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ve to는 왜 '해야한다'로 해석될까?

have to에 담긴 사연

by 세이지SEIJI

영어를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이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선생님, have to는 왜 '가지다'가 아니라 '해야 한다'예요?

처음엔 나도 "그냥 그렇게 쓰이는 거야"라고 답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이 질문이 머릿속에 박혀버렸다. 정말 '그냥' 그런 걸까?



to 뒤에 숨은 미래

답은 의외로 간단한 곳에 있었다. 바로 'to'였다.

to 다음에 동사원형이 오는 것을 문법 용어로 '부정사(不定詞)'라고 한다. '정해지지 않은 품사'라는 뜻인데, 오늘 꼭 기억해야 할 핵심은 이것이다. to동사는 '미래'를 향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앞으로 다가올 일을 가리킨다는 말이다.

동사 다음에 to동사가 올까, 동사ing가 올까로 헷갈려했던 기억 나지 않는가? to동사는 '미래'를 품고 있다. 이걸 기억하면 have to의 비밀이 풀린다.


have to를 어떻게 끊어 읽느냐가 관건이다

우리는 보통 have to를 한 덩어리로 본다.


have to + 동사 (❌)

하지만 진짜 구조는 이렇다.

have + to 동사 (⭕)


have는 말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뜻이고, to동사는 '~할 것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have to 동사는 '~할 것을 가지고 있다'가 된다.


I have to go to the dentist this afternoon.

→ I have + to go to the dentist + this afternoon.

→ 나는 가지고 있다 + 치과 갈 일을 + 오늘 오후에

→ 나는 오늘 오후에 치과 가야 한다.


문장을 이렇게 쪼개서 보니 갑자기 모든 게 명쾌해졌다. have to가 '해야 한다'로 번역되는 건 단순한 암기 규칙이 아니었다. '할 일을 가지고 있다'는 뜻 그대로였던 것이다.

이해가 되는가? 'have to = 해야 한다'가 뜬금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란 얘기다. 늘 그렇지만 '무조건'이라는 건 없다.



don't have to ≠ must not인 이유

이걸 깨달으니 don't have to가 왜 '~하면 안 된다'가 아니라 '~할 필요가 없다'인지도 저절로 이해됐다.


I don't have to go to the dentist this afternoon.

→ I don't have + to go to the dentist + this afternoon.

→ 나는 가지고 있지 않다 + 치과 갈 일을 + 오늘 오후

→ 나는 오늘 오후 치과에 가지 않아도 된다.


You don't have to be nervous.

→ You don't have + to be nervous.

→ 너는 가지고 있지 않다 + 긴장할 일을

→ 너는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할 일'이 없는 거다. 그러니 당연히 '안 해도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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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must는 그 자체로 의무의 뜻이 담겨 있기 때문에 must not은 '~하면 안 된다'가 된다.


You must not go to the dentist this afternoon.

오늘 오후에 치과에 가면 안 된다.


그래서 반드시 해야 하는 당위성 문장에는 must가 쓰인다.


You must fasten your seat belt.

안전벨트를 꼭 매야 한다.



중고등학교 때 이 차이를 외우느라 얼마나 애먹었던가. 그런데 알고 보니 외울 게 아니라 이해할 것이었다.

납득되지 않으면 내 것이 될 수 없다


외국어 공부를 할 때 '이것을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지?'에만 급급하면 배움이 그저 '기계식 대입 암기 활동'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 얼마나 단조롭고 지겨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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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배움의 시작

문법을 공부할 때 내가 납득할 수 없는 문장을 만나면 절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내가 논리적으로 납득되어야만 그 문법이 비로소 체화되어 내 것이 될 수 있고 회화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납득될 때까지 끝까지 이유를 알아봐야 한다.

그럴 시간이 없다고? 빨리 점수를 올려야 해서?

이런 과정 없이 달달 외우기만 하는 어학 공부는 어차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영어 공부를 하는 이유는 소통을 위해서지 객관식 답안을 잘 맞추기 위해서가 절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작은 발견이 내게 준 교훈은 크다.

"그냥 그렇게 쓰인다"는 말로 넘어간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납득되지 않는 채로 달달 외웠던 문법들, 그래서 결국 시험이 끝나면 다 잊어버렸던 표현들.

이제는 안다. 언어는 암기가 아니라 이해의 영역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이해는 언어를 넘어 삶의 방식까지 바꾼다는 것을.


"왜?"라고 물어보는 순간, 비로소 배움이 시작된다.

영어 공부를 하다가 나는 이런 것들을 알아버렸다. 표면 너머를 보는 법, 당연한 것에 질문하는 용기, 그리고 납득될 때까지 파고드는 끈기.


어쩌면 이것이 진짜 배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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