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초 카메라를 샀다. DSLR 이었다. 비싸진 않았다. 비싼 카메라를 다루는 법도 몰랐다.
카메라 값을 한 번에 낼 수 없어 할부로 긁었다. 카메라 값은 3개월 동안 통장을 착착 빠져나갔다.
돈이 빠져나가는 동안 틈틈이 카메라를 익혔다. 카메라는 어려웠다.
조리개를 조절하고 초첨을 맞추느라 한참을 헤맸다. 그러는 동안 나는 풍경보단 사람을 좋아한다는 취향을 알아냈다.
길 가는 사람을 잡아넣은 사진이 더 이야기가 있어 보였다. 길 가는 사람을 대놓고 찍을 순 없으니 친구들을 많이 찍어줬다.
올 여름은 참 더웠다. 여름 내내 나는 사진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했다. 그러나 원하는 이야기는 내 마음만큼 잘 안 만들어졌다. 그 점이 속상했다.
할부가 끝나니 입추가 되었다. 여전히 카메라로 이야기를 만드는 법까진 모르겠다. 계절 따라 배우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싶다.
입추를 맞아 사진을 정리했는데, 아무리 봐도 서툴러 스스로 웃음이 나왔다.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이지만 사진은 재미있다. 사진만큼 재밌는 글을 쓰고 싶은 나는 사진을 더 잘 찍고 싶은 욕심을 가져버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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