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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와 Dec 30. 2020

이 가격이 정말 적정한가?

쉽게 빠지는 오류-Anchoring effect, 앵커링 효과

글로벌 컨설팅 회사 출신이고 삼성전자에서 임원까지 하다 퇴사한 에릭남(가명)이 있습니다. 에릭남은 평소에 자신의 경험을 남과 나누기 위해 글 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퇴사 후 뭔가 더 뜻 깊으면서도 돈도 벌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어떻게 준비하면 컨설팅 회사에 입사하고 글로벌 회사에서 임원이 될 수 있는지’ 정리하고 이를 엮어서 책을 내기로 했습니다. 퇴고를 여러 번 한 후 그에겐 이제 출간 전 마지막 단계인 책 값을 결정할 일이 남았습니다. 에릭남은 그 동안 글을 쓰는데 들어간 시간, 퇴사 전에 받았던 연봉, 본인만의 특별한 경험과 노하우를 고려했을 때 책 값은 최소 28,000 원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중에 유사한 책들의 가격은 평균 약 15,000 원이어서 두 가격 사이의 차이를 고민하다 최종적으로 값을 21,000 원으로 결정했습니다. 


비슷한 커리어의 진기주(가명)는 원고를 다 쓴 후 출판사에 보냈고 조언을 요청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원고를 살펴본 후 타깃 독자를 고려할 때 책이 잘 팔리려면 저렴한 것이 좋고 이를 위해 9,800원으로 책 값을 정하고 많이 판매하는 전략을 취하자고 했습니다. 이에 진기주는 다른 비슷한 책들을 고려할 때 9,800원은 너무 싼 것 같다는 생각에 12,000원으로 책 값을 결정했습니다.


에릭남과 진기주의 책 값 차이가 나는 이유는 앵커링[1] 때문입니다. 앵커(Anchor)는 배의 닻을 말하고 앵커링(Anchoring)은 바다에 닻을 내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배는 닻을 내린 곳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이를 일상 생활로 확산해 생각하면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초기 마음 속에 닻을 내린 것이 그 이후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즉 에릭남은 자신의 예전 연봉과 투입 시간을 기준으로 앵커링 한 것이고, 진기주는 출판사의 조언을 앵커링 한 것입니다. 앵커링 효과는 특정 대상이나 사건의 판단 외에도 여러 곳에서 발휘됩니다. 특히 에릭남의 사례처럼 내 경험이 앵커링 되는 것을 의식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잘 적용한다면 나의 성공 경험이 다른 새로운 일을 해낼 수 있는 자신감, 원천, 에너지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앵커링 된 경험이 잘못 발현되면 소위 말하는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하는 꼰대[2]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고력을 바탕으로 평소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할 때 -특히 가격을 포함한 숫자와 관련된 것이라면- ‘내가 앵커링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생각하면 의사결정에 도움 됩니다. 누구나 한 번은 경험하는 것은 이사 갈 집을 알아볼 때 부동산 중개업자로부터 ‘이 가격에 이런 집 또는 방을 구하는 것, 쉽지 않아요’란 말을 듣는 것입니다. 이 말에 수긍하는 순간 집을 선택하는 마음 속 기준으로 앵커링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역으로 내가 타인에게 앵커링을 잘 이용하고 싶다면 의식적으로 상대의 기대 수준을 낮추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컨설팅 프로젝트를 의뢰할 때 고객 마음에 들도록 제안서를 매우 공 들여 작성 및 제안하되 프로젝트 비용은 누락시킵니다. 그 후 가격 협상을 할 때 “제안서대로 3개월 간 일을 하려면 프로젝트 비용이 최소 10억 원은 필요합니다.” 라고 금액을 높게 이야기하며 고객의 마음 속에 비용 앵커링을 합니다. 그 후 다른 상황이나 조건 등을 논의하면서 프로젝트 비용을 낮추는 것입니다. 즉 마음에 드는 제품 및 서비스는 비싸다는 인식을 먼저 심어준 후 우리 것은 합리적인 또는 저렴한 가격이라고 전달하는 것입니다.


          

[1]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김영사), ‘닻’ 부분

[2] ‘나 때는 말이야’라며 어쭙잖게 충고하는 늙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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