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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May 06. 2021

어른이 날 [불편한 편의점]

옥수수 수염차와 함께

책을 덮고, 초록창에 타입 한 다섯 글자 <김호연 작가>

한국 출장 중 오전 햇살 물의 표면이 반사되어 생동감 넘치게 빛나고 있던 그 한강을 지하철을 타고 지나가던 그날을 추억해 보며, [불편한 편의점] 의 마지막 페이지를 한참 동안 잡고 있었다. 밑줄을 그어놓은 문장들이 있는데, 말하면 날라가 버릴까, 그냥 그렇게 놔둔다.


아... 불편하다. 어떻게 말로 표현이 안 되는 재미와 감동... 따뜻했다.


후.. 책을 후루룩 넘겨 앞표지를 쓰윽 쓰다듬어 본다.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다.

표지를 넘기고 나오는 분홍색 안지 안에는 작가님의 친필 싸인이 되어 있다.

"불편하게, 자유롭게. 2021, 봄 김호연 드림."

아마도 이 싸인 하실 때는 모르셨을 거다. 이 책이 어디로 날아가서 어떤 독자가 읽게 될지...


[불편한 편의점] 편해야 할 것만 같은 편의점이 불편하다니, 재목부터 의심이 간다.

책 안쪽에 늘 그렇듯이 읽기 시작한 날짜를 적는다. May 2021

산해진미 도시락, 제이에스 오브 제이에스, 삼각 김밥의 용도, 원 플러스 원, 불편한 편의점, 네 캔에 만 원, 폐기 상품이지만 아직 괜찮아, 그리고 ALWAYS


염영숙 여사님, 서울역 노숙자 독고, 아르바이트생 시현이, 오선숙 님, 짜몽이, 경만 아저씨, 인경 작가님, 민식 씨, 곽 탐정님 각자 자기만의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가는 사람들을 만났고, 원 플러스 원에서 울다가, 참참참이라는 메뉴를 조합해서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고, 다음번 한국에 가서 편의점에 들린다면, 더 친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매일 아침 일을 시작하면서 읊조리는 구절이 있다. "Everyone you meet is fighting a battle you know nothing about. Be Kind. Always"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모두 각자만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언제나 친절하자.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P252)


빨아 쓰지도 못하는 더러운 것들이 가득한 것만 가득한 이 세상,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들어주면 풀린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주는 [불편한 편의점] 때문에 오늘은 마가리타 말고, 내가 좋아하는 뉴잉글랜드 아이피에이 도 말고, 옥수수 수염차 티백을 꺼내야겠다. 내가 사랑하는 박새로이가 나왔던 이태원 클라쓰처럼, 공블리 효진 배우님이 나왔던 동백꽃 필 무렵처럼, 왠지 넷플릭스에서 [불편한 편의점] 미니 시리즈가 뜬다 하여도 전혀 놀라지 않을 것 같다.


오늘은 5월 5일, 어른이 날 불편하지만 자유롭다. 매일매일 본업에 최선을 다한다.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어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확실히 된다. 이 세상은 넓고, 글을 잘 쓰는 작가들은 너무 많고, 앞으로 읽을 책들이 너무 많을 예정이다. 2021년 봄 김호연 작가님, 감사합니다.


P.S 친필 작가 본 책을 읽은 후 작가님은 꼭 만나게 된다. 지금 까지 100% 였다.


불편한 편의점 May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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