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드림카는 따로 있다고
나는 두 편집장을 사수로 뒀다. 하나는 온라인, 또 다른 하나는 지면. 그 두 편집장과 같은 회의실에서 회의한 적도 있다. 두 회사가 같은 사옥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나의 첫 편집장은 내게 꽤 다정한 분이었다. 우리에게는 약 2년여간 서로에게 쌓아온 신뢰와 마감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움직인다는 공동체 의식이 있었다. (아마도)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도 사옥에서 그를 마주칠 때면 살갑게 안부를 묻곤 했다. 그런데 하루는 퇴근 무렵 사건이 벌어졌다. 첫 편집장과 선배 기자들이 사옥 로비에 모여 은밀히 작당모의(?)를 하고 있더라. 모른 체하고 슉- 지나가면 될 것을 그날따라 알은체 하고 싶더라. 왜 그랬을까. 꾀꼬리 같이 "안녕하세요~" 하는 내게 잠깐 이리 와 보란다. 그러곤 갑자기 지령을 내렸다. 현대차에서 신차를 출시하는데 가상의 페르소나를 설정해 몇 자 내외로 몇 시까지 맛깔나게 글 써 오란다. 나는 자동차에 문외한이다. 게다가 곧 퇴근시간인데요. 나는 면전에 대고 "예?.. 아.. 싫은데ㅜ"라고 읊조렸지만 결국 지고지순하게 노트북을 펼쳤다. 그리고 진심으로 갈겼다. 내가 이 차 절대 안 탄단 심정으로. 그리고 돌아온 편집장님의 화답. "느무 잘썼다."
패션 스타일리스트, 20대 중반, 여
사회초년생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지, 코나
생애 첫 차를 알아보고 있다.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유지비를 생각하면 부담스럽지만, 직업 특성상 다량의 짐을 싣고 다닐 이동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 직업은 패션 스타일리스트. 여러 장소를 오가며 값비싼 의상과 촬영 소품을 챙기다 보면 의도치 않게 놓치는 물건이 생긴다. 분실은 곧 손실로 이어진다.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하는 것보다, 현재 내 벌이에 맞는 차가 있다면 훨씬 더 편안하게 많은 일을 소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갓 면허를 취득해 운전이 미숙한 내게 어떤 차가 적합할까?' 고민하며 여러 모델을 살펴보았다. 튼튼하고 부피감 있는 자동차의 상징이 SUV 아닌가? 무작정 차를 알아보며 발품을 팔 때는 수납을 위해 넉넉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대형 SUV를 시승해 봤는데, 키와 몸집이 작은 내게는 승하차 느낌이 안정적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너무 큰 차를 선호하지 않는 데다, 주행이나 주차 등 여러 요소가 신경 쓰였다. 무엇보다 스타일리스트는 '감각'으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련된 디자인도 갖췄으면 했다. 입고 사용하는 모든 게 첫인상이 될 테니까. 마땅한 소형 SUV 라인업을 못 찾고 있던 중 현대차그룹(현대자동차)의 '코나'를 만났다. 지난 2017년 출시된 1세대에 비해 올해 출시된 2세대는 차체 크기가 대폭 확대된 점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준중형 SUV에 버금가는 2열 공간과 큼직한 트렁크, 매트 아래의 잔여 공간까지 넉넉한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여긴 디자인과 금액. 우선 나의 드림카였던 미니쿠퍼 얘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고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내세웠던 전면부의 둥근 헤드램프와 시그니처 컬러들 때문에 예전부터 눈여겨봐 왔던 차다.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도 있듯, 배터리 용량을 비롯해 다양한 성능을 고려했을 때 가격이 사악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코나는 첫인상부터 남달랐다. 미니멀한 일자형 주간주행등이 미래적인 분위기가 나서 간결한 멋을 느낄 수 있었다. 타고 다니면 쿨해 보일 것 같다는 말이다. 그뿐인가? 비교적 금액도 훌륭한 편이다. 코나는 사회초년생이자 보부상처럼 많은 짐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내게 대안이 아닌, 최선의 선택지이자 최고의 동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상, 가상의 페르소나로 본 적도 없는 자동차 시승기를 써본 나. 사실 내 드림카는 여전히 미니쿠퍼다. 내가 쓴 글이 데이터로 수장되기엔 너무나 소중하고 아까워서 올린다.
교훈
사수를 멀찍이 만나면 되도록 눈 마주치지 않고 잰걸음으로 도망간다
다만 눈 마주치면 공손히 인사한다
이걸 왜 나만 몰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