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please는 진짜 '제발'이란 뜻일까?

please=제발이 된 사연

by 세이지SEIJI
스크린샷 2025-09-15 161708.png

어젯밤, 또 다시 영어 공부를 하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please~'가 왜 '제발'이란 뜻으로 해석되는 걸까?

나도 어릴 적에는 그냥 [please=제발] 이런 식으로 무조건 받아들였었다. 그러다가 프랑스어를 공부하면서 please가 왜 제발로 쓰이는지 '아!' 하고 깨닫게 된 순간이 있었다.



프랑스어에서 찾은 실마리

프랑스어에서 please에 해당하는 표현은 s'il vous plaît[씰부쁠레] 또는 s'il te plaît[씰뜨쁠레]다.

이 표현을 하나씩 뜯어보면,

si는 if에 해당하는 '만약에'라는 조건법 접속사이고, il은 he/it에 해당하는 3인칭 단수 인칭대명사다. vous나 te는 당신에게, 너에게라는 목적격 인칭대명사이고, plaît는 plaire라는 동사의 3인칭 단수 동사형으로 영어의 please 동사와 뜻이 같게 '기쁘게 해주다'란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영어로 옮겨보자면 if it pleases you 정도가 되겠다.

자, 이쯤에서 감이 오지 않나?

스크린샷 2025-09-15 161653.png

그렇다. please는 원래 "if you please"라는 문장이었다.

이 문장 그대로 뜻도 "괜찮으시다면.."인 것이다.

프랑스어에서는 지금까지도 문장으로서 계속 표현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영어는 앞의 if 와 you 모두 생략해버리고, please만 댕강 남겨놓은 것이다. 그래서 원래는 동사 역할을 했던 것이 혼자 남아 부사나 감탄사처럼 쓰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제발이란 해석은 모든 문장에 적용하기엔 좀 오글거리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아마 이 정도의 문맥이라면 제발이란 해석이 괜찮을 것 같다.

"Please, forgive me!" (제발, 용서해 주세요!)

하지만 아래 문장에서는 '제발'이 많이 어색할 수 있겠다.

"Could you close the window, please?" ❌ (제발, 창문 좀 닫아줄 수 있어요?) ⭕ (괜찮으시면 창문 좀 닫아주시겠어요?)



다른 나라의 please는 어떤 모습일까

영어도 원래는 프랑스어의 s'il vous plaît처럼 if you please라는 정상적인 문장 형태였다고 했다. 그럼 스페인어, 이태리어나 독일어에서도 같은 형식을 취할까? 나도 궁금해서 다 찾아봤는데, 특이하게도 스페인어와 이태리어에서는 다른 형식의 표현을 쓰더라.


스페인어 → por favor [뽀르 파보르] 이태리어 → per favore [뻬르 파보레]

모습만 살짝 다르지 둘 다 '호의, 부탁'이라는 뜻의 favor를 쓰고 있다. 영어에서도 favor[페이버] 단어를 부탁, 호의로 쓰고 있지 않나.

스크린샷 2025-09-15 161719.png

"Could you do me a favor?"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독일어에서도 부탁이라는 뜻의 bitte를 쓰고 있더라. 나는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를 공부했었기 때문에 라틴어 계열의 유럽어는 그래도 좀 알겠는데, 독일어는 정말 문외한이라 bitte의 원래 뜻이 명사형 청탁 이런 거였다가 부사처럼 쓰는 것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스크린샷 2025-09-15 161729.png



늦은 밤, 영어 공부를 하다가 또 인생을 알아버렸다

please가 동사로 '~를 기쁘게 하다'라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해서 '제발'이라는 뜻으로 쓰이는지 확 와닿지 않다가 if you please에서 간략화되었다는 것을 알고서는 참 짜릿하고 재밌다는 생각을 했었다.

여러분도 영어 공부할 때 그냥 무조건 달달 외우려 하지 말고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납득될 때까지 알아내려고 한번 해보면 좋겠다.


나는 영어를 깊게 파면 팔수록 역사 공부와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 '원래부터 그냥 그런 것은 없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그걸 알아가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나는 영어가 어학공부라고만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인류와 세상살이를 알아가는 '인문학'이라고 믿고 있다. 출세하기 위한 영어 공부, 그냥 점수를 위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영어 공부 풍조가 사라지고 진정성 있는 영어 공부를 하는 분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 내 바람이다.


그러니 이제 영어에게도 사연을 물어보자. 그 안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발견해보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