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엄마, 나는 엄마가 행복하면 좋겠어

정신병원 전도사

by 세하

이른 아침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즘 어때? 아직도 잠을 못 자?"


엄마는 매 마른침을 삼키며 한숨을 뱉어냈다.


"아니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 엄마는 정말 이러다 오래 못 살 것 같아."


엄마는 입이 자꾸 마르고 혀가 쭉쭉 갈라지고 있다고 했다.

매일아침 속이 쓰려서 저녁에 밥도 안 먹는데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내과에서 지어준 역류성식도염약도 효과가 없다고 했다.


"어젯밤은 몇 시간 잤는데?"


"두 시간 잤나?"


나는 엄마에게 곧 가겠다고 말한 뒤

친정집으로 갈 채비를 했다.


남편이 사둔 아빠외투를 챙기고

내가 잘 들지 않는 루이뷔통 가방까지도 챙겼다.


그리고 문자로 컨디션 확인을 한번 더 했다.


문자로 들리는듯한 엄마의 음성.

무미건조하고 힘없는 말투.

선물을 들고 간다는 내 상냥한 말에도

'뭔데?'라는 궁금증대신 '좋아'라는 답뿐이었다.


나는 친정집으로 가는 길에 주변 정신건강의학과에 전화를 걸었다.


가장 잘 나가 보이는 두 곳에선 두 달 뒤에나 초진이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고 그중 한 군데서는 당일 예약이 가능했다.

어디라도 좋았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병원에 데려가고 싶었다.


병원 예약시간에 맞게 아빠와 함께 셋이서 월남쌈샤브집으로 식사를 하러 갔다.


그곳에서 아빠는 엄마가 없는 틈을 타 내게 속삭였다.


"엄마가 치매가 온 것 같아."


나는 깜짝 놀라면서도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아빠는 엄마가 너무 많이 변했다고 했다.

잠을 못 자서 그런건지 사람이 이상해졌다고 했다.

경로당에 다녀만 오면 집에 와서 온갖 짜증을 퍼붓고

아빠에게 상처 주는 말들을 서슴지 않으며 소리까지 지른다고 했다.


엄마가 자리에 야채 한 바구니를 들고 돌아왔을 때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경로당에서 힘들게 하는 할머니 있어?"


엄마는 강하게 부정했고 경로당을 다니는 일은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하며 또다시 아빠에게 화살을 돌렸다.


"너네 아빠가 집에서 손 하나 까딱을 안 해. 어찌나 짜증 나는지 청소기 한 번을 안 돌려."


아빠는 바로 대꾸했다.


"이 사람아 무슨 소리야. 내가 왜 청소기를 안 돌려."


엄마는 아빠가 청소를 하던 설거지를 하던 다시 한번 손을 대야 하는 수준이라는 게 못마땅한듯했다.


아빠는 풀 죽은 얼굴로 말했다.

"저 사람이 저래. 내가 뭘 해도 다 못마땅해해. 그리고 나는 했는데 저렇게 안 했다고 우겨."


두 사람의 다툼을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눈물이 핑 돌고 있음을 느꼈다.


쓴소리를 들으며 화를 받아내야 하는 아빠의 마음이 불쌍했고 주체하지 못하는 화를 날 선 말들로 뱉어야 하는 엄마가 안쓰러웠다.


"인과응보지. 아빠가 정신 나갔을 때 엄마 힘들게 하는 거 받는 거야. 아빠는 괜찮아, 다 그렇게 같이 늙어가는 거지 뭐."

그러면서 아빠는 엄마가 치매라고 해도 상관없다고 했다.

아빠가 있으니까 걱정 말라고 말하면서 체념한듯한 한숨 섞인 미소를 지었다.


나는 아빠에게 매일 3시에 청소기를 돌리기를 당부하며 약속받았고 엄마에겐 그때마다 청소의 퀄리티가 부족하더라도 비아냥거리지 말고 칭찬해 주길 요청했다.


목구멍에 넘어가지도 않는 샤브샤브 국물을 깨작거리자 엄마는 왜 이렇게 못 먹냐며 걱정했지만,

그 와중에도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 아빠와 엄마의 모습이 의아했다.


"엄마, 병원 가자. 내가 예약해 놨어."


"무슨 병원? 안 그래도 엄마 심장이 기형이라는데 심전도 검사를 받아볼까?"


나는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해 한번 더 설명했고,

"독감 예방접종 같은 거 하러 가는 거야. "

꼭 잠을 잘 자게 해 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엄마의 손을 잡고 병원으로 갔다.


아빠의 간절한 한마디.


"엄마 잠 좀 잘 자게 해 줘, 부탁할게."가 행복하면 좋겠어 17. 엄마, 나는 엄마가 행복하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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