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왜 그래?
엄마는 오래전부터 불면증에 시달렸다.
상당히 긍정적이고 사회성도 나쁘지 않은 봉사정신이 투철한 착한 여자가 왜 불면증에 시달릴까?
자식들은 다 각자 위치에서 잘 살고 있고, 돈걱정 집걱정 없이 살고 있는데 말이다.
엄마는 경로당에서 막내노릇을 톡톡이 하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수발을 자처한다.
그러면서 그 모든 덕은 자식에게 갈 것이라고 확신하며 행복해한다.
동네에서 소문난 착한 아줌마 김여사가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렇게 행복한 여자는 왜 밤잠을 이루지 못할까?.
나는 엄마에게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는지 물었다.
늘 똑같이 '전혀 없어'라는 말을 남긴 채
수면제를 먹어도 2시간밖에 못 잔다며 속상해한다.
나는 라벤더오일과 차를 선물해 봤지만
효과가 전혀 없다고도 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속이 쓰려서 깨는 게 일상이라
밤이 오는 게 두렵다고까지 했다.
10시에 잠들면 12시에 깨어나서 새벽 내내 뜬눈으로 TV를 보거나 옆에서 잠들었던 아빠가 일어나 팔다리를 주물러 주면 또 잠깐 30분 눈을 붙인다고 했다.
"아빠도 엄청 피곤하겠네."
아빠는 엄청 잘잔다고 했다.
가끔 그게 얄밉기도 할 정도라는데 대신에 옆에서 엄마가 뒤척이면 일어나서 엄마를 만져주고 엄마가 잠든다 싶으면 다시 잠을 청한다고 했다.
"세상에 아빠 같은 남자 진짜 없다. 엄마나이에 다 각방 쓴다는데 일흔 넘어서 와이프 잠 못 잔다고 발 주물러 주는 남자가 몇이나 되겠어?"
엄마는 강한 긍정을 하지만 말끝마다 아빠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 뭐 해, 집에서 손하나 꼼짝을 안 하고 자기가 먹은 거 혼자서 깨끗하게 치울 줄도 모르는데."
나는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 아빠 사고 나서 병원에 누워있을 때 기억 안 나? 걸어만 다니게 해달라고 기도했었잖아. 지금까지도 아빠가 누워있다고 생각해 봐."
엄마는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아빠에 대한 화를 못 이겨내는 듯했다.
"네가 아빠 같은 남자랑 한번 살아봐. 이서방은 안 그렇잖아."
엄마의 불면의 범인은 아빠인 걸까?
엄마, 엄마도 나처럼 병원에 가보는 게 어때?
"나는 우울증 같은 거 없어. 내가 정신병원에 가면 뭐 해. 난 스트레스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