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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용 Aug 20. 2020

Interviewer's Note No.2

the Persons : Barista

Interviewer's Note


 더퍼슨스 두 번째 주제는 '바리스타(Barista)'입니다. '바리스타'라는 주제에 대해 의아해하실 분들이 많을 듯합니다. 이번 주제 역시 첫 번째 '퀀트(Quant)'와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관심이 주제 선정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만 '퀀트'는 공급자의 관점에서 궁금했던 점이 많았다면 '바리스타'는 커피 소비자로서 가지고 있었던 질문들이 많았죠. ‘뛰어난 바리스타가 만든 커피 맛은 어떨까', ‘맛있는 커피의 기준이 무엇일까', ‘우리는 왜 매일 커피를 마실까'. 저에게만 해당하는 영역이 아니기도 합니다. 현대인들의 삶에 깊숙이 침투한 음료로써 대중들 모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주제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매일 마시는 음료지만 물처럼 많은 양을 소비할 수 없는 양면성을 가진 음료. 우리 사회의 선배 세대가 즐겨마신 봉지 믹스 커피부터 다방 커피를 거쳐 지금의 수많은 메뉴까지. 이제는 식사 후 입가심을 위한 필수재. 우리네 하루의 삶에서 특이하고 특별하고 특수한 위치를 차지한 음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문득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이 궁금했습니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지만 우리는 소비자로서 최종 산출물에만 시선을 두기 마련이죠. 하지만 한 잔의 새카만 음료가 컵에 담겨 나오기까지 필요한 과정, 그 작업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는 시도에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단순히 지적 호기심 충족이라는 목표 이외에도 매일 우리 몸에서 흡수하고 있는 커피 그 자체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해해야 한다’는 의무성을 동반하기도 했죠. 커피를 추출하기 위해 어떤 나라, 어떤 농장에서, 어떤 가공 처리를 거친 생두를 구매해야 할지 결정하는 과정, 해당 원두의 풍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로스팅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과정, 메뉴에 따라 적절한 추출 방법을 연구하는 과정 모두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배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지'라는 냉소 섞인 말에 대응할 수 있는 답변이자 인간의 오감(五感) 중 하나를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오감 모두 사용하는 입체적인 경험일 수도 있겠네요. 


 특히 커피를 주로 소비하는 공간, 카페 역시 우리 삶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커피를 매개로 삼아 좋아하는 사람, 불편한 사람,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는 곳이자 혼자 오롯이 차지하는 곳이기도 하죠. 이 공간을 어떤 공기로 채울지 결정하는 몫도 바리스타에게 있습니다. 우리는 커피 한 잔 값을 지불하고서 바리스타가 그린 ‘카페’라는 그림을 향유하고 있는 셈이죠. 커피라는 한 잔의 액체를 제공하기 위해 공간의 위치와 형태, 찻 잔의 디자인, 테이블 크기와 의자의 푹신함, 음악의 종류와 커피를 건네며 짓는 미소 하나까지 결정하는 사람. 그림의 구도와 세밀한 요소를 그려내는 사람이 바리스타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바리스타의 민낯이기도 하죠. 이번 시리즈의 부제가 ‘Chief Coffee Director’인 이유입니다. 


 우리가 커피 생두의 생산 과정과 모든 커피 추출 방법 종류를 알 필요는 없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바리스타의 업무를 속속들이 바라볼 여유도 없죠. 하지만 이번에 담은 일곱 인터뷰이의 이야기는 귀담아듣기에 분명 가치 있는 내용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일곱 명의 바리스타를 위시로 국내 커피 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수많은 바리스타가 정성을 기울여 추출한 커피가 우리의 일상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퍼슨스의 첫 번째 시리즈 <더퍼슨스 No.1: 퀀트>의 'Interviewer's Note'에서도 썼듯이 '질문'은 한 대상을 탐구하기 위한 훌륭한 도구입니다. '왜(Why)'라는 친구를 쫄래쫄래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한 분야를 소화한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죠. 금융 분야가 생소하고 어려워 이해에 어려움을 겪었던 분들에게 이번 <더퍼슨스 No.2: 바리스타>가 그 즐거움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주변 동네에 있는 지역 카페를 찾아가 보기를 추천합니다. 반드시 이 책에 소개된 바리스타를 만날 필요는 없습니다. 동네 카페에 방문해서 건네받은 커피 한 잔을 온전히 음미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한 마디 건네보시길. '이 커피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으세요'라고. 질문을 받은 바리스타는 여러분의 말을 이렇게 해석할지도 모릅니다. '커피가 참 마음에 드네요. 맛있는 커피를 고민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도 당신이 만든 커피를 즐기러 자주 올게요'. 질문이 가진 또 다른 힘입니다. 


편집장 이시용



<더퍼슨스 No.2: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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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umblbug.com/3af5363d-d7ef-4247-91e4-b0268ebef643



- 위 글은 <더퍼슨스 No.2: Barista>에 실리는 Interviewer's Note 전문입니다.

- 위 글의 모든 저작권은 더퍼슨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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