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용기는 한걸음부터

예약을 먼저 하고 생각해요.

by 세하

병원에 도착했을 때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 와중엔 들어오자마자 반말을 짓거리며

"약 줘!" 하고 소리 지르는 아줌마도 있었다.


엄마는 그 사람을 보며

"여기 이상한 사람들 오는데 아니니?"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저 사람은 특별히 많이 아픈 사람인가 보네."

라며 나도 덩달아 쓴웃음을 짓게 되었다.


우린 예약시간에 도착해서 설문지를 받아 들었다.

엄마는 돋보기를 쓰고 질문들에 답을 하기 시작했고

질문에 체크를 하면서도 몇 번이나 잘 못썼다고 지우고 다시 쓰는 엄마.


내게는 몇 번이나 이해가 안 되는 말이라고

무슨 말이냐며 질문을 하곤 했다.


나는 같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해 안 되는 질문들에 어린아이 가르치듯 설명해 줬고 엄마는 그제야 질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했다.


"이거 계속 똑같은 거 물어보는데?"


나도 해봤던 거지만 질문 중에는 비슷한 질문들이 꽤나 많고 황당한 질문들도 많았었다.


"응 맞아, 나도 그랬어. 답이 얼마나 정확한지 보기 위해서 그런 것 같아."


엄마와 간 병원은 내가 다니는 병원과는 시스템이 조금 달랐다.

뇌파검사라던지 손끝에 피를 뽑아하는 검사 같은 것들도 내 병원에선 하지 않는 검사였다.


엄마는 내가 의사와 상담하러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가자고 했지만 엄마의 순서가 됐을 때 함께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물가에 어린애 내놓듯, 이라는 감정이 이런 기분일까?

나는 엄마에게 당부했다.


"의사 선생님한테 아빠에 대한 불만이라던가, 잠을 못 잘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엄마가 기억하는 힘들었던 일 다 말해야 해. 알았지?"


엄마는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진료실로 들어갔다.


앉아서 기다리는 동안 미리 받은 심리결과지 한 움큼을 읽어 내려가며 엄마에게 어느 정도의 우울감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나온 엄마의 표정은 밝았다.


"엄마더러 엄청 좋은 사람이라는데? 그리고 아빠한테는 시켜야 할 일을 참지 말고 시키래."


엄마는 일종의 화병이었고, 비타민D가 부족하다고 주사를 맞으라고 했다.


하얀 조명대신 노란 조명으로 바꾸라는 얘기와 함께 일주일치의 약을 처방해 줬는데 그 약의 성분을 보니 내 약보다 더 용량도 많았고, 종류도 많았다.


"엄마, 이약을 먹고 혹시나 속이 불편하거나 힘들면 다음날이라도 꼭 병원에 와서 약을 바꿔야 해. 알았지?"


취짐전약과 필요시약에 대해 적어도 다섯 번 이상은 설명한 뒤 약봉지에 하나씩 취침 전은 9시 필요시는 약을 먹고도 잠이 안 올 시 10시라고 일일이 적어주었다.


병원비 128000원. 나는 한번 더 다짐시켰다.

"엄마 병원 꾸준히 안 다니면 이돈 날리는 거야.

나 없어도 예약한 날짜, 시간에 꼭 가야 해."


어릴 때 부모의 마음이 이랬던 걸까?

내 노파심은 마치 아이를 키우는 마음과 닮아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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