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다친 마음까지 가려주는 마법

인공 눈물이 마른자린엔 3화

by 노리스 부인

인공눈물이 마른자리엔

지수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석 달 동안 일하면서 볼꼴, 못 볼 꼴 다 봤다고 생각했지만 이처럼 선명한 빨간 피를 눈앞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반갑습니다. CS 편의점입니다…”


습관적으로 나온 인사말에 지수 자신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에게 반갑다니….

젊은 남자가 지수가 서 있는 카운터 쪽으로 걸어온다. 지수의 손이 반사적으로 계산대 밑으로 내려간다. 그곳에는 언제라도 파출소로 연결되는 빨간색 비상벨이 있기 때문이다. 비상벨에 손을 대고서야 그 남자를 자세히 바라볼 수 있다. 큰 키에 하얀 피부, 갸름한 얼굴의 남자가 얼굴에 대고 있던 휴지를 떼어낸다. 주르륵, 이마에서 다시 한 줄기 핏방울이 남자의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하~”


남자가 짧은 신음을 내고 다시 젖은 휴지를 이마에 갖다 댄다. 지수가 옆에 비치된 휴지를 뽑아 남자에게 건넨다. 남자가 지수가 내민 휴지를 받으며 말한다.


“여기 밴드 있나?”


남자의 말에 정신을 차린 지수가 주변을 둘러본다. 편의점에도 약품 코너가 있다. 정식 약국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소화제, 두통약, 소독제 같은 상비약품은 떨어지지 않게 항시 비치해 놓는다. 지수는 그중에서 조그만 밴드 한 상자를 꺼내 남자에게 내민다.


“천 이백 원입니다.”


남자가 지갑을 꺼내 천 원짜리 지폐 두 장을 카운터 위에 내려놓는다. 남자가 옆에 붙은 거울을 보며 휴지를 떼어 낸 자리에 밴드를 붙이려 한다. 눈살을 찌푸리는 모양이 상처 부위가 애매해 밴드를 상처에 정확히 붙이기는 힘든 모양이다.


“저…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지수가 용기를 내서 한 말에 남자가 잠시 머뭇거린다. 지수가 밑에 비치해 둔 응급 구급함을 꺼내 들고 카운터 밖으로 나간다. 구급함을 열어 상처에 바르는 연고를 면봉 끝에 바르고 그가 얼굴을 내밀기를 기다린다. 그는 면봉을 들고 자기를 바라보는 지수의 표정을 의아하게 보더니, 이내 이해한다는 듯 무릎을 굽히고 앞으로 얼굴을 바짝 내민다. 지수가 들고 있던 휴지로 핏자국을 닦고 이마의 상처 난 곳에 연고를 바른다.

연고를 바르며 자세히 보니 남자치고는 참 하얀 얼굴이다. 지수의 피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하얀 피부에 짙은 눈썹이 인상적이지만, 어딘가 앳된 모습도 숨어져 있는 것 같다. 연고를 다 바른 지수가 밴드를 하나 꺼내 상처 위에 붙인다.


“다 된 건가?”


남자의 목소리에 지수가 정신을 차린다. 그러고 보니 아직 손에 면봉을 들고 남자의 얼굴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아, 네, 네”


남자가 거울을 통해 얼굴의 상처를 보며 눈썹을 찌푸린다. 치료를 마친 그가 허리를 편다. 180이 넘을 듯한 큰 키다.


“얼마지?”


지수는 그 남자가 하는 소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까 밴드값은 이미 받았는데…


“저기 밴드값은 아까 주셨는데…”


남자가 이마에 연고를 바르는 시늉을 한다. 지수는 그제야 남자가 말하는 뜻을 이해한다.


“아, 그건 그냥 가시면 돼요. 혹시 몰라 점장님이 갖다 놓은 구급상자거든요.”


잠시 입술을 깨물며 생각하던 남자가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그럼 신세 한번 진 걸로 하지.”


남자가 뒤로 돌아 순식간에 편의점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딸랑


그가 밀고 나간 유리문의 반동에 의해 위에 매달아 놓은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혼자 남은 지수가 투덜거린다.


“뭐야, 저 사람, 언제 봤다고 나한테 계속 반말하지, 기분 나쁘게.”


*


겨울이지만 아침 해가 뜨는 순간에는 항상 따스한 기분이 든다. 6시 50분, 점장님이 들어와 아침 인사를 한다. 지수는 회색빛 머리칼에 항상 웃는 얼굴의 점장님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수고했어, 지수 씨. 별일 없었지?”


지수의 근무가 끝나는 시간은 7시, 10분 전에 맞춰 점장님이 활기찬 표정으로 들어온다. 대기업 임원 출신답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확히 교대 시간을 준수한다. 매일 아침 ‘별일 없었지?’라는 점장님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아, 정말 오늘 하루도 아무 일 없이 잘 지나갔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밤 사이 쌓인 긴장이 풀리곤 한다.

‘별일 없었지?’란 말에는 어젯밤도 아무 탈 없이 하루 근무를 마쳤다는 의미와 함께 이제 퇴근해 집에 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뜻도 담겨 있다.

점장님이 평소처럼 스탠드 테이블에 있는 원두커피 기계로 커피 두 잔을 내려, 그중 한잔을 지수에게 내민다. 점장님이 카운터 앞 의자에 앉아 뜨거운 커피를 ‘후후’ 불어가며 마신다.


“나는 이래서 아침에 먹는 커피가 좋다니까, 회사에 다닐 때처럼 아직 살아있다는 게 느껴지거든.”


지수가 점장님이 건네준 커피에 흰 우유를 부어 라테를 만든다. 매일 느끼는 점이지만 점장님이 만든 이 밍밍한 커피는 영 적응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같은 기계로 만드는데 이렇게 맛이 없을 수가 있지?’


하지만 아직 블랙커피를 마시지 않는 지수는, 점장님이 준 커피에 우유를 부어 라테를 만들어 먹기 때문에, 그런 점장님의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점장님이 카운터로 들어와 지난밤 매출과 새로 들어온 물건의 수량을 확인한다.


“딸생 빵이 하나도 안 나갔네?”


점장님이 말한 딸생 빵이란 이번에 본사에서 신상품으로 나온 딸기 생크림 빵을 말한다. 일명 ‘갓생빵’이라고도 불리는 하얀 생크림 빵이 크게 히트하자 후속작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딸기 생크림 빵이다. 점장님이 딸기 생크림 빵 하나를 뜯어 반을 갈라 지수에게 주고, 나머지를 입에 넣고 먹어본다. 맛을 본 점장님이 고개를 젓는다.


“이번에는 본사에서도 잘못 생각한 거 같아, 생크림이라는 건 하얗게 있을 때 가장 맛있는 건데. 하나가 잘 된다고 비슷한 제품을 또 출시하다니…”


딸생 빵의 맛을 음미하던 점장님이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란다.


“아이고, 내가 쓸데없는 말 하느라 퇴근해야 하는 지수 씨를 붙잡고 있네. 어젯밤도 수고했어. 그럼 집에 가서 푹 쉬라고.”


지수는 점장님이 챙겨 준 딸기 생크림 빵과 도시락이 든 봉투를 손에 들고 편의점을 나선다.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지수가 바깥공기로 크게 심호흡을 한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가 코를 통해 폐로 들어간다.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느낌이다.

지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돌아가는 길 내내 반대 방향에 있는 지하철역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것도 숨겨진 재미 중의 하나이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다들 시작되는 오늘 하루에 대한 긴장감이 묻어있지만, 그와 반대로 지금 지수의 얼굴에는 오늘 하루의 일과를 끝냈다는 해방감과 안도감이 묻어있다. 집으로 돌아간 지수는 간단히 씻은 후 두꺼운 암막 커튼을 치고 바로 잠자리에 든다. 처음 야간 알바를 시작했을 무렵 낮과 밤이 바뀐 신체리듬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근무를 끝내고 집에 와서 밥을 먹고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점심 무렵이 되었다. 그러다 잠깐, 아주 잠깐 눈을 붙이고 나면 어느새 다시 편의점으로 나갈 시간이 됐다. 그러다 보니 매일 2~3시간밖에 눈을 붙이지 못한 채 비몽사몽 간 하루를 보내게 됐다. 이런 지수의 생활을 바로잡아 준 것은 바로 점장님의 조언이었다.


“지수 씨, 집에 가면 무조건 자. 아무 일도 하지 말고 먹지도 말고, 바로 자란 말이야.”


그 이후 지수는 집에 오면 무조건 암막 커튼을 쳐 만든 어둠 속에서 잠을 잤다. 그러다 보면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배가 고파 점심때가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지게 됐다. 그런 패턴으로 살아보니 오후에는 나름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할 수 있는 짬이 생기기도 했다.

이제 어느덧 지수는 CS24 편의점 매니저로서의 생활에 조금씩 적응하게 됐다.


*


“정말 미성년자 아니라니까요!”


딱 봐도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두 명이 담배를 달라고 끈질기게 부탁한다. 이럴 때, 지수는 점장님이 알려주신 원칙대로 처리한다.


“네, 그럼 드릴 테니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그중 덩치 작은 학생이 읍소하듯 애원한다.


“저 정말 05년생 맞단 말이에요. 그러니 에쎄 두 갑만 달라고요.”


지수는 앞의 학생들이 보이지 않게 한숨을 쉰다. ‘아니, 그렇게나 피우고 싶으면 제발 성인이 돼서 피우라고, 제발 제발!’


“저 일해야 하거든요. 신분증 없으시면 안 되니, 이제 그만 나가주세요.”


지수가 그 두 학생을 외면하고 고개를 돌려 포스기 모니터를 응시한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순간 날 선 목소리가 지수의 귀에 들어온다.


“아이 씨*, 누굴 병신으로 아나! 야, 내가 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니고, 내 돈 내고 내가 담배 한 갑 가져가겠다는데, 네가 뭐 선생이라도 돼? 어서 훈계질이야, 재수 없게.”


쉴 새 없이 내뱉는 욕설에 지수의 정신은 이미 반쯤 나가 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큰 덩치의 학생이 벌게진 얼굴로 지수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다. 지수가 숨을 크게 쉬며 최대한으로 침착한 목소리를 끄집어낸다. 하지만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목소리는, 다른 사람이 듣기에도 처량할 정도다. 눈을 감아보려 하지만 어느새 바싹 말라버린 눈은 뻑뻑하기 그지없다.


“저 저, 계속 이러시면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어요.”


경찰을 부른다는 말에 앞에 있던 덩치 큰 학생의 얼굴이 더 벌겋게 달아오른다.


“뭐 경찰? 그래 불러봐,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딱 봐도 나이도 나보다 더 어린것이.”


남학생이 위협적인 몸짓으로 주먹을 쥔 오른손을 위로 번쩍 치켜든다. 지수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카운터 아래로 숨긴다.


‘이제 무슨 소리가 나야 하는데…’


카운터 안에 쪼그리고 앉아 양손을 머리 위로 한 지수가 눈을 감은 채 생각한다. 하지만 뜻밖에도 카운터 밖에서 들리는 것은. 방금 그 학생으로 추정되는 남자의 신음 같은 소리다. 뜻밖의 상황에 지수가 고개를 들어 눈을 빼꼼히 내민다. 눈앞에는 지수가 상상하지 못한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정장을 입은 한 젊은 남자가 한 손으로는 그 학생의 팔을, 다른 한 손으로는 목을 붙잡고 있다. 자세히 보니 얼마 전 지수가 상처에 밴드를 붙여준 바로 그 남자다. 그의 손이 학생의 어디를 누르고 있는지 모르지만, 붙잡힌 학생의 얼굴은 이미 사색이 되어 있다.


“아, 아, 이거 좀 놓고 말하시면….”


순간 남자가 붙잡았던 손을 놓으며 학생의 발을 걸어 넘어트린다. 남학생이 짧은 비명을 내며 아이스크림 냉장고 앞으로 철퍼덕 소리를 내며 쓰러진다. 덩치 큰 학생을 제압한 남자가 옷 매무새를 바로 한다. 그의 몸짓에 흐트러짐 하나도 없다. 그 광경을 보던 다른 학생이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떤다. 남자가 그 학생을 턱 끝으로 부른다.


“야, 너!”

“네? 저 말씀이신가요?”


남자가 손가락으로 그 학생을 가리킨다.


“그럼, 여기 너 말고 누구 다른 사람 있나?”


학생이 주눅 든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눈치를 본다.


“너, 저기 냉장고 가서 우유 두 개만 가지고 와.”

“네?”


남자가 손을 치켜든다.


“말 못 들었어? 우유 두 개 가지고 오라고 했잖아!”

“아, 네 알겠습니다.”


학생이 부리나케 달려가 우유 두 개를 집어 들고 온다. 남자가 턱 끝으로 카운터를 가리킨다.


“계산해!”


학생이 얌전하게 지수 앞에 우유 두 개를 내민다. 지수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서질 않아 그 남자를 바라본다.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지수는 그의 뜻을 알아채고 스캐너로 우유의 바코드를 찍는다.


“우유 두 개, 이천팔백 원입니다.”


그가 학생들에게 다시 턱 끝으로 지시한다.


“마셔.”


두 학생은 그의 말을 듣지 않으면 무슨 일이라도 날 것처럼 우유를 열어 벌컥벌컥 마신다. 두 학생의 입가에 하얀 우유 자국이 보인다. 남자가 두 학생을 노려본다.


“담배 피우고 싶으면 빨리 커야 하니, 그때까진 우유나 먹어. 그리고 앞으로 이 편의점에는 얼씬도 하지 말고. 알겠어?”


남자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숙이고 있던 두 학생은 그가 가보라는 눈짓을 하자 부리나케 문을 열고 나가 골목 안으로 순식간에 사라진다.

순간 긴장이 풀린 지수가 카운터 안 바닥에 주저앉아 주머니에서 노란 인공눈물을 열어 눈에 넣는다. '화아' 하는 맑은 청량감이 지수의 눈을 감싸온다. 이제야 눈을 깜빡일 수 있게 된 지수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일어나 남자에게 고개를 숙인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깐 정말 놀랐거든요.”


그가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는다.


“여기서 일하려면 저런 녀석들 조심해야 할 거야. 어디 한 군데 담배 뚫렸다는 거 소문나면 그거 가지고 계속 찾아와 협박하고 난리도 아니거든. 그러니 아무리 나이 들어 보인다고 해도 신분증 검사 확실히 하고.”


지수의 마음속에 무엇인가 뜨거운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자기를 구해준 그에게 고마운 감정을 느꼈지만 계속되는 반말과 잔소리에 짜증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근데, 여긴 다시 웬일이세요?”


지수의 질문에 그가 아무 표정 없이 지수 뒤에 있는 담배 진열대를 쳐다본다.


“에쎄 일 미리 한 갑만.”


다시 반복되는 반말에 지수의 머릿속에 무엇인가 툭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난다. 지수가 그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대꾸한다.


“신분증 부탁드립니다.”


지수의 일격에 허를 찔린 그가 움찔한다.


“학생들한테 검사하라고 했지, 나한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그쪽도 학생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


정장을 입은 건장한 남자를 상대로, 평소라면 꺼낼 수 없던 용기를 낸 지수다. 또 인공눈물을 넣을 때마다 솟아오른 자신감도 지수의 이런 행동에 한몫했을 것이다.

그가 얼굴을 찌푸린다.


“학생이 이렇게 입고 다니는 거 봤어?”

“아무리 나이 들어 보여도 꼭 해야 한다면서요?”


자기가 뱉은 말을 생각하며 한숨을 쉰 그가 품에서 지갑을 꺼내 신분증을 내민다. 지수가 그가 내민 신분증을 들어 확인한다. 순간 지수에게서 평소라면 나올 수 없는 놀란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어! 뭐야, 나랑 동갑이잖아?”


남자의 얼굴에 당황함이 역력하다.


“하여간 그 담배나 빨리 주지.”


순간 지수의 눈에 평소에 볼 수 없던 장난스러운 표정이 떠오른다. 남자로부터 받았던 계속되는 반말로 기분이 상한 상황에서 서로 동갑인 것을 알게 되자 뭔가 짓궂은 감정이 든다.


“장 정 휘, 이름 참 예쁘네.”


정휘라는 이름의 남자가 지수가 들고 있는 신분증을 빼앗듯이 낚아챈다.


“왜 남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지수가 한 손으로 에쎄 담배를 정휘에게 내민다.


“사천 오백 원이야.”


지수의 반말에 정휘가 카드를 내밀며 인상을 찌푸린다. 지수가 어깨를 으쓱하며 뭐가 문제라는 표정으로 정휘를 바라보며 대답한다.


“먼저 반말한 건 그쪽이거든.”


할 말이 없어진 정휘가 입술을 앙다문다.


“난 손님이잖아.”

“손님이라고 종업원에게 무조건 반말해도 된다는 법은 없어.”


정휘는 한 마디도 자기에게 지지 않는 지수를 보며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렇다고 손님 개인 정보를 함부로 봐도 된단 말이야?”


이제 완전히 긴장이 풀어진 지수가 웃으며 다시 받아친다.


“네 이름 본 거 말하는 거지? 그럼 내 이름도 알려주면 되겠네. 나 지수야, 안 지 수.”


더 이상 지수와 실랑이하기 싫은 듯 정휘가 결제된 카드를 받고 돌아선다. 순간 지수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온다.


“동갑인데…, 그럼 우리 친구 할까?”


지수의 일방적인 말에 상대를 안 하려 했지만, 이제 아예 친구까지 하자는 말에 기가 막힐 대로 막힌 정휘다. 돌아선 정휘의 등에 지수가 마지막 일격을 가한다.


“친구 싫으면 누나라고 하던가, 나 3월생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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