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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28. 2020
대립하는 사고유형-계획과 융통
계획
계획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상세하게 예측하고 그에 맞춰 무슨 일을 어떻게 할지 준비하는 것입니다. 계획에서 중요한 것은 투입되는 자원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느냐’입니다. 서울에서 강릉까지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차가 안 밀리면 3시간 30분 정도 시간 소요를 예상하고 밀리는 시간대에는 5시간 이상을 예상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때 자원은 시간이나 사람, 돈 뿐만 아니라 사람의 역량, 에너지(또는 열정), 경험과 같은 무형의 자산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의미입니다. 특히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땐 투입되는 사람 수나 사람의 역량에 대해 바르게 예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경영진이나 기획하는 사람은 투입 자원에 대해 과대평가를 하고 투자를 적게 하는데 일을 수행하는 현장에선 계획한 일들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계획을 잘 하는 것은 상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향후 일어날 일들에 대해 눈에 보이듯 그림을 그리는 것인데 이 능력은 경험이 많을수록 더 향상됩니다. 보통 자기 능력에 대해 과신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단순한 일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사전에 잠깐 예측하고 진행해보면 예상보다 오래 걸리는 일이 왕왕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미리 예측하고 일이 마무리된 후에 예측한대로 진행되었는지 사실을 기록한 데이터 중심으로 확인하는 것이 도움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 경험이 쌓이면 다른 업무를 수행할 때나 다른 사람의 업무를 계획 세울 때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가령 내가 신입사원 때 A4지로 된 5페이지의 문서를 그대로 타이핑하여 워드나 한글 파일로 만든 경험이 있고 그 때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잘 기억하고 있다면, 나중에 같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요청할 때는 물론이고 비슷한 유형의 다른 과업 수행에 대해서도 더 정확하게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융통
융통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 상황에 맞춰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 대응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이런 융통력을 잘 발휘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몸이 아플 때입니다. 평소 생활할 때 건강이 안 좋아 회사에 못 나가거나 병원에 입원할 경우를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난 10월이 되면 1주일 간 아플 테니까 그 때를 대비해 미리 일을 끝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직장인은 크게 아프거나 막상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쳐도 그 시기를 헤쳐나간 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곤 합니다.
융통에서 중요한 것은 한 번 경험한 뒤 그 귀한 경험을 통해 미리 준비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고 난 후 보건복지부 및 산하 기관에서 유사한 일이 또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여러 매뉴얼을 만들고 준비를 한 것, 국민들이 마스크 착용 생활을 유지하며 연대한 것 등이 COVID-19 대응에 도움이 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융통을 잘 키우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일을 끝낼 시간을 예정보다 1/2로 줄이는 것입니다. 이 때 단순히 마감시간을 맞추기 위해 야근을 하거나 밤을 새는 것보다, 투입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 안에 일을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작정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조금 더 스마트하게 일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른 대립하는 사고도 그렇지만 계획과 융통은 특히 상호 보완 관계에 있습니다. 너무 계획을 완벽하게 세우려고 하다보면 일의 진척이 늦어질 수 있고, 반대로 융통성만을 믿고 일을 추진할 땐 많은 것들이 기준이나 원칙 없이 결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되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면 그 상황에 맞게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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