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껴본 적 있나요?

나만 몰랐던 기분.

by 세하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기분이 이상했다.

바뀐 약을 두 번째 먹은 다음 날 일어난 일이었다.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여보! 나 기분이 왜 이렇게 좋지?. 마치 하늘에 붕 떠있는 기분이야."


격양된 목소리로 웃으며 말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덩달아 웃었다.

"당신이 기분 좋다니까 나도 좋네?"


정말 룰루랄라 씻으러 갔다.

여행을 가는 날에도 없던 아침의 기분이었다.


도대체 얼마 만에 찾아온 건지 기억도 나지 않는 하루가 기대되는 아침.

그리고 나는 평소보다 분주한마음으로 출근준비를 시작했다.


평소와 똑같이 화장실 변기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똑같이 세안을 하고, 화장을 했다.

옷을 입으러 옷방에 들어가면서 시계를 흘끔 봤을 때 흠칫 놀랐다.

평소보다 10분이나 빠른 시간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서둘러야 하는 옷 입기를 천천히 마치고

세 마리 고양이들의 얼굴을 한 번씩 쓰다듬어줬다.

유난히 사랑스러워 보이는 고양이들의 얼굴

이게 행복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입맛이 늘 없어서

먹고 싶은 것만 몰아서 폭식을 하는 나는

하나 두 개씩 먹고 싶은 음식들이 떠올랐고

퇴근하면 다퉈야 하는 오늘 뭐 먹을래?라는 말대신

"난 오늘 주꾸미 먹고 싶은데 당신은 어때?"

라는 말들로 그날의 저녁 메뉴를 고를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스트레스가 덜어졌다.


의사는 나의 이야기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듣기 좋은 이야기네요. 그리고 보통사람들은 평소 그런 기분을 느끼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기분이 떨어져 있던 날들이 많아서, 조금 괜찮은 날들을 너무 붕 떠있는 기분이라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게 미션 하나를 주었다.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주변사람에게도 가족에게도 기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세요."


"꼭 그렇게 하는 게 좋을까요?. 제가 기분을 다 이야기하면 상대가 불편해질 텐데요."

나는 쉽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리고 그게 정말 맞는 방법인 건지 의문이 들었다.


"환자분에게는 마음의 선이 있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환자분의 기분을 아는 것이 상당히 중요해요.

그래야 상처받지 않습니다. 남들보다 상처를 잘 받는 스타일이라는 걸 모르고 사셨던 것 같아요."


나는 내가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어떤 말을 들어도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억들은 어쩌면 일련의 상처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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