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의 시

해질녘

오늘의 시: 아홉 번째

by 조사랑

해가 떨어질 때

그 순간은 중력장에 걸린 것만 같다

여기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요

사랑에 빠질 때 공기가 멈추듯이 그렇게

느릿

느릿

멈 춰 선 다


구름에 가린 해를 볼 때는 눈이 덜 아프다

어떤 날의 해는 카메라 렌즈로 보고 싶고

또 어떤 날은 해와 나 단 둘만 있는 것처럼 그렇게

못박힌 듯 바라보고 싶다


어떤 태양은 주홍색으로 타고

또 다른 날은 자색 톤으로 넘어간다

00B5E3 즈음에서 C23352 주변으로 흘러가는

733E7F의 홍람색 그리고

해가 떨어지기 직전에

주위를 태우는 F15B5B도 눈여겨본다


해선 안 되는 것에 이끌리듯이

눈꺼풀을 깜빡이지 않고 해를 바라보고 싶다

기뻐도, 슬퍼도, 행복해도, 서글퍼도 눈물이 나는 것인데

지는 해를 볼 때는 언제나 눈물이 났다


태양은 50억 년 뒤 어느 목요일에 폭발한다고 했다

늘어진 시간만큼 미래로 달려가

눈을 깜빡이지 않고 너의 마지막을 보아주고 싶다

나의 하루를 열고 닫아주어 고맙다고,

어쩌면 그날의 해를 바라보기 위해 매일을 살았는지도 모르겠다고

언젠가는 내가 너의 끝을 보아주고 싶다








태양을 사랑해요. 이렇게 뜨겁고 무더운 여름에도 저는 해를 사랑하더라고요. 섭씨 52도에 서있었을 때도, 영하 18도에 있었을 때도 해가 좋았어요. 어쩔 수 없는 여름 인간입니다. 언젠가는 겨울 인간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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