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을 Aug 12. 2024

높이 떠오른 두개의 태양

[달조각을 모으는 남자] 13화

물방울 차 덕에 1시간 만에 성산읍에 도착 수 있었다.

성산 일출봉까지는 걸어 올라가야 했다.

"가보자. 30분이면 금방이네!"

우리는 성산일출봉 입구부터 천천히 었다.


"좋다-"

양쪽으로 활짝 핀 개나리 꽃, 구멍난 바위들, 나풀대는 이름 모를 나비 보였다.

'솨아-'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가 마음에 꽃을 주는 것 같았다.

매신은 뒤에서 나를 밀어주거나 앞에서 당겨주었다. 그때마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혼잣말하는 미친 여자로 보이고 싶않아 꾹 참고 고개로만 인사했다.


오른 지 10분도 되지 않았지만 36도에 육박하는 날씨 탓에 이마에 마른 땀이 맺혔다. 나는 수풀 사이로 매신을 끌고 들어갔다. 

"여기서  쉬자. 는 사람도 없으니까 마음 놓고 얘기해도 돼."

"아."

매신은 그대로 팔을 쭉 피고 뒤로 누웠다.

"시원하다."

유독 땀많이 흘린 매신은 나무가 그려낸 그림자에 몸을 맡기고 숨을 골랐다. 가만히 바라보니 그의 피부색이 어느새 하얗게 돌아온 것 같았다. 나를 돌보느라 집에만 있어 탔던 피부가 돌아온 모양이었다. 오늘 이후로 다시 까매질 그를 생각니 그만 웃음이 나왔다. 매신은 몸을 나에게 틀며 물었다.  

"재밌는 거라도 생각난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


이번에는 내가 그를 향해 몸을 틀었다.

"참, 내가 너에게 썼던 마지막 쪽지에는 뭐라고 적혀 있었어? 기억이 나질 않아. 보여달라 해도 매번 숨기."

"비, 비밀이야!"

매신은 다시 하늘을 향해 몸을 돌렸다.

매신의 몸 아래로 휘날리는 풀 그의 하얀 머리칼을 넘겼다 쓸기를 반복했다. 푸른 눈동자에 담길 초록빛은 어떤 색, 하고 누워 있는 매신 위로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그를 깜짝 래키기 함이기도 했다.

'어라?'

맞닿은 눈. 그러나 매신은 피하지 않았다. 자연을 담고 있던 그의 눈동자엔 오로지 나만이 비치고 있었다.

'이게 아닌데'

되레 당황한 나는 고개를 돌리려 상체를 뒤로 뺐다. 그때 매신 왼손으로 허리를 잡아당겼다. 동시에 남은 한 손으로 내 볼을 감쌌다.

"잠깐만."


왜인지 눈을 감아야 할 것 같다. 

'설.. 설마 키스하려는 건가? 우린 친구 사이인데?"

5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눈은 왜 감은 거야..!'

후회됐지만 이젠 너무 늦어버렸다. 그가 키스하기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매신은 내 볼을 덮고 있던 손을 그대로 내려 어깨에 붙어 있던 무당벌레를 떼어 주었다. 나는 어설프게 눈을 뜨며 웃었다.

"와, 무당벌레네?"

서둘러 자리에 일어나 옷을 털었다.

", 이제 다시 올라가 보자!"

제발 감은 눈을 보지 못했길, 민망함을 지우려 괜히 옷을 한번 더 여맸다.

"소라!"

갑자기 신이 나를 끌어안았다. 여전히 묵직한 팔이었다.

"함께해 줘서 고마워."

상황과는 별개 되는 갑작스러운 포옹에 놀랐지만 좋은 것도 사실이었다. 나는 매신에게 보이지 않을 입꼬리를 위로 들며 미소 지었다. 

"나도 함께해 줘서 고마워."




"착이야!"

축축하게 젖었던 옷은 어느샌가 걸어오는 길에 바짝 말라 있었다. 신기하게도 휴식을 취한 다음부터는 힘들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 없었다. 일출을 보기 위한 명소라 그런지 낮 12 시인 지금은 인기 없는 듯했다. 덕분에 매신과 나는 정상 가운데에 누워 불어오는 바람을 그대로 맞을 수 있었다.

해가 가장 높이 떠오르는 시간은 12시 1시 사이다. 15년 전 매신은 정확히 12시 15분에 이곳에서 달조각을 찾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15분 후 네 번째 달조각이 떠오른다.


널찍한 벤치에 상체를 기댔다. 벤치에 앉아 있을 수도 있었지만 종아리에 닿는 풀의 시원함이 좋아 그대로 두었다. 매신도 내 옆에 따라 기댔다.

"아름답다."

눈앞에 해를 담 바다가 보였다. 정말이지 광활한 절경이었다. 어떠한 건물도, 어떠한 사물우리와 바다 사이를 방해하지 않았다. 연과 우리만이 남겨진 기분이었다.

바다의 수평선 둥글게 휘어 있었다.

'지구는 정말 둥글구나.'

매신도 푸른 눈에 해를 띠우고 있었다.

"나왔다."

그때 두 개의 태양이 떠올랐다. 정확히 진 태양 아래로 찌그러진 태양, 하현달이 려졌다. 태양 빛에 몸을 감추고 있던 하현달은 그만 더 올라가 버리진짜 태양을 따라잡지 못하고 아래로 내려온 것이었다. 우리가 이곳에 들어 눕고 바다를 보고 있던 와중에도 하현달은 계속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두 개의 태양을 바라보았다. 태양 빛을 머금은 달조각은 그저 눈부실 정도로 하얗게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두 개의 태양은 눈을 감아도 보일 하얀 점을 기기 시작했다. 눈이 부셔 고개를 아래로 내리자 네 번째 조각 바다의 수평선 아래로, 내 발등 아래로 천천히 떨어졌다. 달조각은 태양빛을 잃어 은은한 노란빛을 냈다.


조각을 매신의 목걸이에 넣었다. 목걸이 속 달 부푼 상현달로 바뀌었다. 달은 찾는 순서는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 삭 순서지만 달 목걸이에 달이 차는 순서는 초승달, 부푼 초승달, 상현달, 부푼 상현달, 보름달.

걸이 속 달이 보름달이 되고 마지막 조각인 삭을 으면 마침내 작은 우주가 탄생한다, 고 매신은 말했다. 

나는 언젠가 탄생할 작은 우주를 상상하며 빛나는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