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원 원정대 3주차 원고
2장: 모닝페이지의 길고 험한 길
이번 장에서는 내 길고 험한 모닝페이지의 역사를 돌아보까 한다. 예전에 어느 게시판(오키로북스 비기너 글쓰기다)에서 2011년부터 꾸준히 모닝페이지를 써 왔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모닝페이지를 다시 읽으면서 내 기억에 오류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2013년에 모닝페이지의 리듬이 크게 흔들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5번째 모닝페이지 노트는 2013년 1월 30일에 시작해서 2016년 7월 30일에 끝난다. 지금은 6번째 모닝페이지를 읽다가 일이 많아지는 바람에 중단한 상태다.
첫 번째 모닝페이지는 얇은 노트였음에도 불구하고 한 권을 끝내는 데 무려 7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어찌 보면 부끄럽기도 하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막상 실제로 익숙해지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지금은 아침마다 모닝페이지를 쓰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계속 모닝페이지를 쓰고 있다고 하면 으레 받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하면 꾸준히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럴 때면 나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나 자신도 그 비결이 궁금해질 즈음 SNS에서 이런 글귀를 보게 되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비결은 그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라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모닝페이지를 써 온 비결이자 원동력은 내가 모닝페이지를, 그리고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에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나도 처음부터 모닝페이지 쓰기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냥 뭔가 멋져 보이고,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모닝페이지를 쓰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차츰 그 매력을 깨닫게 되었다. 2004년부터 무려 12년 가까이 쌓아온 모닝페이지의 기록을 읽는 동안 반복해서 나오는 구절이 있다. 모닝페이지가 끊긴 다음 다시 시작할 때마다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그것은 바로 ‘예전의 모닝페이지를 읽어보니 좋았다. 그래서 다시 쓰기로 했다’라는 취지의 말들이다.
내가 생각하는 모닝페이지의 가장 큰 매력은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읽는 즐거움이다. 10년 전, 5년 전의 내가 아침에 일어나 날 것 그대로 쏟아내는 글들을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시간의 흐름을 뛰어넘어 과거의 나와 다시 만나는 느낌은 때론 신기하고, 때론 뭉클하다. 더불어 지난날의 나를 읽으면서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좋아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대체로 나 자신에게 불만이 많았다. 지금도 매일 매일의 내가 모자라고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무언가 한 번 하겠다고 결심하고서도 이리 흔들 저리 삐끗하는 것도 나 자신에게 느끼는 불만 중 하나다. 하지만 모닝페이지에는 내 노력과 고민의 역사가 빼꼭하게 담겨 있다. 어떻게 변해왔는지도 다 그 안에 있다. 마음고생 많았구나. 너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아등바등하고 했구나. 5년 전의 나를 가장 친한 친구처럼 다독여 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 너 잘했어. 수고했어 라고.
어떤 페이지 속의 나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건 네 오해였어. 이런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그때의 내가 신나고 들떠서 하는 말들이 지금의 내가 봤을 때는 별로 와 닿지 않거나, 이건 좀 아닌데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땐 또 그만큼 변한 나를 발견한다. 꼭 지금의 내가 예전의 나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몇 년이 지나 지금의 글들을 읽을 미래의 나는 ‘실은 예전에 한 생각이 맞았어’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 변화와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까지도 모닝페이지 안에 담긴다. 앞으로도 차곡차곡 더 많은 모닝페이지를 쌓고, 꾸준히 읽어가고 싶다. 나를 더 잘 알고, 때론 나 자신과 부딪히기도 하면서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