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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빈 Sep 27. 2023

6월의 기록

아카이빙 시작

5월은 마감을 맞아 쉬었다. 모닝페이지를 인증하기도 부담스러웠지만, 뭐든 매일 제출해야 한다는 자체가 버거웠다. 에너지를 아껴야 하는 시기가 왔던 것 같다. 마감을 하고 나서 6월부터 ‘아카이빙’이라는 주제에 돌입했다. 아카이빙이라고 해서 대단한 걸 한 건 아니고, 그동안 썼던 다이어리며 여러 기록을 정리했다.    

 

우선 강의록부터 하기로 했다. 작년 겨울부터 듣기 시작한 심리 도식 스터디가 먼저였다. ‘변화는 한 사람이 자신이 아닌 것이 되려고 노력할 때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될 때 일어난다.(Change occurs when one becomes what he is, not when he tries to become what he is not)’ 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후 글쓰기 강의록을 정리했다. 이다혜 작가님의 에세이 튜토리얼과 꾸역꾸역 고쳐쓰기, 김은경 작가님의 독자에서 작가 되는 글쓰기, 이렇게 세 강의였다. 작년에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내 글이 별로 반응이 없다, 재미가 없는 것 같다 라는 생각에 빠진 적이 있다. 그러던 차에 강의록의 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내 글, 왜 재미가 없죠? 저자가 자신을 숨기려 할 때 글이 재미가 없어진다.”     


요새 번역하는 책의 주제도 글쓰기인데, ‘저자가 자신을 숨기려 하는 것,’ 즉 검열에 관해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있다. 작가가 숨기려고 하는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이야기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 안에 독자들에게 깨달음을 줄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 책의 저자인 수잔 그리핀 역시 자신의 치부와도 같은 어머니의 알코올 중독을 털어놓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작가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나는 안전한 이야기, 덜 솔직한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고, 수잔 그리핀의 충고대로 어디에 공개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치부라고 느끼는, 털어놓기 힘든 이야기를 써 보는 것이 앞으로의 글쓰기에 도움이 되겠다는 결론에 이름. 언제 실행할지는 알 수 없다. 


글쓰기 강의록 정리를 마치고 ‘단상 노트’라고 이름은 붙였지만 아무거나 적는 노트의 정리를 시작했다. 이 아무거나 노트(?)는 주로 모니터링용으로 썼는데, 드라마나 영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적는 것을 말한다. 돌아보니 생각보다 남길 내용이 적어서(영양가가 별로 없어서) 이제 모니터링 기록은 따로 안 하고 있다.


이런저런 기록을 되돌아보다 보니 어느새 6월 말이 되었다. 이때부터는 상반기 점검을 했다. 상반기 점검은 매주 쓰는 ‘주간 리뷰’와 매달 쓰는 ‘월간 리뷰’를 다시 읽어보는 것으로 한다. 올해는 매주 낯선 일을 해보고 기록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상반기 낯선 일 기록도 점검하게 되었다. 


아카이빙은 조금씩 했다. 한 페이지 기준, 매일 10분 기준으로. 이번 달에도 기록모임을 또 한 차례 쉬고 있는데 10월부터 다시 아카이빙을 할 예정이다. 지난 기록을 올해 다 정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꼭 올해 내로 끝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요즘의 나는, (앞으로도 한동안은)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모드이기 때문이다. 


글쓰기 역시 한다는 데 의의를 두고 이어가고 있다. 언제쯤 다음 단계로 넘어갈지, 다음 단계는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아직 익숙하지 않고 때로는 적잖은 노력이 필요한 아카이빙이며 매주 글쓰기며 하는 루틴이 좀 더 편해지고 자연스러워지는 것이 ‘일단 하고 본다’의 다음 단계가 아닐까 싶다. 


뭐, 다음 단계는 다음에 생각하도록 하고 우선은 지금 생각부터. 이번 주도 또 한편의 글을 썼다. 그러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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