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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Jan 06. 2021

어설픈 위로의 말보단 다크 초콜릿

1.1. 2021

멀리 하와이에서 살고 있는 친구 한 데서 반가운 연락이 왔다.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에 부모님을 보러 올 거라고, 시간이 되면 내가 매주 토요일에 달리기를 하는 그 공원에서 마스크를 쓰고 만나서 걷자고 했다. 이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녀의 어린 시절 추억이 가득한 공원이기도 하다.  우린 아이들이 없던 20대 후반에 회사에서 만났다. 우연처럼, 같은 옷, 같은 반지도 있어고 알고 보니 생일도 같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엄마가 되어 버렸고, 우리 아이들은 페이스 타임을 하며 우리보다 더 자주 연락을 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다음 주에 보겠지 하면서 문자를 보내려던 참, 인스타를 확인하던 중, 크리스마스이브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피드가 올라와 있었다. 서둘러 문자를 보내본다. "아빠 돌아가신 것... 정말 미안해... 필요한 게 있으면 알려줄래?"

괜찮아?라는 말은 묻지 않았다. 괜찮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문자 답장이 돌아왔다. "응 고마워. 시간이 된다면 우리 만나자."  우리가 원래 만나기로 했던 공원, 평소에 아빠가 사랑하시던 공원 이기도 하다. 아빠 장례식 기념으로 가족들과 그 공원에서 모이기로 했다고 한다. 공원에 가면 아빠 생각이 너무 날까 봐 다른 곳에서 만나 자고 했다. "그래, 어디든지... 네가 편한 곳에서 만나자. 너의 시간을 비워두고 있었어..."


그녀를 만나러 가기 전에, 마트에 가서 하얀 장미, 하얀 꽃 두어 다발로 커다란 부케를 만들어 사고, 다크 초콜릿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낵도 산다. 아이들이 좋아할 커다란 나무 성과 놀이터가 있는 공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리 모두 이 공원에 좋은 기억들이 있는 공원이다.


멀리서 걸어오는 친구 모습이 보인다.  잘 지냈어... 안아주고 싶었다. 같이 울어 주고 싶었다.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옆에 서서 한 곳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공백은 어떤 어설픈 위로의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하고 있었다. 기다렸다. 그녀가 어떤 말을 하기 시작할지, 우리의 대화가 어디고 흘러 갈지... 매사에 진취적이고,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그녀이다. 그래서 배울게 많은 친구이다. 보물 1호가 태어나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퇴원하고 집에 왔을 때, 찾아와 나와 시간을 함께 보내준 그녀였다. 사랑하는 아빠를 잃은 슬픔과 상실감 과연 어떤 말로 위로를 할 수 있을까? 얼마나 슬프고 힘들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어설프게 너 지금 힘든 것 이해해, 힘내... 어떤 위로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그녀 옆에 같이 서있었다.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일상적인 얘기를 하며 그녀의 얘기에 귀 기울였다. 우리가 살아나아가고 싶어 하는 방향에 대해서 얘기하게 되었다. 늘 꿈꾸는 우리 이기에, 갑자기 흥분하며 2021년 또 무엇을 하며, 누구와 하며, 어떻게 하며, 머릿속에 기획 지도가 그려지는 듯 신나게 얘기를 하는 그녀. 그녀의 얼굴에서 자연스러운 웃음이 나온다. 그래, 이거지... 또 웃을 수 있으면 웃으며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거지...

슬프다고 해서 웃지 않을 필요는 없는 거지... 한동안 그녀가 좋아하는 주제의 얘기를 들어주며, 우리 그렇게 공원을 걸으며 2021년의 첫째 날 2021년을 설계하고, 꿈꾸며 보냈다.  


한참 동안 괜찮지 않을걸 알지만 괜찮을 거야...라는 말은 입에 머금고, 대신 예쁘게 만들어진 부케를 안겨 주었고,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다크 초콜릿들과 달달 구리 스낵이 가득 들은 가방은 건네주었다. 며칠 오랫동안 초콜릿이 많이 필요한 날이 계속될 수도 있다. 그런 날들 아무것도 안 하지 말고, 초콜릿을 들어 맛을 봤을 때, 소중히 엄선해서 고른 초콜릿들의 쌉쌀 단맛에 그녀가 다시 한번 웃어 볼 이유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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