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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May 05. 2021

꽃보다 엄마라니?

설레는봄에만 보이는 무지개와 함께

한국에서 소포가 온다. 요즘 읽고 싶은 책을 한국에서 보내주시는데 그 책들이 월요일에 도착해서, 월요일이 기대되는 요즘이다. 호기심 천국인 며느리를 위해서 빠른우편으로 보내 주신다. 그저 감사하다. 내가 좋아하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시고 다 보내 주신다. 나의 또 다른 엄마, 시엄마한테 받는 당연하지 않은 큰 사랑이다.


<꽃보다 엄마> 라니?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의 표지가 이 봄 나를 설레게 한다. 꽃도 좋아하고, 엄마는 더 좋아하는 나인데, 타이틀만 읽고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노란 표지 위에  알록달록 귀여운 꽃과 작은 무지개가 나를 들뜨게 한다.


이번 봄, 보물 1호 딸이 축구를 시작했다. 월요일 오후 스프링클러 가 지나가는 듯 봄비가 지나간 후, 해가 지는 하늘엔 커다란 무지개가 걸려 있었다. 찰나의 아름다움이었다. 그렇게 무지개를 한참 서서 바라봤다. 조금씩 히미 해져 가는 게 아쉽지만, 평범한 월요일이 아주 특별한 월요일로 변해가고 있는 중이다. 무지개를 뒤로 하고 축구를 막 시작한 딸의 연습을 지켜보며, 조그만 무지개가 그려져 있는 <꽃보다 엄마> 책을 한 장 두장 읽어서 내려가는 이 순간이 뭔가 운명적인 거 같다. 아, 표지도 예뻤는데 책 속의 글씨체도 너무 예쁘다. 얼마나 고심해서 골랐을까?


엄마 그리고 딸이라는 말만 들어도 울컥울컥 하는 단어이다. 그저 고마워서, 그저 행복해서, 너무 사랑해서... 태어나서는 엄마, 아빠한테 받은 사랑, 그리고 엄마가 되어 보고 나서는,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게 되었다. 엄마 아빠한테 받은 사랑이 우리 아이들 한테 전해질 때, 어쩜 내가 할 수 있는 건 부모의 큰 사랑을 가늠할 수도 또다시 돌려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을 흘려보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사랑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어떵 안해, 제주도 말로 괜찮아 라는 뜻이다. 엄마가 괜찮다고 하니까 안 괜찮아도 괜찮아지는 게 엄마이다.


어떤  앞에서도 괜찮아 엄마 있잖아... 그런 엄마만 믿고 살아오다.  보물 1호 첫째 딸이 태어나던 그해 엄마가 대장암 3 판정을 받으셨다. 이미 한국에 가서 진단을 받기 전부터, 증상과 하루하루 살이 빠져가는 엄마를 보며, 짐작할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무것도   없었다. 다행히 엄마는 대장암 수술과 항암 치료  완치되셨다. 그때부터였을까? 엄마 나중은 없어 우리 그냥 하자, 가자, 먹자...라는 선택이 쉬어졌는지도 모른다.


"이제 더 미루면 안 돼." 돈이 있어도, 시간이 있어도, 여유가 있어도,  부모님이 살아계시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것이 부모님과의 여행이다. 부모님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할 수 있을 때 같이 하고, 갈 수 있을 때 같이 가고, 그렇게 함께 할 수 있을 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우리는 또 한때 좋았던 것들 때문에 가슴이 먹먹한 날들이 있을 거라는 것도 안다.


'사건 사고가 있었기에 때문에 여행은 완성된다'

작가님이 엄마랑 기차를 놓치는 이야기, 그리고 엄마를 잃어버렸던 이야기, 그리고 엄마는 딸을, 딸은 엄마를 챙기기 바쁜 이야기... 여행이랑 출장 갔던 유럽 도시들이 생각나며, 1부, 2부, 3부 작가님의 스토리에 감정을 100% 이입해서 읽었다.


여행 가기 좋아하는 엄마랑 나,  싱가포르로 떠나기 전 플로리다 학회에 갔을 때, 엄마랑 같이 보러 간 쇼, 저녁 먹고 수영장에 누워서 같이 봤던 별,  엄마가 싱가포르에 와서 하지레인에서 하나씩 샀던 커다란 꽃이 달린 젤리슈즈, 같이 밥을 먹고, 도서관을 가서, 책을 읽고, 쇼핑을 하고, 아이스크림엔 진심인 엄마랑 나, 엄마랑 함께했던 당연하지 않은 순간들이 새록새록 기억나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엄마랑 또 여행 가야지...


아껴서 읽고 싶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 만에 다 읽어 버렸다. 별책 부록의 엄마와 여행을 떠날 딸들에게, 딸과 여행을 떠나는 엄마에게는 더 따뜻했다. 맨도롱 해진 밤이다. 이제 곧 어버이날인데, 엄마한테 이 책이랑 꽃을 보내 주고 싶다. 엄마도 재미있게 읽으 실 것 같다. 왠지 꽃보다 딸? 책 보다 딸 일거 같은 엄마 일 것 같지만...


<꽃보다 엄마> 좋다.


김정미 작가님의 꽃보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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