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말하고 싶어.

마음의 소리를

by 세하

2주 차 약이 몸에 맞는가 싶어서 한주를 더 복용하기로 했다.

3주 차가 되는 날 다시 잠을 자다 깨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어나기도 이르고 다시 자기도 버거운 새벽 5시

8시에 울려야 하는 알람보다 먼저 희미한 정신이 나를 깨웠다.


꿈속에서 만났던 날 배신했던 옛 친구는 내 눈앞에 또렷하게 서있었다.

살인이 범죄가 아니라면 나는 그 아이를 죽였을까?


나는 도대체 왜 그 아이한테 이렇게까지 화가 나있는 것인가.

한 시간이 넘도록 과거의 우리를 들춰내가다

꿈속에서 태연히 웃고 떠들며 좋은 하루처럼 나를 대했던 그 아이를 느끼며 생각했다.


불편한 사람이 꿈에 나오면 싫어야 하는 게 마땅한데,

어쩐지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날의 우리가, 그때의 좋았던 우리가 기억났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난 너를 정말 좋아했구나'

네가 날 이간질 해서가 아니라,

너를 잃게 된 게 힘든 거구나. 그게 화가 나는 거구나.


눈이 막 감기려던 찰나, 알람소리가 다시 한번 나를 깨웠다.


지난 새벽 그토록 생각했던 그 아이의 얼굴이 희미해졌다.

그저 또 감정이 없었지만, 도무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거울 속의 내 얼굴은 초췌했고 못생겨 보였다.

찡그린 내 표정에 남편은 물었다.

"또 안 좋은 꿈 꿨어?"


"응. 별로 좋지 않은 꿈이었어."


원래라면 아니라고 얼버무려야 했지만

나는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다행히 남편은 꿈의 이야기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만큼은 그 시간을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으니까.


그 후로 나는 조금씩 내 기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여보 나 우울해."

"여보 나 기분이 별로인 것 같아. 왜 이렇게 처지지?"


그때마다 남편은 나를 위로하고 달랬다.


남편의 그런 대응은 나를 조금씩 더 솔직하게 만들었고

남편은 솔직해진 내가 100배는 더 좋다고 말해줬다.


나는 남편에게 물었다.

"힘들다고 하는 게 듣기가 좋아? 힘들다는 말은 상대를 지치게도 하잖아."


남편은 속 모르겠는 내가 더 지친다고 말했다.

분명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다고 말하는 내가 오히려 더 버거웠다고 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괜찮아.'

보다 '힘들어'가 더 좋은 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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