자는 나 자신의 일부니까.
파이처럼 네게도 호랑이가 생길 것이다. 호랑이는 바로 네가 두려워하는 감정이나 충동이다. 호랑이는 우울증, 강박증, 중독, 공격성, 증오, 시기와 같은 얼굴을 하고 나타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는 호랑이를 잡아먹을 수도, 꾀를 부려 물리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내면에 있는 호랑이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아니다. 오랫동안 우리가 외면하고 무시해온 내 안의 아우성, 바로 내 자신의 일부이다. 그러니 반갑게 맞이해야 한다. 먹을 것을 주고 무슨 말을 하는지 귀 기울여야 한다. 알고 보면 사실 그리 두려워할 게 아니다. 샘, 네가 호랑이를 만나 새로 알게 된 모든 것이 바로 네 자신의 일부이다. 호랑이를 만나야 너의 전부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보다 더 좋은 일이 또 있을까?
--- 누구에게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 자기 자신의 못나고 모자란 모습이 있을 것이다. 물론 내게도 있다. 이런 모습을 자주 마주하며 무척이나 못 견뎌하는 것이 내 단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나의 모습까지 받아들여야 나라는 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샘의 할아버지는 묻는다. 진정한 나를 만나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또 있을까? 라고.
2)두려움
그 여자가 평생을 선헤엄치듯 살았다고 느끼는 까닭은 오랫동안 자기 안의 무언가와 싸워왔기 때문이다. 항상 자기 내면과 싸우며 허덕이는 사람들이 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내 본모습을 들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존재감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인정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주위의 기대를 버리고 본래의 자기답게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 사람들은 이런 두려움과 싸운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결국은 물속으로 가라앉고 말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녀에게 발버둥을 멈춰보라고 권하며 나는 물속에 가라앉는 사람과 물에 뜨는 사람의 차이에 대해 생각했다. 가라앉지 않고 물에 뜨려면 물과 싸우기를 멈추고 물을 믿으면 된다. 몸에 힘을 빼고 누워서 물에 몸을 맡기면 되는 것이다.
---작년에 피티를 받으면서 스트레칭 동작을 배우는데 트레이너 님이 계속 나에게 힘을 빼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는 힘을 뺄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이 구절을 떠올렸다. 내가 힘을 빼지 못하는 것은 몸의 문제도 있겠지만 마음속 문제가 더 크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두려워하는 무언가가 있을 때 그 무언가를 이겨낼 수 있는 나를 좀 더 믿었으면 좋겠다. 물론 이것은 억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지금 나의 바람 같은 것이다.
3) 부끄러움
에덴동산의 뒷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성경에서는 두 사람이 치부를 가린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상상할 수는 있다. 아담과 이브는 무화과 잎 뒤에 숨겨진 서로의 치부를 잘 알고 있었다. 잎으로 가리기 전에 이미 서로 보았으니까. 그리고 창피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서로의 마음이 똑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이 무화과 잎으로 가리지 않은 서로의 모습을 다시 보았다면 두 사람은 훨씬 더 가까워졌을 것이다. 이야기는 분명 이렇게 끝났을 것이다. 그리하여 아담과 이브는 사랑에 빠졌다! 부끄러움은 살아가는 내내 다른 방식으로 계속 찾아올 것이다. 부끄러움을 느낄 때면 너를 사랑하고 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기 바란다. 그렇게 무방비 상태로 자신이 드러났을 때 맺어지는 친밀감 속에는 놀라운 기회가 숨어있다. 네가 있는 그대로의 너 자신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기회가!
--나의 속내를, 콤플렉스를 털어놓았을 때 나를 더 이해해주고 내게 더 잘해주고 함께 울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캣우먼(임경선 작가)님의 구절을 보태볼까 한다.
보통 연인 사이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그것은 자신의 마음 속에 더 깊숙이 들어오라고 초대하는 행위야. 내가 속내를 털어놓으면 공감해줘, 보듬어줘, 조언해줘, 채워줘, 처럼 나에게 ‘스며들어’달라는 얘기니까. 무엇보다도 “그녀의 저런 멋진 모습을 알고 있는 건 나뿐이야.”가 아니라 “그녀의 저런 취약한 모습을 알고 이해하고 있는 건 나 뿐이야.”라고 할 수 있는 남자여야 진정한 소울메이트일 듯. 나는 그런 마이너스 지점에서 서로가 깊이 연결되어 있는 관계, 너무 좋던데. 그리고 상대가 내 얘기를 어떻게 소화하던 간에 그 이야기를 하는 내가 정직했다면 ‘내 편’이 되어줘.
-----꼭 연인 사이에 해당하는 충고만은 아닐 것이다. 마이너스 지점에서 서로 깊이 연결되는 관계. 가장 오래갈 수 있고, 앞으로도 지향하는 관계다.
4) 슬픔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소개한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고, 그저 샘이 육개월 아기 때부터 알고 있던 것을 나도 잊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샘, 너에게 해 줄 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너를 빤히 쳐다볼 때, 그리고 여느 사람들과 다르게 취급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말해주고 싶다. 두려움과 불의, 신의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때로 불행 속에 존재하는 소중한 선물들에 대해서도.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너에게 해 줘야 할 일은, 네가 육 개월 아기 때 알고 있던 것을 절대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넌 그 때 이미 내 무릎 위로 올라오는 법, 슬픔을 느끼고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었으니까.
....................이 책의 놀라운 점은 그림자와 두려움, 부끄러움과 슬픔처럼 피하고 싶거나 도망치고 싶어하는 감정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깨닫게 한다는 점이다. 이제 나는 그림자를 생각할 때 내 안의 호랑이와 잘 지내야겠다고 생각할 것이고, 두려움을 생각할 때는 힘을 빼고몸을 맡기면 된다는 말을 떠올릴 것이다. 부끄러움을 느낄 때는 에덴동산의 뒷이야기를 생각하고, 슬픔을 생각할 때는 할아버지의 무릎 위로 올라오는 샘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내 안의, 내 일상에서 마주할 부정적인 감정과 조금은 친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샘에게 보내는 편지가 꼭 내게 보내는 편지처럼 다정하게 다가와 이 책을 읽는 2007년의 연말이 사뭇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