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하나를 내놓는 대신 열 개중 댓 개를 주고
없어도 될 신체 부위 하나는 어디일까? 라는 질문을 술집에서 받았을 때 나는 살짝 웃음이 나왔다
꼭 하나여야 해, 전부 다 슥슥 지워버릴 순 없는거야, 라고 되물었더니 아아니, 병이든 뭐든 하나를 잃어야 한다면 어딜 선택하고 싶냐는 거지, 재미있잖아 이런 생각 세상 제일 쓸데는 없지만, 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그때부터 곰곰 생각했다 눈 한 쪽은 괜찮아 보였는데 어릴 때부터 눈만큼은 애지중지하던 엄마의 모습이 겹쳤다 눈을 소중히 하던 엄마는 이제 눈이 아팠고 눈이 아픈 엄마는 자식의 눈이 아플까 세상에서 제일 많이 걱정했다 나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져서 눈은 과감히 포기했다
귀는 어떠냐고 친구가 물었다 귀라는 단어가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내저었다 한 쪽이든 두 쪽이든 소리를 못 들으면 노래를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다 나는 앉아있는 꽤 많은 시간 귀에 내리꽂는 음악을 듣고 살았고 한 쪽에서만 나오는 음악을 선택하지도 않았는데 평생 그런 음악만 들어야 한다니 차라리 양 쪽 귀를 틀어막고 말테야 고막을 긁어내고 말테야 라고 대답했다 나는 이 때만큼은 참 단호했다
손 하나를 댕강 없애자니 나는 귀찮게도 양손잡이었다 그러니까 손이 하나라도 없으면 나는 밥을 못 먹거나 글을 못 쓰는데 둘 다 굶어죽긴 매한가지었으니 있어서는 안 될 선택지었다 게다가 우리는 지금 나를 전부 슥슥 지워버리는 게 아닌 신체 부위 하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손 하나는 나를 없애버리는 것과 사실상 같았고 그 과정은 참 재미가 없었다
그럼 두 개짜리인 콩팥은 어때, 했는데 둘다 동시에 피식 웃었다 이야기한 것 중 제일 괜찮아보였지만 일단 어째 내 눈에 보이는 손가락 손톱 하나보다 살을 찢어서 꺼내야 하는 콩팥이 더 아파보였고 게다가 여태까지 나온 무수한 부위들과 콩팥 따위는 절대로 등가교환될 것 같지가 않았다 우리는 적절한 희생과 결핍을 이야기했는데 콩팥은 어째 핑계를 찾는 것 같았고 우리의 시덥잖으면서 고결한 척하는 말장난에 콩팥은 참 너무 가벼웠다
술을 조금만 더 마셨으면 과학책을 꺼내가며 신체부위를 찾을 뻔 했는데 발가락 이야기가 나왔다 이거 하나 없으면 글쎄 멀쩡한 애들도 군대를 못 간대 그 정도면 우리 나라에서는 괜찮은 제물 아니니? 킥킥대며 말하는 친구에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 이유는 정말로 발가락들이 없으면 난 너무 아프고 또 슬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처 갈라지지도 못한 발등만 달고 잇으면 내 몸과 또 잘린 나무밑동의 차이는 무엇인지 언뜻 구분이 안 가고 궁금해졌지만 나는 눈도 귀도 손도 콩팥도 헌정하긴 싫었고 그렇다고 과학책을 펼치기도 싫어서 적당히 발가락 다섯 개로 타협을 봤다
둘 중 하나를 내놓는 대신 열 개중 댓 개를 주고 나무 밑동이 되어버렸지만 그 정도의 침잠은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슬픔의 수준은.
(끝)
emblem040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