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부작용도 있나요?
일주일 동안 약을 먹으면서
뭔가 안정되는 기분을 느낌과 동시에
약을 먹으면 더워진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처음엔 갱년기가 벌써 오나 했는데
강한 열감은 꼭 약을 먹은 뒤에만 올라왔다.
근래 일하면서도 열이 올랐다 내렸다 하며 식은땀이 나는 이상증세가 있었긴 했지만 그 열감과는 다른 더 강한 더움이었고 땀까지 흘렀다.
나는 원래 부작용이 많은 몸뚱이다.
항생제 알레르기도 있고,
남들 다 바르는 화장품에도 알레르기가 있어서
화장품 선물을 받는 일은 썩 달가운 일이 아닌 여자다.
그렇게 나는 병원에 가서 할 이야기들을 하나씩 기억해 내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병원을 찾았다.
"어떠셨나요?"
의사의 질문에 나는 열감이야기를 먼저 했다.
의사는 의아한 말투로 말했다.
"열감이 있다는 부작용은 처음 들어보는데
제가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너무 더워서 이 추운 날씨에 창문을 열정도에요."
의사는 2분가량 키보드 자판을 치며 내가 먹은 약에 대해 검색해 보는 듯했다.
"부작용으로 열감증상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하네요. 제가 만난 환자 중에는 처음입니다만, 약처방을 바꿔야겠어요."
나는 배가 불러도 몸이 간지러워지는 현상까지 발생하는 이상한 몸이라고 고백했다.
의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신기하네요.. 밥을 많이 먹으면 두드러기가 일어난다니요. 혹시 그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던 건 아닌가요?"
아니다. 나는 정말 어떤 음식을 먹던 많이 먹으면 허벅지 안쪽으로 두드러기가 올라와서 더 이상 먹고 싶어도 먹지 않는다.
그런데 이건 정말 배가 터지도록 먹었을 때만 일어나는 현상이다.
덕분에 나는 평생 몸무게 변화 없는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받은 알레르기검사에서 어떤 음식에도 알레르기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아침에 알람이 울리기 전 눈이 떠지는 현상과 무기력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의사는 약처방을 다시 해준다고 얘기했고,
일주일간 나의 생활에 대해 물었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서인지 순탄했고
그전보다 짜증이 줄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감정이 없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을 수 있는 현상이라고 얘기했다.
생각이 줄어든다는 것은 나에겐 너무 반가운 일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의사는 또 물었다.
"남편분께서는, 혹은 주위에서는 환자분의 달라짐을 느끼십니까?"
생각해 보니 남편이랑 한번 다툰 날이 떠올랐다.
매장일로 시시비비를 가릴 때마다 내가 늘 뱉는 말들이 있는데 그날 그는 그 말들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그 말을 하지 않은 채로 미안하다고 이야기하자 그는 왜 그 말을 안 하냐고 나에게 물었었다.
그때 나는 그냥 늘 뱉어내던 말이 생각나지 않았고, 하고 싶지 않았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핑계를 찾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었다.
그리고 정말 달라진 점은 내 입에서 미안하다는 말이 나왔다는 점이었다.
내 문제 중에 가장 큰 한 가지는 사과를 잘 못하는 것이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 때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
자존심 때문인지 뭔지 도대체 모르겠지만, 미안한 마음이 용솟음쳐도 미안하다는 말은 입 밖으로 도통 나오지를 않았고, 그런 내 성격 탓으로 사과받아야 하는 입장의 남편과의 다툼은 늘 더 커져만 갔다.
나는 언제나 미안하지 않아야 할 이유들만을 머릿속으로 나열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그게 사라졌다.
"미안해." 이 한마디가 너무 쉽게 입 밖으로 나왔다.
"좋네요."
의사는 이 한마디를 던지고 바뀐 약을 먹어본 뒤
다시 일주일 뒤에 보자고 했다.
나는 기대했다.
내가 또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그리고 얼마나 더 덤덤해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