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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 Sep 20. 2022

초능력

오늘의 시: 열다섯 번째


초능력이 있다

지하철에 타기만 하면 자리가 나는 마법!

아침 8시쯤, 저녁 6시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직장인이 부러워하는

바로 그것!


누군가 앞에 서면

귀신처럼

다음 역, 다다음 역에 자리가 비었다

나 진짜 초능력 있다니까?

하면서 지하철에 타면

거짓말처럼 다음 역에 친구를 앉힐 수 있었다


초능력이 있나 봐! 하고 외칠수록

매일같이 능력치가 좋아졌다

게임 캐릭터처럼 무럭무럭 자라나

정확도가 어마어마해졌다

이것은 정말로 마법인가?


힘들고 지칠 때도 그랬다

지하철만 놓쳐도 눈물이 나던 때가 있었다

마음이 구멍이 난 줄도 몰랐을 때

그래도 거슬러보면

수많은 출근길을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아침마다 우체통에 누가 넣어두듯이

하루에 하나쯤은

좋은 일이 꼭 있었다


그러니 법 모자 양반

호그와트로 초대하는 편지를 깜빡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늦깎이 마법학도에게 부엉이를 보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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