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것

2009년의 책들 2. 달리기를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

by 루빈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나뉜다고 한다. 어디서 읽었는지 잊어버렸다. 아무튼 난 후자! 그리고 <달리기를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 라는 이 책을 특히 좋아하는 듯하다. 김연수와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달리기를 향한 로망도 생겼다. 하루키의 이 책에서는 다음 두 가지를 되짚어보고싶다.


1) 인간의 자립성
나는 물론 대단한 마라톤 주자는 아니다. 주자로서는 극히 평범한-오히려 그저 평범한 주자라고 할 만한- 그런 수준이다. 그러나 그건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어제의 자신이 지닌 약점을 조금이라도 극복해가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장거리 달리기에 있어서 이겨내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거의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오해를 받거나 비난을 받거나 하는 일은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 때문에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그건 괴로운 체험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와 같은 괴로움이나 상처는 인생에 있어 어느 정도는 필요한 것이다, 라는 점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타인과 얼마간이나 차이가 있다는 것이야말로, 사람의 자아란 것을 형성하게 되고, 자립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유지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내 경우를 말한다면, 소설을 계속 써나갈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풍경 속에 타인과 다른 모습을 파악하고, 타인과 다른 것을 느끼며, 타인과 다른 말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님으로써, 나만의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내가 쓴 것을 손에 들고 읽어준다는 드문 상황도 생겨난다.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마음이 받게 되는 아픈 상처는 그와 같은 인간의 자립성이 세계에 대해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될 당연한 대가인 것이다.


2) 나 나름대로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

재능 다음으로 소설가에게 중요한 자질이 무엇인가 질문받는다면 주저없이 집중력을 꼽는다. 자신이 지닌 한정된 양의 재능을 필요한 한 곳에 집약해서 쏟아붓는 능력. 그것이 없으면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달성할 수 없다.


집중력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지속력이다. 호흡법으로 비유해보면, 집중하는 것이 그저 가만히 깊게 숨을 참는 작업이라고 한다면, 숨을 지속한다는 것은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호흡해가는 요령을 터득하는 작업이다. 그 두 가지 호흡의 밸런스가 잡혀있지 않으면 몇 년동안에 걸쳐 전업 작가로서 소설을 계속 써나가기 어렵다. 호흡을 멈추었다 이었다 하면서도 계속할 것.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그리고 나에게는 글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개개의 기록도, 순위도, 겉모습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가도, 모두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고 나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거기에 있는 실패나 기쁨에서, 구체적인- 어떠한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되도록 구체적으로- 교훈을 배워나가는 것에 있다. 그와 같은 레이스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으로 충분히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혹은 가령 조금이라도 그것들과 비슷한 장소에 근접하는 것이다.


--------인용만으로도 길어서 이번 글에는 내 생각을 별로 넣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나라는 더없이 소중한 자산을 위해 타인과 부딪히며 상처는 당연한 대가라는 것 집중력과 지속력으로 나 자신이 충분히 납득하는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고 싶어졌다는 것, 이번 책에서 이 두 가지를 꼭 기억하고 싶다는 말을 덧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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