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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소유 Jul 02. 2016

나는 무엇을 위해 대학에 왔는가

대학에 대한 기대, 그리고 실망. 아픈 스무 살.


2013년, 대학교 신입생이 되었고,
2016년, 어느덧 졸업을 바라보는 4학년이 되었다.


한 학기만 지나고 나면 나는 길고 길었던 ‘학생 신분’ 그리고 그중 가장 힘들었던 ‘대학생활’을 떠나게 된다.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대학생활을 돌아보니 지난 나의 날들이 짠하다.




대학 입학 전, 우리나라의 대다수의 고등학생들이 그렇듯, 나는 대학에 대해 굉장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대학만 가라’, ‘대학만 가면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등 어른들이 으레 하셨던 말씀들은 대학을 지상낙원쯤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십 대를 동경한다. 십 대의 청소년들은 얼른 성인이 되어 자유를 얻기를 원해 이십 대를 동경하고, 삼십 대 이상은 이십 대의 젊음을 동경한다. ‘스무 살’이 이름 만으로도 설레는 나이인 이유는 이제 막 이십 대가 된 것에 대한 새로움의 느낌과 더불어 앞으로 이십 대가 9년이나 더 남은 것에 대한 부러움 때문일 것이다.


대학생이 되었고, 스무 살이 되었다.

나는 몇 달을 흥분 상태에서 지냈다. 몇 백 명쯤 되는 새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신났고 새로운 환경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 설레는 흥분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머지 않아 몇 백 명이 몇 십 명이 되고 그들이 다시 몇 명으로 줄었다. SNS 친구 목록은 여전히 몇 백 명이지만 그 중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손에 꼽는, 겉만 번지르르한 인간 관계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기댈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그제서야 내가 있는 곳, 대학이라는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대학에 대한 기대가 컸다. 내가 싫어하는 과목이든 좋아하는 과목이든 상관 없이 열 가지 이상의 과목을 한 번에 공부해야 했던 고등학교 때와 다르게 대학교에 가면 내 적성에 맞는 전공과목을 바탕으로 내가 원하는 공부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교사가 학생에게 강의를 제공하는 일방적인 방식의 고등학교 공부와 다르게 교수님, 학우들과의 활발한 토론을 통해 즐거운 분위기에서 상호발전적인 공부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대학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입학하자마자 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수많은 ‘필수과목’들이었다. 송도에서만 열리는 1학년 과목들이 있었기에 나에겐 수업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었다. 신촌으로 가는 2학년이 되기 전에 이 수업들을 다 들어야만 했다. 필수로 해야하는 것이 너무 많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과목 따위는 없었다.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자유는 이 필수과목을 이번 학기에 들을 것인지, 다음 학기에 들을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자유 뿐이었다.


학업에 열성이 있어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공부를 즐기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학생들은 전날 밤까지 술에 절어 있다가 술이 덜 깬 상태로 수업에 들어가는 일도 허다했고, 수업을 째는 일도 많았다. 과제는 있는지도 몰랐다가 전날 밤에 시작해 한두 시간 안에 구글링을 통해 끝내버리는 경우가 많았고 진정 그걸 배움의 일부로 받아들이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학생이 되기만 하면 맘껏 놀아도 된다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요즘은 스카이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렵다고 하는 실정이라 학점은 당연히 챙겨야 하며 영어 성적, 자격증, 어학연수, 공모전 등 너무나 많은 것들이 대학생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은 ‘학문’에 뜻이 없어도 ‘학점’을 챙기려 노력했다. 애석하게도 나는 그것이 되지 않았다. 학점은 내가 이 과목을 열심히 듣고 즐긴 것에 대한 결과로 나오는 것이라 생각했지 목적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없어서, 필수과목만 꽉꽉 들어차있는 시간표에 의욕이 꺾여서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수업을 안 들었으면 필기라도 빌려서 시험 전에 벼락치기라도 해야 할 것인데, 나라는 멍청한 인간은 필기를 빌릴 용기조차 없었고 그것을 빌린다 한들 내가 공부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목적성을 잃은 나는 삶의 원동력과 생동감마저 잃었다. 술을 많이 마셨고, 수업은 배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출석 채우기 위해 나갔으며, 과제는 늘 구글이 했다.


아침에 숙취에 시달리며 일어나 하루 종일 하는 것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알맞은 강의실에 내 몸을 갖다 놓는 것, 그리고 때맞춰 끼니를 해결하는 것뿐이었다.


괴로웠다. 자유의지가 있는 인간이라는 동물이 이렇게 살아서야 되겠나 싶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대학에 왔는가.  





치열하게 고민했기에 더욱 아름다웠던 나의 대학생활,

다니는 내내 학교 그만둘 거라고 징징거렸지만 결국은 어느새 졸업의 문턱 앞에 와 있는 나의 대학생활의 이야기들을 이 매거진을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

남모르게 힘든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당신에게 나의 이야기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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