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의 의미

by 정은세

난생 처음으로 "기쁨의 눈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그 장면을, 나는 늘 이해하지 못했다.


'기쁜데 왜 울지?'


그 수수께끼를,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몸으로 알게 되었다.

사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상황은 신규생 상담이나 면접이다.

말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면접을 싫어한다니, 의아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고백하자면 이유는 세 가지다.

나는 낯을 가리는 내성적인 사람이고,

서로를 재는 듯한 특유의 긴장감이 싫고,

무엇보다 그 어색함 속에서 내 본래의 모습을 잃고 허둥대는 내가 싫다.


작년 말, 나는 한 대학 문예창작과 대학원 면접에서 탈락했다.

이 대학은 평생교육을 목표로 하는 학교 특성상 중·장년층 비율이 높은데,

그중에서도 문창과는 경쟁률이 높기로 유명하다.


직접 면접장에 가보니, 내가 가장 연장자 축에 속한다는 느낌에 묘한 위기감이 들었다.


솔직히 기대도 있었다.

같은 학교 출신에, 관련 커리어도 있고, 학점도 나쁘지 않은 국문학과 출신인데,

‘설마 나를 안 뽑겠어?’

‘나 같은 사람을 안 뽑으면, 학교가 손해지.’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과신이었다.


면접에서 자기소개서를 보던 교수님이 말했다.

“정세은 씨는 욕심이 많네요.”

나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네, 저는 욕심이 많습니다.”


결과는 탈락.

40명을 뽑는 자리, 경쟁률 4.18대 1.

돌이켜보면 면접에서 했던 이야기 역시 문창과의 방향성과는 어긋나 있었다.


“한국소설을 영화와 드라마로 교차해 강의하고 싶습니다.”

그 말은 문예창작보다는 미디어나 인문학 계열에 가까웠다.

면접이 끝난 뒤에야, 내가 선택을 잘못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그때는 되면 좋고, 아니어도 그만이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런데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대학원 면접은, 간절해야 붙는 거야.”


이번에 지원한 신설한 학과는 달랐다.

삶의 방향을 다시 설계하며 내가 붙잡은 ‘평생교육’의 가치와

놀랍도록 잘 맞아떨어지는 곳이었다.


너무 간절했던 탓일까.

면접에서 말이 꼬였고, 지난 이야기를 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입학 후 바라는 점을 말해보라기에

세미나나 워크숍 같은 오프라인 행사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다,

결국 이렇게 말해버렸다.

“저, 꼭 붙고 싶어요.”

교수님들의 웃음이 터졌다.


면접 후 열흘.

처음엔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나 싶었고,

발표 이틀 전부터는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

떨어지면 어떻게 마음을 수습할지,

'눈물이 쏟아지면 어쩌나..' 그 걱정이 더 컸다.


발표는 오전 11시.

늦잠 자고 확인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음악을 듣고, 글을 읽고, 영양제를 챙기며 시간을 견뎠다.

오늘만큼은 제발 시간이 빨리 가길 바랐다.


10시 58분 접속.

10시 59분 다시 접속.

그리고 11시 정각.

“합격을 축하합니다.”

그 문구를 보는 순간,

눈물이 맺히더니 그대로 흘러내렸다.


최근 가장 절실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 1급을 준비하던 시간,

그리고 이번 대학원 입학이었다.


'아, 이거구나.

기쁨의 눈물이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간절함 끝에 마침내 닿았을 때,

마치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 것 같은 순간에

사람은 이렇게 운다.


인생을 다 안 것처럼 착각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나는 오늘에서야

기쁨의 눈물을 배우며

또 한 번 자란다.






https://youtu.be/hLQl3WQQoQ0?si=V51eZVsnmU7PHG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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