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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용 Feb 26. 2016

리더십 : 육룡이 나르샤 이성계 ver.

더러운 물을 만지려는 태도

(본 글은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시청자로서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글이며, 드라마 또는 글 안에서 역사적 사실성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더라도 이 글이 드러내고자 하는 핵심 내용과는 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실제 사진보다 그림이 더 마음에 든다. 실제 인물은 어땠을지 상상을 해볼 수 있어서


요새 육룡이 나르샤를 한 회도 빠짐없이 챙겨본다.

그러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이성계는 왜 그토록 새로운 나라의 왕이 되기를 싫어했던 것일까.
아니, 정말 싫어했을까.


이제는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알고 있듯 이성계는 새로운 나라 조선의 왕이 된다. 하지만 조선의 태조가 되기 전 이성계는 왕이 되는 것에 대해 극도로 거부감을 드러낸다. 이성계에게는 왕의 자리보다 더 큰 무엇인가 다른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명예와 평판


아무리 전쟁에서 대적하여 싸우는 적장이라도 자신의 부하를 버리지 않고 용감하게 끝까지 싸우다 전사했다면 사후에 장례를 치러주었고,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싸울 때보다도 더 치열하게 설득하는 사람이 이성계였다. 이것이 이성계의 가장 우선되는 가치관이었고 이는 명예와 평판이라는 형태를 통해 겉으로 드러났다.


결국 왕이 될거였으면서 뭐


이런 그에게 백성의 민심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판단 기준이었고 정도전과 함께 꿈꾸는 대업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 역시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위화도에서 회군하여 최영 장군을 도모하고 자신의 아들 이방원이 정몽주를 살해하면서 이성계는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민심을 잃게 되었다는 표면적인 이유와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지 못했다는 내면적인 이유로.


이것이 이성계가 바로 왕이 되지 않았던, 그리고 되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평판을 우선하는 이성계가 기존 정권을 뒤엎고 왕과 사대부를 제거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이렇게 고민하는 아버지를 옆에서 지켜보는 아들 이방원은 이성계를 못마땅해하며 이렇게 비판한다.

새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면서도 자신은 더러운 물에 손을 담그지도 않고
비난받기도 싫어하며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한다

아마 이런 표정으로 말하지 않았을까. 약간 희번덕


정확하다.

리더는 그 권한과 동등하게 책임을 지는 자리다. 경우에 따라 책임의 크기가 더 크기도 하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지는 둘째 치더라도 리더 임명은 우선 태도의 문제다.

리더 임명은 우선 태도의 문제다


어떤 일을 도모하여 공동체를 꾸리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을 이끌어 나갈 때, 리더는 책임을 전제로 선출된다. 세부항목별 프로젝트의 책임은 각 담당자가 담당할 수 있다. 실제로 그리해야 효율적으로 조직이 운영되기도 하고. 하지만 리더는 태도의 문제고 대표성의 원리가 적용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리더는 공동체의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 탄생한다. 리더 본인의 책임일 수도 있고 공동체의 책임일 수도 있다. 이 책임을 감당할 태도와 확고한 자기 확신이 없으면 그를 리더로 임명하는 것은 모험이며 그 리더십과 공동체는 지속되기 어렵다.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 결과는 여러분이 아시는대로


개인적으로 나를 돌이켜보면 여태껏 제대로 된 리더의 자리에 있지 못했음을 발견한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한 공동체의 리더가 되기에 책임감이 부족했었던 것이다. 오히려 리더보다는 세컨드 팔로워의 역할을 맡았을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 책임이 없는 자리.

정확히 표현하면 책임을 리더에게 전가할 수 있는 자리

왕이 되기 전 이성계의 생각과 말을 살펴보며 습관적으로 세컨드 팔로워의 자리를 찾는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 무언가 이루고는 싶은데 내가 온전히 책임지기는 싫고 더러운 물은 되도록 남이 만지길 바라며 방관하는 모습.


리더의 자세만이 옳고 세컨드 팔로워는 나쁘다는 이분법적이고 편협한 사고를 드러내고자 함이 아니다. 각자의 능력과 자질이 다르고 또 성향이 다르기에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역할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마음속에 리더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아니한가. 나도 그러하고. 그래서 이기적으로 치사한 것이다.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심보.


분이가 리더와 세컨드 팔로워의 두 역할의 모범을 잘 보여준다. 그나저나 꼬질꼬질해도 예쁘다


결국 이성계는 새 나라 조선의 1대 왕이 된다.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는 다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새 나라를 만드는데 모든 사람의 기대를 충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그리고 그 새 나라는 내가 책임지고 만들어내는 것이다. 백성의 진정한 민심은 내가 왕이 되어 얻도록 하자.

요새 월요일과 화요일에 열심히 드라마를 보며 깨달은 리더십의 자그마한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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