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bo-Protect me from what I want
드디어 병원을 찾아갔다.
회의를 들어갔지만 글자가 보이지 않았다. 정말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루에 다섯 번씩 운 지 꼭 2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회사 근처 병원 네다섯 곳에 전화를 했는데 예약이 되는 곳이 없었다. "이번 주는 모두 예약이 찼어요." 힘들게 사는 모두의 고통이 전해져 또 울음이 나왔다. 마음이 아픈 사람에겐 웃지 말라는 규칙이 있는 걸까? 짜맞춘 듯 무미건조한 간호사들의 대답마저 살짝 힘들었다. 지하철역 두 칸을 가야 하는 곳까지 범위를 넓혔다. 괜찮아 보이는 곳 중 유일하게 되는 곳에 간신히 당일 예약을 넣었다.
팀장에겐 하혈을 한다고 했다. 급히 산부인과에 가봐야겠다고 거짓말을 한 거다. 남자인 팀장이 상상할 수 없는 사유를 대야지 근무시간에 빠져나오고 욕을 먹지 않을 거 같았다. 아직까지 마음의 병은 꼭 그 정도의 위치였다.
병원에 들어가서 접수를 했다. 웃지 않는 간호사가 초진 접수를 도왔다. 무덤덤했다. 그냥 힘들었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정면에 뻥 뚫린 창문과 폭신해 보이는 쇼파가 있었다. 사회적 자아와 긴장감으로 무장한 채 의사 선생님의 얼굴과 마주했다. 무슨 일로 병원을 찾았냐고 하자마자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머리를 멤돌던 수많은 말이 있는데, 정리도 생각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20여 분을 울며 뜨문뜨문 간신히 말을 했다.
"제가 아픈 건지 사실 자신은 없는데, 죽을 것 같아서 왔어요, 선생님."
-계속-
Protect me from what I want...
Protect me protect me
Maybe we're victims of fate
Remember when we'd celebrate
We'd drink and get high until late
And now we're all alone
원하는 거로부터 날 지켜줘
지켜줘 지켜줘
우리는 운명의 피해자들일지도
마음껏 축하했던 때를 기억해
우리는 밤 늦게까지 취했고 신나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혼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