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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빈 Aug 09. 2020

모닝페이지란 무엇인가

오직원 원정대 2주차 원고



1장. 모닝페이지란 무엇인가?

내 아침은 으레 비슷하게 시작한다. 일어나면 커피나 차를 한 잔 탄다.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골라서 튼다. 두툼한 노트 한 권을 꺼낸다. 노트에 날짜부터 적고 모닝페이지를 쓰기 시작한다. 대체로 3쪽을 채우려 한다. 3쪽을 다 채우는 데는 대략 30분 정도가 걸린다. 5시 30분부터 6시까지면 제일 좋다. 6시 이후부터는 휴식을 취하고 6시 40분에서 50분 경 아침 번역을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제일 좋은 리듬을 자주 지키지는 못한다. 늦게 일어날 때도 있고, 일어나서 바로 모닝페이지를 시작하지 못할 때도 많다. 밤사이 못 본 메시지나 SNS를 확인한다거나.......  하지만 (바람직한) 아침 일과의 첫 시작이 모닝페이지라는 것만큼은 변함이 없다. 이런 생활이 익숙해진 지, 대략 3-4년 차. 이제 내게 모닝페이지는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그런데 모닝페이지가 무엇일까? 내가 모닝페이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아티스트 웨이> 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이 책은 창조성을 훈련하는 워크숍 내용을 요약한 책이다. 그리고 창조성을 훈련하는 기본 도구 중 하나가 모닝페이지다. 책의 설명을 빌리자면 모닝페이지는 “간단히 말해 3쪽 정도 의식의 흐름을 적어가는 것”이다. 이때, 잘 쓰려고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정신을 온전히 차리기도 전에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 줄리아 카메론 역시 “모닝페이지는 멋있게 쓰는 것이 아니다,” “잘못 쓴 모닝페이지는 없다” 는 점을 강조한다. 일어나서 노트를 펼치고 뭔가 끄적거리는 것이 모닝페이지의 전부가 아닐까도 싶다.

피곤하고, 쓰기 싫고, 헛소리만 늘어놓는 것도 같아도 꾹 참고 3쪽을 쓴다. 작가도 3쪽을 쓰는 것을 꼭 지키라고 말한다. 오늘 아침만 해도 ‘이런 이야기는 쓰기 싫은데’ 라고 느끼면서도 어제의 단톡창과 운동에 대해 투덜투덜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3쪽의 모닝페이지를 쓰고 난 후에는 제법 홀가분하고 산뜻한 느낌이 된다. 어쩌면 나는 이 느낌에 닿기 위해 모닝페이지를 쓰는지도 모른다.

<아티스트 웨이>에도 이와 비슷한 구절이 나온다. “사람들이 왜 모닝페이지를 써야 하냐고 물으면 나는 다른 한쪽 면에 이르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모닝페이지는 자신이 갖고 있는 두려움과 부정적인 사고의 다른 면에 우리를 이르게 한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하는 사고방식과, 모닝페이지를 통해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사고방식의 차이에 대해서는 <아티스트 웨이>에  잘 설명되어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직접 읽어보시길!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리는 기본적으로 논리적인 뇌를 중심으로 생활하는데 모닝페이지를 통해서는 창조적인 뇌의 활성화를 경험할 수 있다.

책에서는 모닝페이지의 의미를 창조성을 회복하는 데 두고 있지만, 내게 있어 모닝페이지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나는 성격이 무척 예민한 편이고, 쓸데없는 고민이나 걱정도 많다. 그러다 보니 잠자리에 들어서도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뒤척거릴 때가 많고, 우울감에 빠지기 일쑤였다. 불면증에 시달린 밤도 많았다. 모닝페이지가 습관이 되었다고 해서 우울한 생각이 싹 사라졌다거나, 잠을 설치는 일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훨씬 좋아졌다. 나는 아침의 힘을, 더 정확히 말하면 아침에 쓰는 모닝페이지의 힘을 믿는다. 이런 저런 불안에 휩싸일 때면 ‘내일 아침에 생각하지, 뭐. 모닝페이지를 쓰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푹 잠들 수 있게 하고 아침을 좋아하게 만드는 힘. 이것이 내가 믿는 모닝페이지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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