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8
어젯밤엔 10시에 약을 먹었다.
전날 잠을 너무 못 자서
저녁밥을 먹으면서부터 작정을 했다.
'오늘은 일찍 자야지.'
침대에 누워 다큐를 작은 소리로 틀어놓고
손에 쥔 휴대폰을 충전기에 올렸다.
남편이 먼저 말했다.
"나 먼저 자요."
나는 이내 티비를 끄자고 답했고
티비가 꺼짐과 동시에 채 3분도 되지 않아
잠이 들었다.
물론 중간에 악몽을 꾼 남편의 인기척으로
한 번 깨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잠이 들었고,
꼬박 9시간을 잘 수 있었다.
알람 시간보다 한참 일찍 눈이 떠졌지만
떠지는 눈이 달갑게 느껴졌다.
남편은 먼저 일어나 휴대폰을 보고 있었고
일어난 내 얼굴에 뽀뽀 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남편의 까끌거리는 수염은
마치 어릴 때 아빠의 입모양과 닮아있다.
나는 투정 어린 목소리로
뽀뽀를 살살하라며 구시렁거렸지만
나는 그런 장난기 많은 남편을 좋아한다.
그렇게 남편의 품에 잠시 안겨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무언가 다른 아침.
잠이란 게 이렇게 중요한 것이구나.
천천히 준비를 하다가
시간을 보니 나가야 하는 시간 10분 전.
나는 서둘러 채비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
차에서 시동을 걸고 앉아있던 남편의 눈이 동그래졌다.
"나 간당간당하게 나왔는데?"
남편은 내가 한 시간이나 일찍 나왔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분단위의 시간을 본 뒤늦었다고 착각했던
모양이었다.
덕분에 우린 매장에 일찍 도착해
새로운 사업에 대한 구상 이야기를 차분히 했고
마치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는 듯한
두근거림이 피어올랐다.
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매우 즐기는 편이다.
왠지 즐거운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아침이다.
ps. 잠에서 깨어났다고 정신까지 깨어난 건 아니었던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