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 새 일꾼, 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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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호주로 이민을 준비한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 계기가 궁금해요.
광 : 당시 영어 공부를 했던 시기였어요. 중고등학교 시절을 제외하면 영어 공부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개발 분야 일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영어를 계속 봐야 하는데 실력이 형편없었죠.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마음먹고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호주 이민에 대한 내용도 접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이민이 많이 어려워졌는데 당시만 해도 호주에 IT 개발자가 이민을 가기 수월했어요. 이민을 간 선배 개발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낙원 같았어요. 연봉도 3배 가까이 차이 나고 업무량도 우리나라와 비교가 안되기 때문에 가고 싶다고 느꼈었죠. 결국 이민을 중간에 포기하기는 했지만 이민을 갔어도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았을 것 같아요.
지금도 이민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광 : 네 물론 있습니다. 아내랑 생각을 많이 공유하는 편이에요. 아내가 결혼 전에는 해외여행을 다니지 않다가 저와 만나고 난 후부터 많이 다니게 됐어요. 발리에서 한 두 달 지내보고 나서 해외에서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어요. ‘진짜 이민을 갈까?’라고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를 해요. 좋은 기회가 있다면 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따로 염두에 둔 국가가 있나요?
광 : 캐나다, 호주, 영국.
영어를 쓰는 국가군요.
광 : 다른 언어를 하나 더 배우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웃음). 영어권 국가가 좋을 것 같아요. 영국은 순전히 취향이 많이 반영됐고, 캐나다나 호주는 아직 IT 개발자들에게 우호적이에요.
다만 호주는 IT 분야의 발전 속도가 더뎌요. 첨단을 달리는 국가는 아니에요. 개인적으로는 캐나다가 좋을 것 같아요. 정치 이야기를 하기는 모하지만 미국은 수월하지 않을 것 같고(웃음).
캐나다는 IT를 리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나요?
광 : 리드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선두에 서있기는 해요.
그럼 리드하는 국가는 어디인가요?
광 : 무조건 미국이죠. 미국과 중국이 있어요. 중국은 그 자체로 언어 등 외부 세계와 단절된 부분이 있어요. IT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는 인도도 있고요.
인도에서도 영어를 많이 쓰고 있나요?
광 : 많이 쓰고 있습니다. 인도 화폐에 20 ~ 30개 언어가 적혀있을 정도로 언어가 파편화되어 있어요. 여러 민족이 함께 공존하는 큰 국가이기 때문에 영어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영국의 식민지 시대 시기부터 사용했기 때문에 지식인이다 하면 어느 정도 영어를 구사해요. 그래서 인도인들이 미국으로 많이 진출하기도 하고요. 인도도 1/3 정도는 영어권이라고 볼 수 있어요. 만약에 인도에 가서 IT 분야 일을 한다면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게 돼요. 하지만 국가 자체는 영어권이 아니니까요.
이민 고려 대상 국가에서 빠졌군요.
광 : 네 그렇습니다.
일 외적으로 본인의 삶에 대한 질문을 드릴게요. 많은 취미를 경험해보셨는데 지금은 어떤 취미를 즐기시나요?
광 : 지금은 스쿠버다이빙 예요.
얼마나 하셨죠?
광 : 오래 하지는 않았어요. 자격증을 2개 취득했고 다이빙 횟수는 20회 정도 돼요. 절대 자랑할 숫자는 아니에요. 완전 초보자죠. 더 많이 하고 싶은데 비싼 취미다 보니까 자주 할 수 있지는 않아요.
그러니까요. 흔한 취미가 아니라 비싼 취미인데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광 : 발리에 있을 때 가졌어요. 발리에 가서 한국에 오기 며칠 전에 의미가 있는 것을 해보자 생각해서 스쿠버 다이빙을 우연찮게 접했죠. 이전에도 발리에서 스쿠버 다이빙하는 것 괜찮은 경험이 될 거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아내가 스포츠를 안 좋아하는 편인데 스쿠버 다이빙은 좋아하더라고요. 굉장히 정적인 스포츠예요. 천천히 움직이면서 호흡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느릿느릿하게 움직이게 돼요.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취미 중 하나라서 더 자주 다니게 됐어요.
계절에 상관없이 시도할 수 있나요?
광 : 겨울에 추우면 해외 나가서 하면 돼요. 여름에는 한국에서 한 번 해본 적이 있어요.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스쿠버 다이빙 이외 다른 취미도 있나요?
광 : 자전거를 좋아해요. 날이 슬슬 풀리니 자전거를 타야죠. 이외 스포츠는 글쎄요. 아내가 높거나 빠른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다 보니 점점 그런 것들에게서 멀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스포츠 말고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볼까 하면서 찾아보고 있어요. 자수라든지(웃음).
자수요(웃음)? 아내분께서 자수를 좋아하시는군요.
광 : 얼마 전에 자수 세트를 사서 열심히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해볼 계획이군요.
광 : 혹시 또 모르죠. 성격에 맞아서 앉아서 계속 자수만 하고 있을지(웃음).
가족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아내분과는 어떻게 만났나요?
광 : 친구 소개로 만나게 됐어요. 곱창 집에서 소개팅을 했죠(웃음). 아내가 막창을 좋아해요. ‘근처에 유명한 막창집이 있는데 거기서 봤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초면에 막창이라. 소주를 굉장히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술을 잘 마시겠거니 했는데 의외로 한 잔도 못하더라고요.
정말로 막창을 좋아했군요.
광 : 네. 맛있게 막창만 먹더라고요.
연애를 한 기간이 얼마나 됐죠?
광 : 3년 됐어요. 만으로 따지면 2년쯤 돼요.
결혼 한지는 약 1년이 됐는데 삶에 큰 변화가 생겼을 것 같아요.
광 : 일단은 항상 누군가와 같이 있다는 사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혼자 있을 때는 나만 생각하면 되는데 신경을 써야 하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었다는 것. 그리고 저는 자취 생활을 오래 해서 혼자 있는 것이 익숙했는데 집에 가면 누군가가 있으니까 어색하기도 했어요.
아직은 신혼이라 그런지 그런 부분들을 굉장히 작게 느껴져요. 같이 있어서 외롭지도 않고, 같이 할 수 있는 것들도 많고. 가장 좋은 점은 잠들기 전에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상대가 있다는 것. 나랑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좋아요.
반면 아무래도 한국의 남자이다 보니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부담을 느낄 수도 있겠어요.
광 : 있어요.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결혼한 지 1년 후에 아내는 일을 그만둬서 저 혼자 일을 하고 있어요. 혼자 돈을 벌고 있다 보니 둘이 벌던 만큼은 아니더라도 적당히 벌어야 되니까 부담이 있어요.
개발자의 길을 가는데 부모님의 지지도 많이 있었나요?
광 : 부모님께서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를 믿어주셨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뭘 해도 ‘잘 할 거야’라고 믿어주시면서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셨죠.
어렸을 때부터 개발자의 길을 가겠다고 명확히 말씀드렸나요?
광 : 아주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했기 때문에 주변에서 다들 ‘컴퓨터로 뭐라도 하겠지’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는 대회에 나가서 상을 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컴퓨터 분야에서 일하겠구나’라고 생각하신 거죠.
중고등학생 때 친구들이 저에게 이야기했던 것들 중 기억에 남는 말이 있어요. ‘너는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좋겠다. 가야 할 길이 정해져 있으니 좋겠다. 나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수능 보고 나면 어떤 학과를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앞으로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라는 말.
거꾸로 가야 할 길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나요?
광 : 학창 시절 중간에 다른 길을 선택할 기회가 많았어요. 수학 경진 대회나 웅변대회에 나가서 활동해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저는 이 길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이 가장 재밌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진로가 정해져 있어서 싫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어요.
아까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장영실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해요.
광 : 막연하게 무엇인가 멋진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장영실이 이룬 여러 업적 중 거중기가 있어요. 건물을 지을 때 무거운 돌을 들어 올리기 위한 기계였죠. 실물로는 남아있지는 않아도 사료로 정확히 나와있어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여러 개의 도르래와 새끼줄을 복잡하게 사용해서 만든 거중기가 멋있었어요. ‘나도 저런 것을 만들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어요.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서 다른 사람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가치가 와 닿았어요.
실제로 거중기는 무척 실용적이지는 않아요. 크기나 규모에 비해서 높은 곳까지 돌을 들어 올릴 수 없는 구조예요. 그럼에도 복잡한 구조, 기하학적인 모양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장영실이라는 사람이 위대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한참 후에야 알았죠(웃음).
그렇군요. 좋은 생각을 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발상을 실제로 현실에서 구현해 내는 것은 더욱 대단하니까요.
현재 같이 일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지금 살아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광 :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저 자신이에요.
어떤 의미에서요?
광 : 나를 복사해서 똑같은 내가 두 명이 돼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제가 가지고 있는 시간, 인적 자원에 한계를 느끼니까. 바보 같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싶어서 나를 복사하고 싶어요(웃음). 실제로 같이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래도 마음 맞는 사람들이죠. 능력 좋은 사람들도 물론 좋지만 나랑 대화가 통하고 성향이 비슷한 사람이 더 좋은 것 같아요.
능력보다는 같이 일할 때 편한 것을 우선한다는 의미군요.
광 : 네. 즐겁게 일하는 것에 더 가치를 두고 있어요.
결국 사전적(事前的)으로 찾아낼 수 없는 경우가 많겠네요.
광 : 그렇죠. 겪어봐야 아는 경우가 많죠. 나랑 맞다고 생각했는데 지내다 보면 아닌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본인과 정확히 맞는 사람을 찾는다는 말이 말도 안 되는 소리일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좋죠.
같은 성향끼리 모이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조직 전체에 다양성이 부족해지면서 단점이 나타나는 딜레마가 생기지는 않을까요?
광 : 사람들이 모일 때 어떤 성향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저와 비슷한 성향 10명이 모여있으면 하나같이 다른 생각을 하면서 딴짓하고 있을 거예요.
성향 자체가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의미군요.
(왼쪽부터 일상에서의 김지광 개발자)
큰 질문일 수도 있어요. 현재 본인의 행복은 어디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광 : 아내에게 있어요. 결혼 생활이 재미있고 매일 하루가 새롭고 좋아요. 투닥거릴 때도 있지만 가족만 느낄 수 있는 끈끈함이 있어요. 아내가 밥을 차려줄 때 그저 밥만 주는 것이 아니라 나를 챙겨주고 있다는 마음을 느낄 때가 있어요. 내가 지나가는 말로 소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면 그 말을 기억해 뒀다고 소고기 요리를 해준다든가, 반대로 아내가 펜이 떨어졌다고 하면 제가 같이 펜 사러 가자고 말한다든가. 서로 가족으로써 신경을 써주는 것에 대해서 행복함을 많이 느껴요.
지금 일하면서도 성취감을 느낄 때 행복을 느껴요. 일을 잘 마무리하고 나서 잘 작동될 때 느끼는 성취감도 행복을 느끼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죠.
4차 산업 혁명이다 해서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습득해야 할 정보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지며 살아가야 할까요?
광 : 저는 경제학자도 아니고 이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4차 산업 혁명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굉장히 범주가 넓다는 사실이에요. 범주가 넓다는 의미는 그 모든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는 얘기죠. 어떤 분야이든 그 큰 변화 중 하나의 줄기일 뿐이고 이를 모두 따라가기 위해서 아등바등하기보다는 본인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4차 산업은 어떤 분야든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어요. 예술 분야가 4차 산업과 연관이 없어 보여도 분명 관계가 얽혀 있어요. 군수 산업, 항만 산업, 항공 산업 등 모든 분야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반드시 A.I(인공지능)를 공부해서 알고 따라가야 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아요.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 있구나’ 정도를 인지하고서 본인의 역량을 키우다가 보면 어느 시점엔가 접점이 생기게 되고 그 분야들이 연결돼서 4차 산업을 이룬다고 생각해요.
개발자들도 4차 산업을 많은 부분 이끌어 가고 있기는 하지만 개발자들이 전부 이끌어 가는 것은 아니에요. 각자의 분야가 따로 있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날카로운 무기를 가지고서 덤비는 거예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나만 뒤쳐져 있구나’, ‘나는 4차 산업이 뭔지 모르겠는데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파악하고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래에 들어서 인문학을 배워야 한다면서 산업 간 융합을 강조하고 있는 추세예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한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방향성과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소위 통합형 인재를 추구하는 방향성 중 어느 곳에 중점을 두고 있나요?
광 : 여러 분야를 아울러 하나의 새로운 분야를 창출해내는 것을 융복합이라고 하죠. 최근 정부에서 중점을 두고 있기도 하고 중요하긴 해요. 그런데 둘 모두 필요해요.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사람도 필요하고 양쪽 분야를 잘 알고 조율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해요. 둘 다 하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해요. 본인의 성향에 맞게 나가는 게 중요해요.
비슷한 예로 여러 나라의 언어를 동시에 번역해주는 인공 지능 서비스가 나오고 있지요. 실제로 인공 지능을 통해 번역을 했을 때 더 좋은 번역이 가능한 것을 확인하고 있는데, 이 서비스를 만든 사람들이 인공 지능 분야만 공부해서 서비스를 만든 것이 절대 아니에요. 문학, 언어학의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을 해서 만들었죠. 인공 지능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사람들이 있고 언어학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사람들이 있고 이 둘을 연결해주는 사람들이 따로 있어요.
본인의 능력과 성향에 맞는 역할을 선택하면 된다고 봐요. 현재 문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인공 지능에도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무리하게 인공 지능을 깊게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반면 문학과 인공 지능 모두에 관심이 있지만 깊은 전문성을 가질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그 두 분야의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면 되죠.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성향과 능력을 먼저 정확하게 파악하는 단계가 중요하겠네요.
광 : 그렇죠. 그렇게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해요. 한 가지 분야만 파고드는 것도 좋기는 한데 저처럼 이외의 분야들에 관심을 가지며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새로운 경험을 하는데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벌써 경력이 꽤 되는 개발자가 되었어요. 본인뿐 아니라 후배들을 양성하고 싶은 생각도 들 것 같아요.
광 : 있습니다. 실제로 뷰리플에서 일하기 전에 HTML5(웹 문서를 제작하는 데 쓰이는 기본 프로그래밍 언어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의 최신 규격)라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컸을 때가 있었어요. 당시 실제로 이와 관련한 강좌 사이트를 개설하고 1인당 10,000원씩 받고 6개월 동안 강의를 했던 적이 있었어요. 사람이 많이 왔을 때는 230명까지 모였어요. 이 경험이 좋았던 점은 강의를 준비하면서 강사 본인이 가장 크게 발전한다는 점이에요. 다른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줘야 하기 때문에 내가 희미하게 알고 있었던 부분들을 확실하게 공부하게 되죠.
단점은 그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 등 리소스(resources)가 너무 많아요. 지속하기는 힘들어요.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개발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이라서 강의가 아무리 재밌어도 개발을 직접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사람인 것 같아요. 만약에 제가 후배들을 양성한다고 하더라도 무협소설에서 무술을 전수하듯이 두세명 정도만 데리고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대중을 위한 강연보다는 실무를 같이 하며 가르쳐주는 개념이군요.
광 : 대중을 위한 강연에 특화된 사람들이 따로 있죠. 저는 아닌 것 같아요(웃음).
코딩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추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광 : 좋은 방향이죠. 이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후배들을 양성하는 추세는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우리나라에서 개발자 커뮤니티가 약하다 보니 원활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에요. 커뮤니티가 있더라도 아는 사람들끼리만 모인다든가. 큰 규모의 커뮤니티가 많지는 않아요. 그런 부분에서 아쉬워요. 좀 더 발전해서 산업을 이끌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정부에서도 어렸을 때부터 코딩 교육을 실시하자는 취지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본인이 바라볼 때 현재 코딩 교육 정책의 단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광 : 가장 큰 단점은 일괄적인 교육이라는 거예요. 코딩은 프로그램을 배운다기보다 논리를 배우는 교육이거든요. 수학을 배우는 것과 같아요. 1+1=2라는 논리를 머릿속으로 생각해서 손으로 푸는 방식을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수행하는 거예요.
코딩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명분 하에 천편일률적인 커리큘럼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논리력을 가르친다든지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적극적인 찬성이에요.
故 스티브 잡스가 했던 이야기가 있어요. 스티브 잡스는 모든 사람들이 코딩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처럼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육성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코딩은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교육하자는 말이었어요. 반면 우리나라의 코딩 교육은 산업을 키워보자는 생각으로 덤비는 모양새라서 안타까운 부분들이 많이 있죠.
겉치레가 아니라 핵심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군요.
아까는 어렸을 적 꿈을 이야기했다면, 현재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광 : 건물을 가지는 것이 꿈입니다(웃음).
목적은?
광 : 결혼하고 나니 아무래도 노후 대비에 대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게 됐어요. 예전에는 ‘그런 거 뭐야’ 하면서 살았는데 이제는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고요. (결혼은) 현실이니까요. 애가 곧 생기게 되면 아이를 키워야 하는 점도 있고.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됐을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됐어요.
발리에 갔을 때도 느낀 점이 많았어요. 은퇴하고 나서 온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발리에서 10년, 20년 렌트하고서 노후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노후를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서는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죠.
부동산 공부를 해야겠네요.
광 : 일단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버는 게 우선돼야 할 것 같아요(웃음).
후배 개발자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해요.
광 : 조언을 구하러 오는 후배 개발자분들에게 항상 해주는 말이 있어요. 성격에 맞지 않으면 개발자 하면 안 된다고. 이 말을 해주는 이유가 있어요. 최근에 ‘개발자 되기’라는 코스가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비개발자 출신 또는 개발자 출신이라도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학원에 가서 돈 주고 배워서 제대로 된 개발자를 해보겠다는 취지죠. 정부에서도 실직한 분들이나 취업 준비생들에게 지원을 해줘요. ‘요새 소프트웨어 개발 많이 하니까’, ‘전망 좋아 보이니까’라며 시작하는 분들이 있어요. 1년 안에 다들 실패해요.
본인 성격에 맞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에요. 항상 공부해야 하고 최신 기술의 선두에 있어야 하고 모든 문제에 대해 의문점을 던져야 하고. 이런 부분들이 본인의 성격에 맞지 않으며 개발자로서 성공하기 쉽지 않거든요. 본인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하고서 빨리 다른 분야를 찾아보면 좋겠다는 것이 제가 해주고 싶은 조언이에요.
코딩 교육과 관련해서 이야기했던 부분과 연결해보면, 취미로는 추천하지만 직업으로 생각할 때는 충분히 고려한 후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군요.
광 : 네 맞습니다.
요새 들어 사회 안의 경쟁이 심해져서 취업이 어렵고, 회사에 들어가서도 쉽게 이직을 생각하게 되는 어려움이 많아요. 어느 시대보다 힘겹게 살아가는 젊은 청년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광 : 짧게 이야기하면 ‘열심히 살아라’가 될 것 같아요.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정답을 이야기해줄 수는 없겠지요. 다만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취업을 해도 일이 재미가 없고, 취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곳이 없죠. 힘내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을 조금 더 넓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포기’라는 말을 많이들 하더라고요. 저는 포기라고 생각 안 해요. 다른 곳을 본다고 생각해요. 대기업을 들어가고 싶었는데 안됐다 하더라도 ‘그렇다면, 나는 다른 대기업 취업 말고 다른 길을 가야지’라는 생각. 본인 삶의 진로를 변경하고 터닝 포인트를 만드는 것을 한 번 해보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이런 삶의 태도를 가져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에요. 물론 이런 여유를 가지지 못한 분들도 많이 있겠지만 본인 여건이 가능하다면 다른 것들도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건물주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하셨는데, 그보다 궁극적으로 가족과 함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광 : 비슷한 맥락인데, 집을 짓고 싶어요. 평생 살 집을. 만약 중간에 이민을 가지 않는다면(웃음). 조용한 곳에 가족만을 위한 집을 직접 설계해서 짓고 싶다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하고 있어요.
몇 년 전만 해도 사람 많이 다니는 곳에 있는 비싼 집 사서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결혼을 하고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행복을 느끼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어 가는 것 같아요. 우리만을 위한 공간, 평생 지낼 수 있는 집. 지금 집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보니 집에 대한 목표가 가장 큽니다.
가족과 같이 지낼 수 있는 집이 가장 큰 목표군요. 알겠습니다. 긴 시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그래서 던진 질문 하나. '이 시대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김지광 씨는 자신의 일에 집중하라고 답했다. 한 분야에 능통하면 능통한 대로, 여러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있는 대로 자신만의 역량을 키우라고.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원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뜨거운 난로 옆에 있을 때의 10분은 한 시간 같지만 미인 옆에 있을 때의 10분은 1분 같다’. 인터뷰 내내 김지광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스로에게 '나는 현재를 온전히 누리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다가올, 아니 이미 스며든 미래에 지레 겁먹는 것은 아닌가. 내 삶의 시간은 어느 정도 속도로 흘러가고 있는가. 머릿속에서 미래를 지운채 살아갈 수는 없으나 그만큼 현재를 놓치고 있지 않은가.
내 삶의 시간은 어느 정도 속도로 흘러가고 있는가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동안 줄기차게 들어왔던 삶의 정답이다. 지금 이 순간 열심히 사는 것. 그 간단하고도 어려운 메시지를 삶에서 실천하고 있는 김지광 씨. 가족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며, 현실에 충실한 삶. 앞으로의 시간이 더 궁금해지는 사람이었다.
* 본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허가를 받아 작성한 게시물이며 본 글의 저작권은 게시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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